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박진옥 나눔과나눔 상임이사를 마포구에 위치한 나눔과나눔 사무실에서 만나 무연고 사망자 증가 원인과 대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사진=김현수 기자
지난 20일 박진옥 나눔과나눔 상임이사를 마포구에 위치한 나눔과나눔 사무실에서 만나 무연고 사망자 증가 원인과 대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사진=김현수 기자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무연고 사망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는 가족관계 단절, 장례비용 부담, 법률상 장례를 치를 수 있는 가족 부재 등 다양한 이유들로 발생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무연고 시신처리 현황은 △2017년 2,008명 △2018년 2,447명 △2019년 2,656명 △2020년 3,136명 △2021년 3,488명이다.

장례를 치를 수 있는 가족범위가 좁은 것이 원인 중 하나다. ‘장사법’ 제2조(정의) 16호는 연고자를 △배우자 △자녀 △부모 △자녀 외의 직계비속(손자·손녀) △부모 외의 직계존속(조부모) △형제·자매 등으로 한정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에 보건복지부가 법률상 가족이 아닌 사람도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지침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는 법개정이 아닌 지침으로 때로는 유명무실해지는 경우도 있다.

민간단체인 ‘나눔과나눔’은 서울시에서 2015년부터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진행하고 있다. 나눔과나눔의 공영장례 법제도화 노력 끝에 결국 2018년 3월에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가 제정됐으며 같은 해 5월 10일 서울시립승화원에 무연고자 공영장례 전용 빈소가 마련됐다.

박진옥 이사는 혈연중심 가족제도가 약화되고 있는 것을 무연고 사망자 증가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 사진=김현수 기자
박진옥 이사는 혈연중심 가족제도가 약화되고 있는 것을 무연고 사망자 증가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 사진=김현수 기자

<시사위크>는 지난 20일 마포구에 위치한 나눔과나눔 사무실에서 박진옥 나눔과나눔 상임이사를 만나 무연고 사망자 증가 원인과 대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진옥 이사는 혈연중심 가족제도가 약화되면서 관계 단절 및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고인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나눔과나눔은 2019년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서울시 공영장례지원 상담센터’를 운영해왔다.
“공영장례조례 제정 이후 나눔과나눔이 했던 장례지원 모델을 바탕으로 2018년 5월부터 12월까지 서울시 공영장례를 시범운영했다. 시범운영을 통해 공영장례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상담 및 지원 기능이 절실하다고 판단하게 되면서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상담센터를 설치하게 됐다.”

- 자체 후원금으로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상담센터를 만들 때 서울시가 예산이 없으니까 나눔과나눔이 운영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2021년까지 3년 정도하면 공영장례 상담센터를 제도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자체 예산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 공영장례에 유가족이나 지인들이 참여하는 데에 나눔과나눔은 어떤 역할을 하나.
“사별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화장 날짜가 정해지면 시신 위임한 가족들한테 부고문자를 보내드린다. 공영장례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고인과 어떤 관계였든 상관없이 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저희들의 역할이다. 주소지가 고시원인 고인이라면 혹시 친하게 지내시는 분이 있는지 고시원에 연락한다.”

- 전국에서 매년 무연고 사망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어떤 원인이 있다고 보는가.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남녀 비율은 8대 2로 남성이 많다. 남성이 가족들과 단절돼 20년~30년 동안 안 만난 시기가 언제냐고 역추적 하면 IMF가 나온다. 실업 및 사업 실패 등으로 인해 가족과 단절되거나 이혼한 것이 1차적 이유다.

더 이상 혈연 중심의 가족이 한국 사회에 작동하지 않는 점도 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형제와 분가해 살다 보니 더 이상 가족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무연고 사망자 중에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70% 된다.

사회보장제도들이 마련돼 치매, 장기 요양 등을 국가가 책임지게 됐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이전에는 가족과 개인들이 책임지는 영역을 국가의 영역으로 가져왔다. 그러나 장례는 가족들이 알아서 하라고 한다. 공영장례가 필요해지는 이유다.”

- 무연고 추모의 집에 유골이 봉안되면 유가족들을 합동위령제에만 고인을 찾아갈 수 있다. 이렇게 운영하는 이유가 뭔가.
“처음 설치 자체 목적은 유족이 나타났을 때 연고자에게 유골을 전달하기 위한 공간이었다. 납골당의 목적은 아니었다. 그래서 합동위령제 때라도 개방해달라고 요청해 협조를 받았다. 하지만 무연고 사망자가 증가하고 다양한 사별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새로운 고민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서울시의 경우 승화원이 아닌 별도의 공간에 있어 따로 인력이 요구된다. 개방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다. 현실적으로 상시개방이 어렵다면 사별자가 미리 신청하면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를 만드는 방안도 있다.”

- 유골을 다른 납골당으로 옮기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나. 
“당연히 있다. 가족 대신 장례가 지침으로 마련 됐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문의했더니 ‘장사법’ 제2조 제16호에 따라 ‘시신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라면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을 인계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몇 주 전에 확인했다. 구청의 공문이 있으면 된다.”

박진옥 이사는 '가족 대신 장례'가 보건복지부 지침으로 실시되고 있지만 나아가서 해당 제도를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김현수 기자     
박진옥 이사는 ‘가족 대신 장례’가 보건복지부 지침으로 실시되고 있지만 나아가서 해당 제도를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김현수 기자     

- 무연고 사망자가 증가하는 만큼 상담인력이나 공영장례 인력 문제, 빈소문제가 있을 것 같다. 어떤 상황인가. 
“서울의 경우 2018년에 만든 공영장례 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했다. 향후 어떻게 운영할지 서울시와 고민하고 있다. 처음에는 하루에 1명 장례를 했지만 인원이 많아져 오전과 오후에 각각 2명씩 장례를 하게 됐다. 내년에는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빈소를 늘리거나 장례 횟수를 늘리거나 해야 한다. 다른 지자체들은 이런 고민이 없는 것이 문제다. 다른 지역에서는 서울시 운영방식과 달리 장례식장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경우 사별자가 장례에 참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 나눔과나눔은 2015년부터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지원해왔다.
“무연고 공영장례는 기초자치단체의 역할이다. 서울시는 25개 구청이 업무를 하는데 이들의 공문을 받아서 장례식에 참여하는 게 저희들의 역할이다. 저희들이 활동하기 전에도 시신은 화장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에 장례식이 들어간 것이 공영장례다.”

- 홈리스 추모제에서 공영장례 조례가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에서 애도의 지역 격차가 생기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공영장례 조례가 없으면 예산이 없으니까 장례를 못한다. 또한 실효성 없는 공영장례 조례가 의외로 많다. 조례는 있지만 예산이 없는 지자체도 있다. 해당 지자체 내 주소지를 등록한 사람만 대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죽음의 격차가 있다.

또 공영장례를 물어볼 곳이 없어서 격차가 발생한다. 서울의 경우 나눔과나눔이 있어서 전화하면 상담이 된다. 실제 제가 전국 지자체에 전화한 적이 있다. 공영장례 조례가 있어도 공영장례를 잘 모르거나 담당자가 안내를 제대로 안했다.”

- 2020년 2월부터 보건복지부 ‘장사업무 안내’ 지침에 생전에 장례주관자를 지정(내 뜻대로 장례)하게 하거나 사후 친밀한 사람이 연고자 대신 장례(가족 대신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신청하는 ‘무연고 사망자 장례주관자 지정’제도가 마련됐다. 이전에는 장사법상 가족 등 연고자를 제외하고는 장례를 치를 수 없었나. 
“그렇다. 연구 보고서도 내고 2019년 9월에 세미나도 하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더니 보건복지부가 11월에 2020년에 이 제도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지침이 만들어졌다.”

- 장례주관자를 지정하는 것은 법률에 명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장되지는 않는다. 
“법률이 아니기 때문에 장례식장, 장례지도사, 구청 무연고 담당자 등의 실무자들이 몰라서 생기는 문제가 있다. 이들이 (장례주관자 지정)제도를 몰라 서류상 가족이 아니면 못한다고 설명할 수가 있다. (실무자들이) 나눔과나눔에 물어보면 안내해주지만 저희를 모르면 그러지 못한다.

‘의료법’ 사망 진단서 발급하는 기준. ‘민법’에서의 가족 정의 등 시대에 맞춰서 바꿔야 한다. 여성가족부가 작년까지만 해도 ‘건강가정기본법’의 가족 정의를 바꾸겠다고 했지만 올해 철회됐다. ‘장사법’을 개정하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장사법의 전신은 ‘묘지 및 매장에 관한 법률’이다.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위한 법률은 아니다. 이걸 개정해도 한계가 있다.”

박진옥 이사는 사회보장제도로 공영장례를 도입하는 것을 연구할 계획이다. / 사진=김현수 기자
박진옥 이사는 사회보장제도로 공영장례를 도입하는 것을 연구할 계획이다. / 사진=김현수 기자

- 개정이 시급한 법률이 있다면.
“내 뜻대로 장례가 되려면 장례 내용을 유언장에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유언장에는 장례에 관련된 것은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민법상 장례 관련 사항이 유언장 항목에 들어가고 그것을 공증 받을 수 있고 그에 따라서 사후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는 게 시급한 문제다.”

- 30년 목표를 세우고 나눔과나눔 역할이 필요 없어지면 단체 문을 닫겠다고 했다.
“정말 (나눔과나눔이) 필요 없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비전이다. 지금 가장 큰 역할은 상담센터 역할이다. 상담센터를 공영장례 조례에 명시하려 한다. 만약 명시되면 공영장례가 제도적으로 더 안정적이 된다.

내년에는 사회보장제도로서 공영장례가 과연 가능할까 연구할 계획이다. 사회보장제도로 장기요양보험이 생겼다. 사회보장제도가 생긴다면 나눔과나눔을 더 이상 안 해도 된다.”

- 공영장례 조례에 상담센터가 명시되면 예산 지원 근거가 되는 건가? 새로운 기관을 만드는 건가. 
“서울시가 직영하는 상담센터가 만들어질 수도 있고, 민관협력으로 위수탁을 할 수도 있다. 보통 이런 센터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보니까 위수탁을 많이 한다. 그러면 나눔과나눔이 현재 담당하는 상담기능이 제도화되면서 연구 또는 다른 지자체 공영장례 지원 등으로 활동을 확장할 수 있게 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