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공시 일타강사’로 나서봅니다.

지난 8월부터 진행해온 세종텔레콤의 자사주 매입이 당초 계획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종텔레콤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18일, 코스닥 상장사 세종텔레콤은 ‘자기주식 취득 결과보고서’를 공시했습니다. 지난 8월 결정해 3개월 간 진행한 자사주 매입의 결과를 공시한 겁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습니다. 당초 계획과 실제 결과에 꽤 큰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세종텔레콤의 자사주 매입은 왜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을까요?

지난 8월 세종텔레콤이 공시한 자사주 매입 계획에 따르면, 취득예정금액은 149억3,398만원이었습니다. 이사회를 통해 자사주 매입을 결의한 전일 종가(537원)를 기준으로, 2,781만20주를 매입하겠다는 계획이었죠.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나 공시된 결과보고서는 이러한 계획에 크게 미치지 못했는데요. 취득한 주식 총수는 1,087만9,957주, 여기에 투입된 자금은 총 68억4,000여만원이었습니다. 취득금액과 취득 주식 총수 모두 계획했던 것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겁니다.

세종텔레콤 측은 이번에 공시한 결과보고서를 통해 자사주 매입 계획과 결과가 일치하지 것이 ‘주가 변동에 따른 호가내 거래 미체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사주 매입 위해 주문을 넣었으나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세종텔레콤 측이 사들이고자 제시한 가격과 기존 주주들이 팔고자한 가격에 차이가 발생하면서 거래가 계획만큼 성사되지 않은 거죠.

세종텔레콤이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면서 밝힌 목적은 ‘주가 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였습니다. 결과와 무관하게 그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자사주 매입 결정을 공시한 직후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고, 이후 3개월 간 주가흐름에서도 하락세보단 상승세가 이어졌습니다. 자사주 매입 결정 직전 537원이었던 주가가 이를 완료한 시점엔 669원까지 올랐죠.

결과적으로 세종텔레콤은 계획보다 적은 자금을 쓰고도 주가부양 및 이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라는 목적은 소기의 성과를 이룬 셈입니다.

계획에 못 미친 자사주 매입, 문제는 없을까요?

자사주 매입 또는 처분이 주식시장에서 상당히 민감하게 여겨지는 사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발표했던 계획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결과는 눈길을 끌기 충분합니다. 자사주 매입 추진으로 주가를 띄운 뒤 정작 이를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않는 문제가 실제 존재하기도 하죠.

그런데 여기서 보다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사주 매입의 구체적인 방식인데요.

세종텔레콤이 이번에 취한 자사주 매입 방식은 ‘직접 취득’이었습니다. 주식시장을 통해 직접 주식을 사들이는 거죠. 또 다른 방식으로는 증권사와 신탁계약을 맺고 간접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 있습니다. 이 중 앞서 언급한 문제가 주로 발생하는 방식은 후자입니다. 공시 규정이 직접 취득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하기 때문인데요.

직접 취득의 경우 세종텔레콤이 이번에 공시한대로 구체적인 진행 경과를 밝혀야 합니다. 해당 일자의 주문수량과 실제 취득수량, 그리고 주당 취득가액 및 취득가액 총액을 상세하게 공개해야 하죠. 아울러 자사주 매입이 당초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 결과보고서와 함께 사유서 및 소명자료를 첨부해야 합니다. 이후 관계당국이 이를 검토해 문제가 있을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되고요.

이처럼 상세한 내용이 공개되는 직접 취득과 달리 신탁계약을 통한 방식은 월별 취득 수량과 총 금액만 공개됩니다. 또한 신탁계약 체결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해지할 수 있죠. 이를 악용해 주가만 띄우고 실제 자사주 취득은 계획보다 훨씬 적게 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는 겁니다. 이 경우 자사주 매입을 호재로 여겨 투자에 나선 개미투자자들이 애꿎은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 공시된 결과보고서를 살펴보면, 세종텔레콤은 3개월의 기간 동안 53거래일에 주문을 실행했고, 성사된 거래의 주당 취득가액 범위는 590원~690원이었습니다. 참고로 세종텔레콤은 지난해에도 자사주 매입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당시엔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계획을 모두 채웠죠.

만약 세종텔레콤 측이 제출한 사유서와 소명자료에서 문제가 발견될 경우 관계당국의 조치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세종텔레콤이 계획 발표와 달리 자사주 매입에 소극적으로 임했는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임했음에도 기존 주주들이 이에 반응하지 않은 것인지 판단하게 되겠죠.

관련 규정이 부족했던 과거엔 자사주 매입을 악용한 ‘허풍’ 문제가 더욱 심각했는데요. 그나마 지금은 두 방식 모두 호가(주문가격) 범위가 정해져 있는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들이 마련돼 있는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주 매입 추진엔 여전히 꼼꼼히 따져봐야 할 부분이 존재합니다. 자사주 매입 추진 발표가 반드시 계획과 같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때에 따라서는 다른 의도가 있을 수도 있으므로 투자 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세종텔레콤 ‘자기주식 취득 결과보고서’ 공시
2022. 11. 18.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세종텔레콤 ‘주요사항보고서(자기주식 취득 결정)’ 공시
2022. 8. 18.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
2022. 11. 21. 현재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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