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계약 기간이 끝나가 신규 세입자를 구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문제는 제가 장사하고 있는 지역 일대가 재개발 사업지로 선정돼 건물을 철거한다는 겁니다. 권리금회수가 어려워진 것인데 건물주에게 호소하니 자신도 몰랐던 재개발이라 책임질 수 없다고 합니다. 저는 권리금회수를 포기해야 하나요?”

갑작스러운 변수로 권리금회수가 힘들어져 마음고생하는 세입자들이 종종 있다. 건물주도 예측하지 못했던 정부의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는 경우라면 상황은 간단치 않다.

상가 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 제10조 제1항 각호에는 건물주가 권리금보호 의무를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정당한 사유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재개발 사업과 관련된 규정으로 ‘다른 법률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즉 법률 규정에서 언급한 ‘다른 법률’은 국가에서 진행하는 도시정비 사업에 의해 재개발이 진행되는 것으로 이때는 건물주가 계약 당시 세입자에게 고지하지 않았더라도 권리금보호 의무를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세입자의 권리금회수 기회는 사라지는 것이 아닌 책임 주체가 달라질 뿐이다.

국가에서 진행하는 재개발 사업은 시, 군, 구 등의 주도나 허가로 진행되는 만큼 세입자에게 휴업 보상금, 이전비 등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 따라서 세입자의 권리금 피해보상은 국가가 보상해 줘야 한다.

다만 이 경우 상임법은 세입자의 갱신요구권을 건물주가 거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국가가 해주는 보상은 갱신요구권 거절에 따른 보상이라 봐야 한다.

반면 건물주의 의도로 세입자가 장사하는 건물만 재건축하는 경우라면 어떨까. 이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건물주의 책임 여부가 결정된다.

상임법은 건물주가 재건축을 미리 고지한 경우 권리금보호 의무를 지지 않도록 규정한다.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세입자)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 건물주가 세입자의 갱신요구권과 권리금보호 의무를 거절해도 정당하다고 규정한 것(상임법 제10조 제1항 7호 가).

다시 말해 계약 당시부터 재건축에 대한 사전 고지가 있었다면 거절 사유가 충분하지만, 만약 세입자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면 권리금회수 거절이 위법이라는 말이다.

다만 예외적인 거절사유도 있다.

동법 나.에는 ‘건물이 노후, 훼손 또는 일부 멸실이 되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건물주가 세입자의 권리금회수 기회를 거절해도 된다.

즉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한 안전진단에서 더는 운영이 어려울 만큼 건물의 안전이 취약해 있다면 사전고지 없는 재건축이나 재보수가 합당하다는 뜻이다.

한편 건물주도 예측하지 못했던 재개발 사업이지만, 세입자의 권리금 보상을 마냥 정부 책임으로 몰아갈 수 없는 상황도 있다.

비록 재개발 사업 발표가 났지만, 구체적인 시행 시기를 알 수 없거나 신규 세입자를 받아도 충분한 기간이 남아있는 경우다.

실제로 ‘재개발 사업시행이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업인가‘만으로 세입자의 갱신요구권과 권리금보호 의무를 저버리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2019다 249831).

다시 말해 사업인가나 발표만으로 세입자의 권리금회수 기회를 거부한다면 건물주가 권리금에 대한 손해액을 책임져야 한다는 뜻.

따라서 재개발 사유가 발생했을 때는 건물주와 세입자가 재개발 사업의 진행 계획을 살펴보고 권리금 거래에 대한 계획과 보상을 합의해 결정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정리하면 나라에서 시행하는 재개발 사업의 경우 권리금은 나라에서 보상하도록 규정돼 있다. 건물주의 의도에 따라 진행되는 재건축은 세입자와 계약 전 미리 고지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세입자의 권리금회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재개발 사업 인가가 발표됐더라도 시기상 세입자의 권리금회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건물주는 권리금회수 기회를 거절할 수 없다.

 

엄정숙 변호사님은.
 

- 현(現)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현(現) 부동산 전문변호사

- 현(現) 민사법 전문변호사

- 현(現) 공인중개사

- 제39기 사법연수원 수료

- 제48기 사법시험 합격

- 경희대학교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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