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3년도 예산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3년도 예산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예정된 정책조정회의를 취소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 원내대표는 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정부∙여당의 비협조적 태도를 비판하면서 단독수정안 제출 가능성을 언급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생 예산의 대폭 증액을 위해 초부자 감세를 철회하고 정부안의 감액 규모를 최대한 확보하자는 우리 민주당의 최종 제안을 정부와 여당이 끝내 거부한다면, 우리로선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를 위해 부득이 단독 수정안을 제출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 여당도 이번만큼은 ‘윤심’이 아닌 민생, 민심을 위해 전폭적인 수용과 양보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어제도 밤 늦게까지 예산안 협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정부의 막무가내와 여당의 발목잡기로 한 발짝 내딛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639조 원이라는 최대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하고 국회 예결위 심의를 통해 1.2조 원 감액에만 동의해줬다. 그 후 양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협상에서도 정부는 예년과 다른 세입과 세출의 특성이 반영된 예산안이라면서, 헌법이 규정한 국회의 감액 심의권을 거의 인정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예산 규모가 더 작았던 문재인 정부 5년간은 단순 회계 이관을 제외하고도 평균 5.1조 원을 국회에서 감액했다”며 “이런 상식적 전례에 비춰봐도 현 정부와 여당이 과연 예산안 처리에 의지가 있는지조차 매우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복합경제위기가 무색할 정도로 민생예산 확충에는 관심이 없고 국가 예산안 심의만 방해하고 있다”며 “여당도 정권이 바뀌었다고 입법부임을 망각하고, 행정부와 일심동체가 되어 국회의 책무를 스스로 저버리고 있다. 예산안 처리를 위해 여당이 야당을 조르고 쫓아다녀도 모자랄 판에 불요불급 예산 감액부터 서민민생예산 대폭 증액까지 무조건 반대만 하면, 대체 소는 누가 키우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박홍근(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환 정책위의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예산안 관련 여야 2+2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박홍근(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환 정책위의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예산안 관련 여야 2+2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박 원내대표는 “국채 발행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거면 현 정부안의 감액을 더 과감하게 수용해야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고 민생 경제에 재정 여력을 집중할 수 있다”며 “법정 기한도 넘긴 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왔지만, 정부와 집권 여당이 자신의 책무를 포기한다면 감액 중심의 단독 수정안 제출이 불가피하다. 단독 수정안은 초부자 감세와 불요불급한 ‘윤심 예산’을 대신해 민생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최후의 저지선이자,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라는 국민과의 약속 이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 또한 “과거부터 국민의힘은 소위 부자 정당, 기득권 정당, 특권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며 “이번에 세법, 예산 부수 법안을 처리해 나가는 과정을 보니 실제로 정부 여당은 부자 정도가 아니라 '슈퍼 부자'들을 위한 정당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질타했다.

여야는 9일이 정기국회 종료일임을 감안해 8일과 9일 본회의를 열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과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예산안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정기국회 종료일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박 원내대표의 언급처럼 더불어민주당은 5조원 이상의 예년 수준 감액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정부는 최대 2조원 이상 감액은 불가능하다고 버티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 이전, 지역화폐 등 쟁점 예산과 예산 부수 법안에서 팽팽하게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감액이 정당한 감액이라기보다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한 방책이라고 보고 있다. 이 대표 체포를 막기 위해 예산안을 볼모로 ‘방탄 국회’를 위해 임시국회 소집을 준비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어 더욱 협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예산안을 볼모로, 민생을 볼모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물타기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법, 소득세법 등 정부안을 수용하기로 했고,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예산 부수 법안 협상을 위해 만남을 가진 만큼 정기국회 종료 직전 극적 합의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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