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국내에서 최초로 고독사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졌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담당 조직을 만들어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4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국내에서 최초로 고독사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졌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담당 조직을 만들어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마비시켰던 지난 2년간 국내에선 1인가구 증가 추세에 따라 사회적으로 단절되는 인구가 함께 늘었다. 이에 사회에서 관심을 받지 못하고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증가했고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사각지대에 놓여 보이지 않았던 죽음에 대한 실태조사가 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가운데 이를 예방하기 위한 고민이 시급해 보인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올해 4월부터 약 8개월에 걸쳐 최근 5년간(2017년~2021년) 국내에서 발생한 고독사 현황 및 특징을 조사하고, 지난 14일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4월 1일 시행된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고독사예방법)’에 근거해 국내에서 최초로 실시된 조사다.

고독사예방법에선 ‘고독사’에 대해 △가족‧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독사 사망자 수는 2019년을 제외하면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17년에 2,412명이었던 고독사 사망자 수는 △2018년 3,048명 △2019년 2,949명 △2020년 3,279명 △2021년 3,378명 등으로 증가했다. 2019년엔 기저효과(2018년 고독사 포함한 전체 사망자수 증가)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전체 사망자 수에서 고독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연평균 1% 내외 수준이다. 

◇ 50대, 전체 고독사 사망자 중 29.6%

복지부의 연령별 고독사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50대가 전체 고독사 사망자 중 29.6%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60대(29.0%) △40대(15.6%)△70대(12.5%) △80대 이상(6.0%)으로 나타나 고독사가 젊은 층보다는 중‧장년층과 노년층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고독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은 50~60대로, 전체 고독사 사망자 중 52.8~60.1%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독자 사망자 수는 매년 남성이 여성에 비해 4배 이상 많았는데, 지난해에는 5.3배로 격차가 확대됐다. 특히 최근 성별 고독사 사망자 수의 연평균 증가율이 여성은 5.6%인 것에 비해 남성은 10.0%로 나타나 모든 지표에서 남성이 여성에 비해 고독사에 취약했다.

이에 따라 50대 남성 및 60대 남성이 고독사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고독사 사망자 중 50대 남성(26.6%)과 60대 남성(25.5%)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52.1%)을 넘는다.

서울대행복연구센터는 이에 대해 50~60대 남성이 건강관리 및 가사노동에 익숙치 못하고 실직‧이혼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연령대이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복지부도 중‧장년 남성에 대한 고독사 예방 서비스가 시급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고독사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은 50대와 60대 남성이다. /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고독사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은 50대와 60대 남성이다. / 보건복지부

◇ 1인가구↑… 고연령층 ‘고립’되기 쉬워

전문가들은 고독사가 증가한 원인 중 하나로 1인가구 증가에 따른 사회구성원 간 결속력 약화를 꼽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 고연령층 1인가구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인가구 증가 추세와 빠른 속도의 고령화에 따라 고연령층 고독사 예방을 위한 사회적 방파제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연령대별 1인가구는 29세 이하가 19.8%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70세 이상이 18.1%로 뒤따랐다. 주목해야 할 점은 고령화와 저출생으로 인해 2050년에는 29세 이하 1인가구 비중은 7.5%로 감소할 전망이지만 70세 이상 1인가구 비중은 42.9%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는 점이다.

노년층의 인구와 1인가구 비중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지병에 의한 사망률과 자살률 또한 높아져 노인고독사 또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0대 이상 사망자 수는 전체 사망자 수의 85.7%를 차지한다. 또한 자살률(인구 10만명당 명)은 80세 이상(62.6명) △70대(38.8명) △50대(30.5명)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복건복지부 '자살예방백서'는 밝혔다.

노인고독사에 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의 고독사는 주로 독거노인에게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경제적 빈곤 △건강 문제 △사회적 고립 및 소외 등이 제시됐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시기는 나이가 들면서 사회생활에서 멀어지게 되는 시기다. 이 과정에는 육체적 건강 악화 외에 다양한 상실감, 우울 등 정신적 건강 문제가 수반되곤 한다. 노화의 과정에서 건강문제가 생길 때 경제적 문제가 따라붙고 사회적으로 소외되기까지 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연구보고서는 노인의 고립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짚었다. 노인의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기 위한 △노인대학 △노인교양과정 등이 시행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접근성 제한과 노인의 건강상 이유 등으로 한계가 있어 전문가들은 이를 전담할 수 있는 인력과 사회적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복지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체 고독사 중 20~30대의 비중은 약 6.3~8.4%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연령이 어릴수록 자살로 인한 고독사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기준 연령별 고독사 중 자살 사망 비중은 19세 이하의 경우 100.0%를 차지했고 △20대 56.6% △30대 40.2% 등으로 집계됐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청년층에 대한 고독사 예방 정책도 정신‧심리지원 등 자살 예방 정책과 적극적인 연계‧추진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이날 “이번 실태조사는 고독사라는 새로운 복지사각지대 위기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감 있게 대응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최근 외로움‧고독사를 담당하는 전담조직 설치를 발표한 주요 해외국가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내년 1분기까지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 수립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근거자료 및 출처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 
2022.12.14 보건복지부
2022 통계로 보는 1인가구
2022.12.07 통계청
김원중(2022), 노인고독사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역할에 관한 법적 검토
2022.04 일감법학 제51호
우리나라 자살현황을 담은 「2022 자살예방백서」
2022.06.14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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