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공시 일타강사’로 나서봅니다.

삼성출판사의 최근 최대주주 지분 변동 관련 공시를 보면, 오너일가 3세 장남과 차남의 지분 차이가 줄어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삼성출판사의 최근 최대주주 지분 변동 관련 공시를 보면, 오너일가 3세 장남과 차남의 지분 차이가 줄어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스피 상장사인 삼성출판사는 지난 2일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신고서’를 공시했습니다. 이에 앞서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에도 같은 공시를 했죠. 최대주주 측 지분에 연일 변화가 있었던 겁니다.

최대주주의 지분 변동은 왜 공시로 알려야 할까요?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 중인 최대주주의 지분 변화는 주가에 여러모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사안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최대주주가 보유 중이던 지분을 한꺼번에 시장에 내놓을 경우, 회사의 미래에 의문이 제기되는 한편 주식 유통수가 급증하면서 주가가 크게 흔들릴 겁니다. 반대로 최대주주가 지분을 늘리는 것 역시 주식시장에서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곤 합니다. 무엇보다 최대주주의 지분 변동은 회사의 소유권과 경영권, 승계 등의 문제에 있어 근간이 되죠.

따라서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의 지분 변동은 철저하게 공시하도록 규정돼있습니다. 구체적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5% 이상 지분을 보유 중인 대주주도 마찬가지로 지분 변동 내용을 공시해야 하고요.

물론, 최대주주의 지분 변동이 항상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작은 규모의 변동이나 중요하지 않은 특수관계인의 변동은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않고 주가 등에 영향을 끼치지도 않습니다. 즉, 같은 최대주주 지분 변동 공시라 하더라도 그 내용과 상황에 따라 무게감은 천차만별인 셈이죠.

그렇다면, 삼성출판사의 최대주주 지분 변동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먼저, 두 차례 공시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지난달 30일 공시에서 지분 변동이 있었던 인물은 김진용 삼성출판사 회장의 장남인 김민석 더핑크퐁컴퍼니 대표입니다. 두 차례에 걸쳐 총 3만4,442주의 주식을 팔았다는 내용이고요. 이어 지난 2일 공시에서는 김민석 대표와 함께 그의 동생인 김우석 삼성출판사 영업마케팅본부장도 등장합니다. 김민석 대표가 2만7,000주, 김우석 본부장이 1만2,000주의 주식을 장내매도했다는 내용입니다. 

이로써 김민석 대표의 지분은 0.61% 줄어든 6.16%가 됐고, 김우석 본부장의 지분은 0.12% 줄어든 5.19%가 됐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오너일가 3세 두 형제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란히 지분을 소폭 처분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앞선 지분 변동, 그리고 분기보고서상 변화를 함께 고려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김민석 대표와 김우석 본부장 두 사람은 지난 8월 부친으로부터 나란히 5만주의 주식을 증여받은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증여는 삼성출판사 오너일가에게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이례적인 일이었죠. 그런데 최근 지분 변동까지 이어보면 김민석 대표의 지분은 결과적으로 증여받기 전보다 더 줄어들게 됐습니다. 반면, 김우석 본부장의 지분은 일부 처분에도 증가한 모습입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지분 격차도 뚜렷하게 좁혀졌습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김민석 대표가 6.28%, 김우석 본부장이 4.81%로 1.47%였던 차이가 이제는 1% 안쪽으로 들어오게 됐죠.

각각 40대 초반, 30대 후반인 김민석 대표와 김우석 본부장은 슬슬 승계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할 시기를 맞고 있는데요. 이러한 시기에 장남의 지분은 줄고, 차남의 지분은 늘었다는 건 의미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지분 변동은 두 사람의 행보와 맥이 닿습니다. 형인 김민석 대표는 ‘아기상어’로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더핑크퐁컴퍼니(구 스마트스터디)를 직접 벤처 설립해 키워온 인물입니다. 넥슨에 몸담기도 했던 그는 2008년 삼성출판사에 입사해 신사업 담당을 맡았고, 2010년 자회사 형태로 더핑크퐁컴퍼니를 설립했죠. 이후 김민석 대표는 삼성출판사에서 독립해 더핑크퐁컴퍼니를 이끌며 성공가도를 달려왔습니다. 

반면, 김우석 본부장은 삼성출판사에서 입지를 다져왔는데요. 형과 같은 시기 입사해 더핑크퐁컴퍼니에 근무하기도 했던 그는 삼성출판사에서 마이리틀타이거사업본부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영업마케팅본부장이란 중책을 맡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해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처음 사내이사로 선임돼 이사회에 합류하기도 했습니다.

즉, 삼성출판사의 3세 후계구도는 장남인 김민석 대표가 자신의 설립하고 키운 더핑크퐁컴퍼니를 계속 이끌어나가고, 차남인 김우석 본부장은 삼성출판사를 맡는 것으로 형성돼왔습니다. 최근의 지분 변동 역시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는 겁니다.

삼성출판사는 이 뿐 아니라 중대한 변화가 또 있는데요. 지난 8월 자회사 아트박스 지분을 일부 처분한 겁니다. 이에 따라 삼성출판사는 아트박스를 연결대상에서 제외하게 됐죠. 이에 대해 삼성출판사 측은 계열분리 차원의 결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아트박스는 김진용 회장의 처남인 조석현 아트박스 대표가 이끌어온 바 있습니다.

이처럼 삼성출판사는 최근 중대 분기점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계열분리와 3세 후계 측면에서 동시에 큰 변화가 이어지고 있죠. 따라서 김민석 대표와 김우석 본부장 두 사람의 지분 변동 역시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삼성출판사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신고서’ 공시
2022. 11. 30.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삼성출판사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신고서’ 공시
2022. 12. 2.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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