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내 캠페인‘ 시작 후 불붙은 재사용 움직임, ‘제로 웨이스트 지도’ 만든 가정주부도
그린피스 “국내 기업, 재사용 시스템 도입 미진…중장기적인 플라스틱 생산 감축 계획안 마련해야”

‘쓰레기.’ 못 쓰게 되어 내다 버릴 물건이나, 내다 버린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명시된 ‘쓰레기’의 정의다. 하지만 우리가 ‘쓰레기’로 낙인찍어 내다 버리는 것들 중에는 ‘쓸모가 여전한’ 것들이 적지 않다. 실제 그렇게 버려진 쓰레기는 새로운 자원이 되거나 에너지로 재탄생해 새 생명을 얻기도 한다. 지구를 병들게 하는 원흉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지구를 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쓰레기의 역설’인 셈이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실천하는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환경오염원 감소를 위한 해법과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사용 감축을 위해 재사용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그린피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사용 감축을 위해 재사용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그린피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한 기후 변화 및 생태계 파괴가 전세계적인 이슈로 등장하면서 각 나라 정부는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이에 발 맞춰 대한민국 환경부도 지난 10월 20일 ‘전 주기 탈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하면서 다회용 택배포장, 일회용품 미제공 기본값 설정, 다회용기 사용 소비자 혜택 제공 등을 통해 2025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20% 감축하기로 했다.

이어 지난달 28일 외교부‧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 등 우리 정부 대표단은 우루과이 푼타델에스테에서 유엔 주도 하에 열린 ‘제1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2024년 제정될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플라스틱 생산 감출을 위해 국내에서 펼치고 있는 재사용 프로젝트가 최근 시민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 ‘용기내 캠페인’ 통해 소비자들의 플라스틱 사용 축소 유도 

그린피스가 국내에 추진 중인 대표적인 재사용 프로젝트는 ‘용기내 캠페인’이다.

지난 2020년 4월부터 시작된 ‘용기내 캠페인’은 물건(특히 식품류)을 구매할 때 플라스틱 봉지나 용기 대신 재사용 용기를 이용해 물건을 담도록 독려하는 시민 참여 캠페인이다.

그린피스에 의하면 ‘용기내 캠페인’에는 ‘용기를 내고 물건을 받아간다’와 ‘용기를 잃지 말고 힘을 내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용기내 캠페인’은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소비자 활동을 독려하고 궁극적으로는 기업·정부의 변화를 요구하는 캠페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린피스 SNS의 용기 내 해시태그 게시물이 이달 15일 기준 8만9,000개가 넘어섰고 용기내 챌린지 관련 유튜브 영상 조회수도 56만회를 돌파했다”며 “지금까지 그린피스 ‘용기내 캠페인’에 동참해주신 누적 서명자는 약 23만명에 이르는 등 그동안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냈다”고 덧붙였다.

그린피스가 추진 중인 ‘용기내 캠페인’은 다양한 형태로 지자체, 지역사회, 기업 등에 확산되고 있다.

작년 2월 10일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는 ‘용기내 캠페인’에 동참해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에서 미리 준비한 장바구니 손수레를 통해 문어·굴·농어 등 수산물을 구입했다. 

‘용기내 캠페인’은 다른 형태의 캠페인으로 변형되기도 했다. 경기 용인시 가정주부 A씨는 구글 맵을 활용해 ‘YounGiNae-YounGiN(용기내-용인)’라는 제로 웨이스트(폐기물이 없는, zero waste) 지도를 만들어 온라인상에 배포했다.

2020년 12월 만들어진 이 지도에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상점 1,000여개가 등록되는 등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21년 2월 25일에는 경기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일회용 포장지·포장용기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용인시내 첫 ‘제로웨이스트 샵’인 ‘용기내 가게’가 문을 열기도 했다.

이어 같은 해 6월 5일 롯데시네마는 전국 롯데시네마 108개 지점에서 고객이 직접 준비한 다회용기에 팝콘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해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롯데시네마는 작년 1월부터 최초로 친환경 시네마 선언을 함과 동시에 재활용이 쉬운 팝콘 용기 사용을 늘리고 있다. 

이밖에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마트는 2020년 6월 국내 대형마트 중 최초로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50% 줄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2021년 8월말 수지·분당 등 경기 성남 지역에서는 ‘용기내 챌린지’가 펼쳐졌다. ‘용기내 챌린지’는 직접 ‘용기를 내서 식재료·음식 등을 용기에 담아오는 운동’으로 2020년 그린피스와 배우 류준열 씨가 진행한 ‘대형마트 플라스틱 없애기’ 운동에서 시작됐다.

이보다 앞선 2019년 3월 그린피스는 시민 32명과 함께 3주간 조사를 통해 서울을 남동‧남서‧북동‧북서 총 4구역으로 나눠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 없이 장을 볼 수 있는 가게들을 조사해 지도(플라스틱없을지도)로 제작했다.

타이베이 훼미리마트의 재사용 컵 대여 시스템 / 그린피스
타이베이 훼미리마트의 재사용 컵 대여 시스템 / 그린피스

◇ 해외 주요 국가 및 글로벌 기업에까지 퍼진 ‘재사용 프로젝트’

그린피스의 재사용 프로젝트는 국내 뿐만아니라 이미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올래 3월 31일 훼미리마트는 아시아 최초로 대만 타이베이 가맹점 400여곳을 대상으로 재사용 컵 대여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훼미리마트는 대만 내에서 두 번째로 큰 편의점 체인이다.

훼미리마트가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지난 3년간 그린피스 타이베이 사무소가 펼친 적극적인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 캠페인이 한몫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그린피스 일본 사무소는 ‘굿바이 웨이스트 맵’을 제작해 다회용기에 물품을 담아 판매하는 상점 1,700개를 지도 내 등록시켰다. 그린피스 독일 사무소는 플라스틱 포장재 없는 제품 및 중고 옷 구매 상점 등이 표기된 ‘리유즈맵’을 구현했다. 

이와 함께 그린피스 필리핀 사무소는 산후안시와 협업해 리필스테이션(미용·세탁용품 등을 용기 없이 판매하는 곳)을 설치했다.

일회용 포장 대신 재사용 시스템을 선택한 글로벌 기업들도 차츰 증가하는 추세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리필‧재사용 시스템으로 유명한 미국 루프(Loop)사는 여러 유통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재사용 가능한 포장재‧용기에 제품을 담아 고객에게 배달하고 사용이 끝난 빈용기를 회수한 뒤 세척해서 재사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루프사와 유사한 시스템을 갖춘 월리샵(Wally Shop)은 최근 미국 전역으로 서비스 확대에 나섰고 미국 제로(Zero)사는 재사용 용기에 담은 식료품 배달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디스패치 굿즈(Dispatch Goods)사는 미국 현지 음식점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테이크아웃 음식을 재사용 용기에 담아 제공하고 이후 고객들이 반납한 용기를 세척해 재사용하고 있다.

미국 에코팟(Ecopad)사는 개인 생활용품‧청소용품 리필 자판기를 출시했는데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일회용 플라스틱이 아닌 재사용 용기에 제품을 필요한 만큼만 담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영국의 스타트업인 컵클럽(CubClub)사는 고객들이 컵을 빌려 사용한 뒤 전용 수거함에 컵을 반납하면 수거 후 세척해 재사용하도록 하는 테이크아웃 컵 재사용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남미 칠레 알그라모(Algramo)라는 회사는 리필 자판기와 전기자동차를 이용한 배달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린피스 조사 결과, 포장재가 플라스틱 쓰레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 그린피스
그린피스 조사 결과, 포장재가 플라스틱 쓰레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 그린피스

◇ 재사용&리필 시스템 통해 플라스틱 생산 감축

그린피스는 우리 기업·정부가 재사용&리필 시스템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플라스틱 감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나라 캠페이너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선 누구나 공감하고 있지만 기업·정부의 변화는 매우 미진한 편”이라며 “이 중 그린피스를 포함해 많은 환경단체들이 국내 기업들에게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제기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아직까지 시늉만 하는데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기업들이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은 플라스틱 무게 줄이기, 라벨 없애기 등 실질적 플라스틱 감축과는 거리가 먼 생색내기용 대책만 내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린피스에 의하면 기업들은 일회용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고자 제품 경량화에 나서기도 한다. 이때 제품 생산량을 일정하게 감소하면서 전 제품에 경량화를 적용한다면 의미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반면 제품을 경량화하면서 작아진 제품을 감싸려고 일회용 포장재 생산을 오히려 늘린다면 플라스틱 총 사용량에는 변화가 없어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없다.

그린피스는 부정적 사례로 글로벌 생활용품업체 유니레버를 꼽았다. 과거 유니레버는 일부 제품을 경량화했지만 실제 포장재에 사용된 플라스틱 양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았다는 게 그린피스 측 설명이다. 

더불어 그린피스는 국내 기업들도 제품 경량화를 실시하고 있으나 경량화가 실제 적용된 플라스틱 제품은 극히 일부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그린피스가 국내 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라벨 없애기 등을 통해 자체 플라스틱 감축에 나서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린피스가 조사한 결과 각 기업별 플라스틱의 평균 감축량은 생산량 대비 5% 내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나라 캠페이너는 “지난해 설문조사 당시 국내 기업들은 비용 문제, 제도상 미비점 등 현실적인 이유를 내세워 재사용 시스템 도입이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며 “하지만 현행 ‘기구 및 용기포장의 기준 및 규격 고시’에서는 세척을 통한 재사용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식품 안전을 고려해 세척 가능한 재사용 용기를 개발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며 “아울러 1차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명확히 밝히고 이를 토대로 중장기적인 플라스틱 생산 감축 계획안을 마련해 투명히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그는 “정부 역시 갈짓자 행정이 아닌 세계적인 동향에 맞춰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한 선제적 행정을 펼쳐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재활용 기반이 아닌 재사용&리필 시스템으로의 전환과 적극적인 ‘국제 플라스틱 협약’ 참여 등이 필요하다”며 강조했다.

한편 그린피스는 시민 누구나 재사용 프로젝트에 참여·실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시민들이 재사용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재사용 가능 다회 용기 사용 △텀블러‧다회 용기 등에 식음료 담아오기 △리필스테이션 위주 소비 △그린피스 플라스틱 사용량 조사(올해 조사 결과 이달 14일 발표) 참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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