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자동차 지분 매각을 공식화한 삼성카드가 처분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 뉴시스
르노코리아자동차 지분 매각을 공식화한 삼성카드가 처분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르노자동차코리아와 삼성그룹은 언제쯤 진짜 이별의 마침표를 찍게 될까.

지난 14일, 삼성카드는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을 공시했다. 지난해 8월 전해진 르노자동차코리아(당시 르노삼성자동차(르노삼성, 이하 르노코리아) 지분 정리 관련 보도에 대한 재공시 기한이 도래한데 따른 것이다. 다만, 공시 내용은 앞서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나, 매각방식과 대상 및 절차 등은 구체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르노코리아는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남다른 자동차 사랑을 동력 삼아 1995년 ‘삼성자동차’란 이름으로 출범했다. 이어 1998년 SM5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얼마 후 터진 외환위기로 인해 고 이건희 선대회장은 ‘자동차 꿈’을 접어야 했다. 그렇게 삼성자동차는 2000년 르노그룹으로 매각됐고, 르노삼성으로 이름을 바꿨다.

다만, 삼성그룹이 르노코리아를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었다. 삼성카드를 통해 르노코리아 지분을 보유하며 2대주주로 남았고, ‘삼성’ 브랜드를 사용하고 싶다는 르노그룹 측 요청도 받아들였다. 삼성그룹 입장에선 이를 통해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많은 공을 들인 삼성자동차의 명맥을 보다 뚜렷하게 남기며 혹시 모를 미래를 대비한 카드도 가지고 있을 수 있었다. 르노그룹 입장에서도 국내시장에서 ‘삼성’ 브랜드를 사용하며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뚜렷했다. 이처럼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르노삼성’이란 이름으로 동행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이해관계도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르노코리아는 2010년대 후반 들어 판매실적 및 업계 내 위상이 급격히 위축됐고, 노사갈등이 지속되기도 했다. 삼성그룹 입장에선 르노코리아로 인해 삼성 브랜드가 훼손되는데 따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르노그룹 역시 실적이 신통치 않은 가운데 삼성 브랜드 사용에 따른 로열티 지급 부담이 커졌다.

이에 양측의 결별설이 거듭 제기됐고, 실제 양측은 2020년 만료된 브랜드 사용권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2년 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이후 르노코리아는 올해 초 사명을 변경하며 삼성을 떼어냈다. 지난 5월에는 중국의 지리자동차가 르노그룹과 손을 잡으며 르노코리아 지분 34.02%를 확보해 삼성카드를 제치고 2대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르노코리아와 삼성그룹이 동행을 멈추면서 르노삼성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아직 완전한 이별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삼성카드가 보유 중인 르노코리아 지분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카드가 보유 중인 르노코리아 지분은 당초 19.9%였지만, 지리자동차의 지분 확보 과정에서 13.1%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8월 르노코리아 지분 매각 방침을 공식화한 삼성카드는 당초 빠른 처분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으나 1년이 훌쩍 넘도록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지리자동차가 르노코리아 지분 확보를 추진하고 나설 당시 삼성카드 지분 매각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 역시 실현되진 않았다.

문제는 르노코리아 지분 매각 대상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우선, 르노그룹과 지리자동차가 경영 측면에서 주도권을 꽉 쥐고 있는 가운데, 삼성카드의 보유 지분은 규모가 애매하다. 또한 당장의 실적이 예년에 비해 신통치 않을 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 전반은 물론 르노코리아의 미래 지속성장 가능성도 확신하기 어렵다.

르노코리아와 삼성그룹의 진짜 이별은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지, 또 그 대상은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삼성카드는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6개월 이내에 르노코리아 지분 매각에 대한 입장을 재공시할 예정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삼성카드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
2022. 12. 14.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