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공시 일타강사’로 나서봅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가 대원강업 인수를 추진합니다. /대원강업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가 대원강업 인수를 추진합니다. /대원강업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이자 코스피 상장사인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10일 ‘기타 경영사항’을 공시했습니다. 경영과 관련해 중요한 사항을 알린 건데요. 그 내용은 대원강업 인수를 추진한다는 겁니다.

대원강업 인수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 될까요?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핵심은 역시 지분 확보입니다. 어떤 방법으로 지분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구체적인 방식이 나뉘죠. 기존 최대주주와의 합의하에 유상증자를 활용하기도하고, 기존 최대주주에 맞서 지분을 확보하는 적대적 M&A도 있습니다.

현대그린푸드는 해당 공시를 통해 “대원강업의 경영권 참여를 전제로 위 회사의 최대주주인 허재철 등이 보유하는 주식 876만1,073주를 취득하기 위한 협상 등 절차를 추진하고자 하고, 이에 관한 이사회 승인을 받았다”면서 “이와 함께 당사가 현재 보유 중인 대원강업 주식의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변경하는 것도 이사회가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기존에도 대원강업 주주였던 현대그린푸드가 협상을 통해 대원강업 최대주주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인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 같은 공시가 이뤄진 날, 현대그린푸드의 계열사인 현대홈쇼핑은 대원강업에 대한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서’를 공시했는데요. 현대홈쇼핑과 특별관계자인 현대쇼핑 및 현대그린푸드가 보유 중인 대원강업 지분이 기존 14.61%에서 15.61%로 증가했다는 내용입니다. 현대홈쇼핑이 7.67%, 현대쇼핑이 2.40%, 현대그린푸드가 5.54%의 지분을 보유 중이죠. 아울러 현대그린푸드가 밝힌 것과 마찬가지로 보유목적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변경됐습니다.

현대그린푸드가 밝힌 추가 지분 확보 규모는 14.13%입니다. 계획대로 성사될 경우 현대그린푸드는 특별관계자를 포함해 29.74%의 대원강업 지분을 확보하게 됩니다. 반면, 현재 최대주주인 허재철 대원강업 회장은 특별관계자를 포함한 지분이 35.2%에서 21.07%로 낮아집니다. 이에 따라 현대그린푸드가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며 대원강업을 인수하게 되는 거죠.

그렇다면, 현대그린푸드는 왜 대원강업 인수를 추진할까요?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주요 계열사 중 하나입니다. 즉, 이번 인수는 대원강업이 현대백화점그룹 품에 안기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죠.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백화점, 홈쇼핑 등 유통업이 핵심인 곳인데요. 대원강업은 자동차용 스프링을 주로 생산하는 자동차부품업체입니다. 더욱이 대원강업은 최근 수년간 실적 하락세가 뚜렷한데요. 지난해에는 영업손익이 적자전환하고 당기순손실 규모가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한 바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번 인수 추진에 물음표가 붙는 것이 사실인데요. 내막을 조금 더 들여다볼까요.

먼저, 현대백화점그룹이 유통업만 영위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식음업과 의류제조업은 물론 유통업과 다소 거리가 있는 가구, 침대·매트리스, 건설·기계장비, 창호 제조업 등도 영위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백화점그룹의 제조업 계열사들은 대부분 최근 10여년 사이에 인수가 이뤄졌습니다. 이를 통해 사업다각화를 추구해온 것이며, 이번 대원강업 인수 추진도 그 연장선상으로 풀이됩니다.

물론, 그래도 최근 실적이나 업황 등을 고려하면 왜 대원강업일까 하는 물음표가 남는데요. 여기엔 현대백화점그룹과 대원강업의 각별한 관계, 그리고 각자의 상황도 적잖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백화점그룹과 대원강업은 사돈관계입니다. 현대백화점그룹 오너일가 3세 차남 정교선 부회장과 허재철 회장의 장녀가 혼사를 맺었습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지주사 전환을 통해 오너일가 3세 장남과 차남의 형제경영 체제를 정돈했습니다. 백화점 등 유통부문은 장남인 정지선 회장이, 현대그린푸드를 비롯한 비유통부문은 정교선 부회장이 맡는 구조입니다. 즉, 현대백화점그룹의 이번 대원강업 인수 추진은 정교선 부회장이 장인의 기업을 인수해 그룹 내에서 자신이 맡고 있는 부문을 다각화하는 행보로 볼 수 있습니다.

대원강업 측면에서도 배경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대원강업은 최근 후계문제와 관련해 물음표가 붙어왔습니다. 창업주 세대 형제들이 함께 설립한 대원강업은 2세~3세에 이르러서도 친족경영을 이어왔는데요. 2020년까지만 해도 허재철 회장과 그의 사촌조카인 허승호 이사회 의장이 전문경영인과 함께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그런데 2021년 3월 허승호 의장이 대표직을 내려놓고, 같은 해 말 전문경영인까지 돌연 물러나면서 허재철 회장 단독대표 체제가 됐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레 후계문제를 향한 관심을 높였는데요. 허재철 회장이 어느덧 7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습니다. 하지만 대원강업은 오너일가 3세의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허재철 회장은 슬하에 두 딸을 두고 있는데요. 경영에 참여하는 자녀도, 지분이 돋보이는 자녀도 없었죠. 바로 이러한 때에 허재철 회장의 맏사위가 대원강업 인수를 추진하고 나선 겁니다.

물론 현대백화점그룹의 대원강업 인수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고, 인수 대금 등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현대그린푸드는 향후 변동 또는 확정되는 중요 사안이 있을 경우 추가로 공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현대그린푸드 ‘기타 경영사항’ 공시
2022. 11. 10.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현대홈쇼핑의 대원강업 관련 ‘주식 등의 대량 보유상황 보고서’ 공시
2022. 11. 10.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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