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론. 각 세대의 특징 상위를 강조해 사회발전 원동력과 세대 간 소통의 길을 찾는데 활용되는 이론이다. 최근 몇년 간 가장 뜨거운 세대론은 ‘MZ세대’ 혹은 ‘Z세대’다. 우리 사회가 ‘세대론’에 집중하는 사이, ‘진짜 나’는 길을 잃었다. 요즘 세대가 그렇다는데 나도 그렇다고? ‘어쩌다 Z세대’가 된 나는 새로운 관점에서 소통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미리 와서 업무를 준비하지 않고 퇴근시간이 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퇴근한다고 해서 Z세대가 애사심이 부족하고 개인주의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일종의 프레임이 형성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사실 지금 Z세대가 받고 있는 부정적인 평가는 과거 X세대가 신입사원일 때도 똑같았는데 말이죠./ 게티이미지뱅크
SNS나 커뮤니티에서 정시출근과 정시퇴근에 대한 주제는 항상 뜨거운 논란거리입니다. 오래 일하는 것이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는 상사와 정해진 시간만 일하고 퇴근하려는 신입사원,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출근시간 10분 전에는 도착해서 업무 준비하라는 제가 이상한건가요?’ ‘딱 맞춰서 출근하는 것도 능력인가봐요’ ‘6시 정각되자마자 퇴근이라니 Z세대는 애사심이 부족한 것 같아요’ ‘정시 퇴근까지는 이해하겠는데 그 전부터 퇴근 준비를 하는 건 좀…’

SNS나 커뮤니티에 종종 올라와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곤 하는 직장생활 관련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출퇴근시간’입니다.

◇ ‘출근시간’은 언제인가?

사실 직장생활을 하기 전, 학생 신분으로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비슷한 논란은 항상 있어왔습니다. 예컨대 카페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 ‘매장에 도착하는 시간’과 ‘옷을 갈아입고 일할 준비를 마친 시간’ 중에 어느 것이 ‘출근시간’에 해당하는지 말입니다.

저는 업무를 시작할 준비를 마치고 계산대 앞에 서는 시간이 출근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보통 10분 일찍 매장에 도착했습니다. 화장실을 갔다가 오는 등 변수까지 고려한 시간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고 시간 약속은 정확하게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저는 항상 정시에 업무를 시작하고 정시에 업무를 끝낸 뒤 퇴근준비를 했습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공식적인 출근시간은 오전 8시 30분, 퇴근시간은 오후 6시입니다. 저는 대체로 오전 8시 25분 정도에 사무실이나 기자실 등에 도착합니다. 물론 그 전에 개인적인 볼 일은 끝내놓습니다. 그렇게 앉아서 노트북을 켠 뒤 출근보고를 하면 30분 정각이 되죠.

퇴근은 할 일이 모두 끝난 경우 오후 6시 정각에 합니다. 종종 퇴근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래봤자 오후 6시 반을 넘기지 않습니다. 그마저도 가끔 있는 일이죠. 오늘 안에 일이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 대부분 다음날로 넘기게 됩니다.

이는 ‘마감에 급급하기보다는 꼼꼼히 분석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취재하라는 회사의 방침 때문인 것도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매번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면 안 되겠지만 어쨌든 정시 출퇴근이 보장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눈치가 살짝 보이긴 합니다.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는데 말이죠. 왜 그럴까요?

◇ ‘퇴근’에 눈치가 보이는 이유

저와 또래인 B씨(20대‧남)가 있습니다. B씨도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정해진 출근시간은 오전 8시 30분, 퇴근시간은 오후 5시 30분입니다. 하지만 B씨는 평균적으로 8시 15분 정도에 출근해서 오후 6시 30분에 퇴근합니다. 대략 15분 정도 일찍 출근해서 1시간 늦게 퇴근하고 있는 것이죠.

B씨는 그 이유에 대해 “‘Z세대는 희생정신이나 애사심이 없다’ 혹은 ‘Z세대는 돈을 받는 만큼 주어진 일만 한다’ 등과 같은 프레임 때문에 눈치가 보인다”고 답했습니다. ‘Z세대’에 대한 이런저런 정의와 특성에 부합하게 되면 ‘역시나 Z세대라서 그럴 줄 알았다’라는 시선이 따라붙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정시에 퇴근하면 ‘요즘 세대가 그렇다더라’는 말을 들을 게 뻔하고 나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생길 것 같았다”면서 “일이 없으면 오히려 일을 만들어서 했고 내일로 넘길 수 있는 일도 그냥 오늘 해버렸다. 그게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그런 직장상사를 만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출근길 복도에서 마주친 직장상사가 “30분 정도는 일찍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죠. 그분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일찍 나오고 정시 퇴근을 하는 분이었다고 합니다. 또는 늦게까지 일하는 것이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고 보는 상사도 있었습니다.

Z세대 신입사원은 책임감이 부족하고 개인주의적이며 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챙기려고 한다는 ‘프레임’. 과연 이것이 ‘Z세대’만의 문제일까요?

Z세대를 다루고 있는 한 책(‘결국 Z세대가 세상을 지배한다’, 저자 김용섭)에서는 한국갤럽 여론조사연구소의 1992년 조사결과를 인용해 과거에도 젊은 세대에게 비슷한 사회적 시선이 존재했다고 짚었습니다. 당시 ‘어른들은 요즘 젊은이(20대)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주제로 전국 30세 이상 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성세대는 당시 20대였던 X세대에 대해 △자기 권리만 주장한다(86.9%) △이기적이다(86.6%) △예의를 모른다(79.9%) △일에 대해 무책임하다(54.5%) 등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은 기업의 주축이 된 X세대도 20대 신입사원일 때 Z세대와 비슷한 평가를 받았다면 이것은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겠죠. ‘젊은 세대’에 대한 일종의 프레임이 작용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는 기업이 신입사원을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 즉, 사회 구조 문제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필요하다고 느껴서 스스로 야근을 하는 것과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다릅니다. Z세대도 필요한 경우 야근을 하는 것에 대해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필요하다고 느껴서 스스로 야근을 하는 것과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다릅니다. Z세대도 필요한 경우 야근을 하는 것에 대해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조직과 미디어가 ‘Z세대’를 개인주의적이라고 특징짓는 만큼 SNS나 커뮤니티에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기성세대’에 대한 프레임화가 이뤄집니다. ‘꼰대’라는 이미지로 말이죠. 그렇지 않은 기성세대도 있지만 일반화된 Z세대와 마찬가지로 일반화된 ‘꼰대’가 돼버립니다.

이렇게 되면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갈등구도가 더욱 견고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대 갈등이 부각되기 때문입니다. 희생을 강요하는 조직문화를 과거 세대가 수용했다고 해서 신세대가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잘못된 건 아니라고 봅니다. 종종 무례함을 ‘직설적인 성격’이라고 포장하기도 하지만 이건 개인의 문제이지 세대의 문제가 아닙니다.

B씨는 오히려 출퇴근시간을 보장해주고 일‧여가 병행이 가능할 때 회사에 대한 애사심과 충성심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애사심이 없기 때문에 칼같이 출퇴근시간을 지킨다는 지금의 편견을 뒤집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퇴근 후 매주 스터디 모임을 통해 한 주 동안 공부한 것을 발제하고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을 나누는 시간을 가집니다. 또는 경제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기도 합니다.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아 틈틈이 공부를 해놓아야 기사를 쓸 때 참고할 게 많아지고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을 테니까요. 

외국어도 언젠가 쓸 일이 올 것 같아서 꾸준히 공부하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사실 이 부분은 의지와는 다르게 자주 못하고 있습니다. 지칠 때는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통해 시간을 보내면서 재충전을 하기도 하죠.

충분히 누린 여가시간은 일에서의 효율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OECD 국가들 중 한국이 노동시간은 길면서도 시간당 노동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 시기입니다. 일을 제대로 해야 하는 만큼 여가도 제대로 주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오래 일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일을 잘 한다는 건 주어진 시간 안에 능률적이고 효율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서로를 프레임 속에 가두며 대립할 것이 아니라 조직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함께 이해하고 노력하는 게 필요한 시기 아닐까요.

 

근거자료 및 출처
도서 ‘결국 Z세대가 세상을 지배한다’ (김용섭 지음)
2021.08 퍼블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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