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및 다가구 등 모든 집주인 대상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필요
집주인 체납 정보 공개 강제성 없어 현실성 제로… 임차인, 을 입장에서 요구하기 힘들어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왼쪽)이 지난 21일 전세사기 피해방지 방안을 브리핑했다. /뉴시스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왼쪽)이 지난 21일 전세사기 피해방지 방안을 브리핑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정부가 최근 ‘전세사기 및 소위 깡통전세 방지를 위한 임대차 제도개선’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 집주인 대상 체납정보 확인권 신설, 최우선변제금 범위 확대 등을 포함시켜 전세사기 피해를 방지하고 피해가 발생한 임차인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발표한 대책 대부분 강제성이 없어 실현되기 어렵다며 정부가 추가 보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부, 집주인 대상 체납정보 확인권 신설 등 후속조치로 전세사기 피해 방지

국토부·법무부 등 정부 주무부처는 앞서 지난 9월 1일 전세사기 방지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관리비 투명화를 위한 개선방안을 공개한 바 있다.

이달 11일 관련 내용에 대해 당정 협의를 실시한 이후 같은 달 21일 국토부·법무부는 후속조치로 ‘전세사기 및 소위 깡통전세 방지를 위한 임대차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정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해 선순위 임차인 정보와 체납정보 확인권을 신설하고 소액임차인 범위 확대 및 최우선변제금액 상향을 추진키로 했다.

이와 함께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를 개정해 관리비 항목을 새롭게 넣고 계약서 내 ‘계약체결 후 입주 전 임대인의 담보권 설정금지 특약’을 추가할 예정이다.

또 국회에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을 논의해 일정 규모(전유부분 50개) 이상의 집합건물 관리인에게 관리비 등 장부작성과 증빙자료보관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정부는 관련 법안 입법예고 후 법제처 심사와 차관·국무회의 등을 거쳐 내년 초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뒤 시행령은 공포·시행할 예정이다.

◇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의무가입 내용 빠져 실효성 부족

한편 시민단체들은 정부 대책에 대해 대부분 비관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성달 경실련 정책국장은 “한마디로 이번 정부 대책은 임대인의 정보 신고의무,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이하 ‘보증보험’) 의무가입 등의 내용이 빠져 상당히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경실련은 그동안 꾸준히 전세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부에 피력했다”며 “정부는 체납 사실 및 실제 건물소유주 여부 등 임대인의 정보 일체와 지역‧단지별 전세보증금 액수 등 전세 관련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전세사기 방지와 관련해 김성달 정책국장은 “임대인의 보증보험 가입을 강제 의무화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최우선 보호해야 한다”고 운을 뗀 뒤 “현재 민간 임대사업자만 보증보험에 의무 가입토록 하고 있는데 청년‧신혼부부 등 주거취약계층이 거주 중인 연립‧다세대‧다가구 주택 등은 보증보험 의무 가입사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가 집계되는 것은 보증보험에 가입한 임차인들의 전세사기 피해가 보증기관인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 의해 조사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에 반해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임차인들의 전세사기 피해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는데 이들까지 조사한다면 실제 전세사기 피해 규모는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아파트를 포함해 연립‧다세대‧다가구 등 모든 전세 유형에 대해 임대인들이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강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며 “더불어 보증보험 가입시 임차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 국가나 임대인이 수수료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김성달 정책국장은 “최우선변제금 인상 금액(기존 대비 500만원↑)은 임차인의 전세보증금과 비교하면 적은 편이고 집주인의 체납 사실 등 정보 공개도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전세계약과정에서 건물의 소유권 변동이 발생해 임차인이 피해를 입는 사례도 있는데 이같은 소유권 변동은 이번 대책에서 다뤄지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지난 9월 이강훈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이 정부가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 방지 대책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9월 이강훈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이 정부가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 방지 대책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뉴시스

◇ 전세사기 막으려면 엄격한 전세대출 및 물건 정보 공개 필요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현재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전세사기를 완전히 막기에는 부족해 보인다”고 평가 절하했다. 

그는 “체납 여부 등 임대인의 정보공개는 현재 임차인이 요청해야지만 확인 가능한데 실제 현장에서 청년 등 주거취약계층은 이같은 사실을 잘 알지도 못한다”며 “여기에 임차인은 계약과정에서 철저히 을의 입장에 있기에 임대인에게 이를 요구하기 조차 힘들다. 따라서 정부가 임대인의 정보 공개 의무를 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세계약 당일 확정일자·전입신고에 따른 대항력이 즉각 발동하도록 정부는 행정당국 및 금융당국 등과 논의해 관련 법안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효주 간사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전세가격을 낮추는 것”이라며 “과도한 전세보증금이 전세사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뒤이어 “무분별하고 과도한 전세대출이 이뤄지지 않도록 전세대출에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동시에 권리 부분, 융자금 규모,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 가능성 여부 등 전세물건의 기본적인 정보를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필수 공개토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 임대인들이 전세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 없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 임대인의 체납정보 공개 강제 규정 아니라 얼마든지 회피 가능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정부 대책에 대해 총평을 하자면 미흡하다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라며 “‘깡통전세’ 및 전세사기 피해를 어떻게 막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며 혹평했다.

또한 그는 “최우선변제금액을 500만원 일괄 상향 조정했으나 지금과 같은 역전세 상황에서 이는 부족한 수준”이라며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를 개정해 계약체결 후 입주 전 임대인의 담보권 설정금지 특약을 신설키로 했으나 이는 강제의무사항이 아니라 얼마든지 회피할 수 있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어 “임대인의 체납 정보도 공개하기로 했는데 이마저도 강행규정이 없어 집주인들이 계약과정에서 바로 거부할 수 있다”며 “즉 대책 대부분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홍정훈 연구원은 “관리비 관련 장부 작성, 증빙자료보관 의무 신설 등은 임대인의 급격한 관리비 인상을 막기 위한 취지로 평가된다”면서도 “다만 오피스텔만 겨냥한 듯 빌라 및 다세대 주택 등은 이에 해당하지 않아 사각지대의 범위가 넓다”고 설명했다.

또 “관리비 인상 규제를 위해 정부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려 하는데 해당 법안은 소규모 오피스텔만 적용된다”며 “따라서 정부는 연립·다세대·다가구 주택 등도 포함될 수 있도록 세부적인 검토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전세사기 및 소위 ‘깡통전세’ 방지를 위한 임대차 제도개선
2022.11.21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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