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 발표한 공급 대책 변동 없이 추진해야… 임차인 보증금 보호 장치 추가 마련 필요”

10월 기준 전국적으로 전세가격 하락폭이 전달 대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뉴시스
10월 기준 전국적으로 전세가격 하락폭이 전달 대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금리인상 여파로 이자부담이 늘면서 기존 전세 계약의 반전세‧월세 계약으로의 전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전세가격의 하락폭이 커지고 전세 매물도 계속 쌓이는 등 시장 상황은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추세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전에 발표한 공급 대책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계속 보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전세가격 하락으로 인해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상승세 유지하던 단독주택 전세가격도 10월 들어 하락세로 전환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2년 10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0월 전국 평균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은 전달 대비 0.35% 하락한 -0.88%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10월과 비교해 무려 1.00%p 떨어진 수치이기도 하다.

지역별로 수도권은 -1.24%(9월 -0.68%), 지방 -0.56%(9월 -0.33%), 서울 -0.96%(9월 -0.45%) 등의 변동률을 기록하면서 모두 한 달 전에 비해 하락폭이 확대됐다.

서울 자치구 중에서는 송파구(-2.36%)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이어 강동구(-1.27%), 노원구(-1.20%), 성북구(-1.14%) 순으로 하락폭이 컸다.

권역별로는 서초·강남·강동·송파구 등이 위치한 동남권(-1.50%)의 하락폭이 큰 편이었고 이외에 도심권(-0.89%), 동북권(-0.86%), 서북권(-0.81%), 서남권(-0.75%) 등도 전달과 비교해 모두 전세가격이 하락했다.

수도권 내에서는 인천·경기 지역이 각각 -1.36%, -1.39%의 변동률을 보였다. 인천의 경우 대부분 지역이 전세 매물가격과 함께 거래가격이 동반 하락했다.

경기 지역은 수원 영통구(-2.73%)와 파주시(-2.71%) 등 입주물량의 영향으로 매물 적체가 심화되는 지역 중심으로 하락 폭이 컸다.

지방의 경우 5대 광역시 중 대구(-1.19%)·대전(-1.15%)이 신규 입주물량 영향으로 매물이 쌓이면서 전세수요가 줄고 가격 하락폭도 점점 확대됐다.

기타 지방 중 충남(-0.42%)은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함께 내려가면서 하락폭이 커졌고 충북(-0.42%)은 금리인상 영향으로 도내 대부분 지역이 상승세에서 하락세로 전환됐다.

특히 눈여겨 볼만한 점은 주택 유형별로 그동안 상승세를 유지했던 단독주택이 지난 10월부터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아파트, 연립주택, 단독주택 등 전국 모든 주택 유형의 전세가격이 내림세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아파트는 전용면적 60㎡ 초과~102㎡ 이하 구간의 변동률이 -1.57~-1.69를 기록해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반면 연립주택과 단독주택은 규모를 가리지 않고 전체적으로 전세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그간 상승세를 유지하던 단독주택 전세가격도 지난달 하락세로 전환됐다. /한국부동산원
그간 상승세를 유지하던 단독주택 전세가격도 지난달 하락세로 전환됐다. /한국부동산원

◇ 정부, 가격 하락세에도 변함없이 기 발표한 공급 대책 실행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세가격 하락세에도 공급 조절 보다는 묵묵히 공급 유지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센터 부동산팀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앞서 정부가 언급하기도 했지만 일단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하락한다는 점은 원인을 떠나서 일부 바람직한 현상”이라면서도 “다만 거래량이 연평균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데 현재는 매매·전세 모두 거래 절벽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정부가 거래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언젠가는 오르던 금리가 떨어지는 시기가 오는데 그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병탁 팀장은 “예를 들어 경기 악화 전망으로 내년에는 입주물량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때 정부는 공급물량 조절에 나서기 보다는 꾸준히 공급 계획을 발표하고 공급 진행 단계·일정 등을 계속 공개하는 등 시장에 거래 회복을 위해 노력 중이라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 전세가격이 하락하고 월세가격이 오르는 것은 정부 정책이 아닌 금리인상 때문”이라며 “월세가 이자부담보다 낮아 전세 임차인이 월세로 갈아타고 있지만 월세 가격이 점점 오르면서 향후에는 월세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는 꾸준히 공급을 유지해 금리가 내림세로 전환될 시 월세로 전환했던 임차인들이 다시 전세로 돌아가거나 집을 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올백자문센터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는 전 정부 때 급등했던 전세가격의 안정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며 “단 현재 전세가격 하락은 정상적인 수요‧공급에 따른 것이 아닌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부담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금리인상으로 전세자금 대출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이에 따른 이자부담으로 월세로 전환하는 가구도 늘고 있다”며 “하지만 박근혜 정부 때도 전세가격이 계속 내려가자 앞으로 월세가 대세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이내 잠잠해졌다. 마찬가지로 금리인상이 멈추면 다시 전세 수요는 늘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그는 “현재 전월세간 가격 높낮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추세로 정부는 이를 안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주 원인이 금리인상이기에 정부가 나서서 대출금리를 조정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때문에 임차인 대상 세액공제 혜택 강화 등 간접적인 세제지원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뒤이어 “공급을 늘리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폭등에 따른 규제 강화와 공급 축소가 맞물리면서 실수요자들이 전세를 구하지 못하는 전세대란이 일어났다. 이를 거울삼아 정부는 이미 계획·발표한 공급 대책을 변함없이 추진하고 주택임대사업도 장기적인 측면에서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차인 보증금 보호를 위해 정부 대책이 사전적 조치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뉴시스
임차인 보증금 보호를 위해 정부 대책이 사전적 조치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뉴시스

◇ 실효성 있는 임차인 전세보증금 보호 방안 마련 필요 

이밖에도 정부가 임차인의 전세보증금 보호를 위해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비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비율)이 62%인데 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및 하우스푸어 사태 때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현재는 매매‧전세 동반 약세인 상황으로 임차인이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행히 정부가 지난 9월 ‘전세사기 피해 방지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 정부·여당이 당정 협의회를 열고 임대인 납세증명 요구권 등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허나 이에 머무르지 말고 지속적인 시장 상황 모니터링과 실효성 있는 추가 대책 마련 등에 고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금리인상이 시장 내 블랙홀로 작용하면서 정부가 내세울 만한 정책이 없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가격 하락 및 매물 적체 현상의 주원인이 금리인상이기에 현재 정부가 딱히 내세울 만한 정책이 없다”고 운을 뗀 뒤 “금리인상으로 인해 이사를 생각했던 가구는 이를 보류하고 전세세입자들은 이자부담으로 월세로 넘어가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뒤이어 “정부는 시장 내 자유로운 수요와 공급에 따라 매매·임대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현재는 금리인상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해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전세의 경우 임대인이 임대료를 과도하게 올릴 때에나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데 현 상황은 금리인하만이 답”이라고 분석했다.

또 “전세가격 하락과 전세매물 적체로 임차인에게 돌려줄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임대인이 늘면서 전세사기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며 “이에 따른 피해 방지를 위해선 정부가 사후적 대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을 사전적 대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을 담당하는 HUG 등 보증기관이 계약이 완료된 계약서를 가져다 주면 보증보험 가입 여부 등을 결정한다”며 “이를 사전적 대책으로 전환해 보증기관이 계약 전 임차인에게 해당 매물의 보증보험 가입 가능성 여부, 사고 발생시 예상되는 보증보험 금액, 임대인의 융자규모 및 미납 세금 존재 유무 등 위험 정보를 사전에 알려주면 계약과정이 투명해지고 임대인들도 보증금을 함부로 올릴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2022년 10월 전국주택가격 동향
2022.11.15 한국부동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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