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귀농 초기 우리는 열심히 귀농교육을 들었고, 이를 통해 좋은 인연을 만나기도 했다. /박우주
귀농 초기 우리는 열심히 귀농교육을 들었고, 이를 통해 좋은 인연을 만나기도 했다. /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여러 귀농·귀촌지원 중 우리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귀농교육이다. 귀농교육이 없었다면, 아마 이만큼 정착할 수 없었을 거다. 귀농 초기 우리는 농업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청양군에서 하는 모든 귀농교육을 들었다. 첫해인 2018년, 온·오프라인 귀농교육을 200시간이나 들었을 정도다. 

당시 일상을 돌이켜보면, 새벽에는 농사를 짓고, 낮에는 교육을 듣고, 오후엔 다시 농사를 짓거나 동네 어른신분들을 찾아뵙고, 저녁엔 블로그를 운영하고 온라인 교육을 들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기 때문에 몸을 쓰고 머리를 쓰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성장을 위한 단련을 한 거다.

청양군은 귀농시스템이 잘 돼 있다. 초기에 필요한 교육, 중기에 필요한 교육, 후반에 필요한 교육들을 골라서 수강할 수 있다. 우리는 귀농을 시작하고 초기에 필요한 ‘청양군 귀농인 영농정착 창업스쿨’ 교육을 들었다. 귀농에 필요한 지식들과 작물교육 현장학습 등 약 4개월 동안 배우는 교육이었다.

물론 강의를 하시는 강사님들 중엔 우리와 비슷한 사례가 없었다. 지역기술센터 소장님, 공무원이나 기업에서 은퇴하신 후 강의하시는 분, 농업기업 관계자 분, 농업 관련 학력이 높으신 분 등 이미 성공하신 분들이 생각하고 연구한 농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었다. 앞서도 언급한 바 있듯, 솔직히 말하면 이런 교육은 나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와 닿는 게 없어서다. “비전을 가져라” “남들이 안 하는 생각을 해라” “농업은 블루오션이다” 같은 이야기는 좋은 말이긴 했지만, 당장 눈앞의 1년·2년의 현실을 생각해야 하는 우리에겐 환상 같은 이야기였다.

도움이 됐던 교육들도 많았다. ‘농부가 직접 하는 교육’ ‘작물 교육’ ‘현장 교육’ 같은 것들이 좋았다. 우리가 재배하고 있는 고추와 구기자에 대한 교육은 특히 도움이 많이 돼 교육이 끝나고 직접 가서 말씀을 드려보기도 했다. 

“강사님 교육이 너무 좋았습니다. 혹시 명함 하나 받고 궁금한 게 있으면 여쭤 봐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

인연은 뜻하지 않는 곳에서 나타난다. 그 강사님이 딱 그런 케이스였다. 강사님이 근무하는 곳은 우리 집과 딱 5분 거리에 있는 친환경 농업기업이었다. 그 분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고, 우리 농장에 찾아오셔서 컨설팅도 해주셨다. 그 기업의 제품을 사용한 뒤 너무 좋아서 우리의 블로그와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그 유튜브 게시물이 조회 수 25만 건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냈다. 제품도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그러자 대표님께서 직접 우리를 보자고 하셨고, 감사 인사를 하시며 제품들을 무료로 보내주시기도 했다.

귀농교육 중엔 아쉬움이 남는 교육도 있었지만, 실제로 큰 도움을 받거나 좋은 인연을 맺게 해준 교육도 많았다. /박우주
귀농교육 중엔 아쉬움이 남는 교육도 있었지만, 실제로 큰 도움을 받거나 좋은 인연을 맺게 해준 교육도 많았다. /박우주

청양은 구기자 전국 재배 1위 지역이다. 그래서 구기자연구소도 있고 박사님들도 많이 계신다. 그런 분들이 과거의 농법이 아닌 더 나은 현재와 미래를 위한 농법을 개발하고, 품종도 만들고, 구기자교육도 하신다. 

직접 구기자연구소를 가서 받았던 교육은 충격 그 자체였다. 우리는 그동안 주변 어르신들이 구기자를 재배하는 방법대로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의 교육을 통해 난생처음 보는 재배방법을 경험했고, 몰랐던 품종도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교육시간에 물어보지 못한 것들과 궁금했던 것들을 정리해 구기자연구소 박사님과 미팅을 날짜를 잡고 찾아가서 다 쏟아냈다.

이러한 이론교육도 좋지만 농사를 짓는 농부의 농장에 직접 찾아가는 현장교육도 좋았다. 일단 현장교육을 할 때면 소풍을 가는 것처럼 즐거웠다. 현장교육은 청양 뿐 아니라 경기도, 전라남도 등으로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성공한 농장들을 견학하고 배우는 시스템이었다. 하루에 4~5곳의 농장을 돌아다니며 그분들의 성공 사례를 직접 보고 들었고, 궁금한 점들은 따로 가서 여쭤봤다. 대부분 하우스를 10동 이상 하는 대농들이었고, 귀농 초기였던 당시 나의 궁금증은 간단했다.

하우스 한 동 짓는 게 얼마정도 들어요? 

한 동에 수익이 어느 정도 나와요? 

땅값은 얼마 정도 해요?

귀농교육을 받으며 직접 농업에 부딪히면서 우리는 우리의 농업 가치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박우주
귀농교육을 받으며 직접 농업에 부딪히면서 우리는 우리의 농업 가치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박우주

이렇게 성공한 농장을 다니며 드는 생각은 ‘정말 대단하다’는 감탄과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한탄이었다.  

교육 중에 가장 좋은 교육이 무엇이었냐고 한다면 당연 강소농교육이다. 작지만 강한 농부를 육성하는 교육으로, 작물교육도 받고 정보화교육도 받게 된다. 

그중에서도 정보화교육은 잘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파는 게 더 중요한 요즘 시대에 판로를 배우는 교육이었다. 교육내용은 판로 확보를 위한 블로그 쓰기였다. 우리는 귀농해 인터넷을 설치한 뒤 바로 블로그를 시작했었다. 직장생활 당시 사원 시절 직장 홍보를 위한 블로그를 배웠다보니 홍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로 판로 확보에 많은 도움이 됐다.

그 수업을 듣는 약 20명 중 우리가 가장 어렸고, 대부분 연세가 60대 이상이셨다. 수업을 못 따라가는 어르신 분들에게 가서 이것저것 알려드리면서 많이 친해졌다.

그러다보니 그 수업을 듣는 분들과 함께 단체를 만들어 활동을 하게 되기도 했다. 이처럼 강소농교육을 들으며 단체로 활동하면서 기회도 생겼다. 코엑스에서 농산물을 팔 수 있는 기회, 청양군 축제에서 농산물을 팔 수 있는 기회 등이다. 이러한 기회는 소규모 개인농장에게는 잘 주어지지 않는다. 강소농교육에서는 ‘충남 정보화 농업인 전진대회’라는 것도 참가했는데, 우리는 IT활용 마케팅 부문 우수상을 받았고 그 다음 해에는 유튜브 부문 우수상도 탔다. 

무엇보다 강소농교육 수강생의 90% 이상인 50~60대 분들을 곁에서 지켜보면,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하는 마음과 열정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그런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자극이 됐다.

이렇게 귀농 1년차에 많은 교육들을 수강하고, 주변에 농업을 하시는 분들을 보고, 몸으로 직접 농업에 부딪히면서 자연스레 우리는 우리의 ‘농업 가치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대농이 될 것인가, 강소농이 될 것인가.”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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