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전공 겸임교수.
 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전공 겸임교수.

“가계빚 1,000조원 시대 돌입” “한국경제 뇌관, 가계부채 1,000조원 넘어서” 2014년 1월, ‘가계빚  1,000조원 시대’라는 언론보도가 뒤덮였다. 국민 모두가 1,000조라는 빚이 있구나 정도는 알 정도였다. 그리고 2021년 1월, “트리플 1,000조원 시대 돌입 초읽기”라는 기사들이 언론에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말 기준 가계부채(가계신용통계 기준)는 1,870조6,000억원으로, 이 중 가계대출은 1,756조8,000억원, 판매신용은 113조8,000억원이다. 은행과 보험사, 대부사업자로부터 받은 대출 금액과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 대출은 국내 가계빚의 상태를 보여주는 수치다. 

가계빚이 많아도 갚을 능력이 있다면 경제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선진국형 저성장국면에 돌입한 우리의 가계부채 문제 핵심은 갚을 여력도 약해지고 있는데 반해 가계빚의 증가속도 뿐 아니라 총량마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설상가상 미국의 물가상승 문제로 단기간내 진행된 급격한 금리인상은 가뜩이나 불안한 대한민국의 가계부채 문제를 점점 악화시키며 커다란 경제부담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되돌아보면 2008년 700조이던 가계부채는 2014년이 되면서 1,000조 시대에 들어섰다. 5년 만에 50%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에 대해 IMF의 경고가 있었으나 별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최장기간 저금리시대로의 진입이 시작됐다.  2%이던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015년 1.5%, 2016년엔 1.25%까지 내려갔다. 

가계입장에서는 1,000조원의 부채가 있었으나, 저금리로 인해 부담이 적어지면서 금리인하분 만큼 자금을 추가대출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는 LTV·DTI 규제완화와 함께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한국과 달리 앞서 저금리정책을 펼치던 미국은 이즈음부터 0.25%이던 기준금리를 2017년 1.25%, 2018년엔 2%까지 인상한다. 양적완화를 멈추고 긴축정책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기축통화국 금리를 추종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부채부담이 경제문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박근혜 정부는 이에 부랴부랴 가계부채 종합대책방안을 발표한다. 2016년 8월 25일 집단대출 관리강화 방안까지 내세우며 펼친 가계부채 대책은 이미 불붙은 저금리 유동성과 정부의 ‘빚내서 집사라’는 투기조장정책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이맘때부터 한국과 미국금리는 역전됐고 2년간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낮은 초유의 시간이 진행되면서 가계 부채가 폭증하게 됐다.

이러한 와중에 2011년 ‘제로 금리시대(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를 연 유럽에 이어 일본이 2016년 1월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실시했다. 전 세계가 유동성 파티를 시작했고, 한국도 향후 벌어질 경제위기 문제의 싹을 키우는 줄 알면서도 금융관료들과 정부당국자들, 그리고 금융산업자본주의 추종세력들이 서민 중산층을 상대로 부채확충정책을 방치해왔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폭등과 함께 자산버블현상이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으나, 정작 경제펀더멘탈을 강화시키지도 못했고 경제정책효과를 보이지도 못했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미국은 경제둔화를 우려해 다시 금리인하 정책으로 정책방향을 회귀한다. 결정적으로 2019년 말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는 경제침체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비정상적인 초저금리상태를 유지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한 문제들이 소리 없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세계경제는 동시다발적인 과도한 양적완화와 확장재정정책, 그리고 초저금리 통화정책 등으로 경제시스템을 유지해왔다. 이로 인한 유동성의 팽창증가는 필연적으로 물가인상과 자산가격 버블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대부분의 국가들은 한마디로 가짜 돈, 빚으로 경제시스템을 유지하고 이어가는 상황으로 치달아왔다.

전 세계 자본주의는 과잉생산과 유효수요 부족으로 인한 주기적 경제침체 혹은 경제위기의 문제를 부채증가를 통해 유지하는 방식으로 연명해 왔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그 끝은 항상 경제위기를 발생시켜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모든 경제시장 참여자들이 인지하고 있는 현 시점의 경제버블은 경제침체 혹은 경제위기라는 폭우를 퍼부을 것이고, 각 국가와 시장참여자들은 이 폭우의 시기를 얼마나 현명하게 대처하는가가 작금의 당면한 과제다.

방언하고 올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경제상황 속 부동산 정책을 살펴보자. 정부는 부동산 하락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부동산 정상화라는 정책을 앞세우며 있는 자를 위한 정책방향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 지원정책에는 그렇게 인색하던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양두구육’이란 단어를 연상케 하는 방향성을 초지일관 유지하고 있다. 상생임대인 제도, PF부실의 금융위기 전이를 막기 위한 건설사와 금융사에 대한 선제적 자금지원, 다주택자의 세금 감면, 임대사업자의 부활, 각종규제 철폐, 기존 주거복지로드맵상의 공급계획마저 인위적으로 조작한 공급량 축소 및 공급시기 지연 등을 교묘하게 ‘서민 주거복지 안정’이란 코스프레를 통해 펼쳐나가고 있다. 

그 내용을 철저히 분석해보면 한마디로 다주택자들에게 최대한 혜택을 주고, 투기판을 깔고 기득권들에게 돈벌이 좌판을 벌였던 박근혜 정부 정책의 ‘시즌2’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판박이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임대사업자 확대정책은 한마디로 실패한 정책이었다. 말 그대로 국민 대부분의 주거 안정성을 짓밟는 투기조장 활성화 정책이었던 것이다. 그나마 서민들에게 도움이 됐던 건 전세금 폭등에 따른 전세난을 막기 위한 ‘연 5%이내 인상’ 조건 하나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역전세난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도대체 누굴 위한 정책인가. 무주택자와 청년들을 위한 정책인가? 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대부분의 청년들이 기가 막혀서 혀를 차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다주택자 투기꾼의 부하 아니면 한패거리”라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7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총재는 무리한 재정정책으로 국민 비판을 받으며 총리가 사임했던 영국의 재정정책에 대해 분명하게 비판하면서 “부자감세 정책은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경제를 더 위험하게 만들고, 경제침체를 피할 수 없게 한다”고 했다. 또한 “세계 각국은 통화긴축정책과 재정정책이 일관되지 않을 경우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부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지 말라”고 강경하게 경고했다. 그런데 이 정부는 이 경고가 들리지 않나보다. 국민의 비판도 무시하는 정책시행은 분명히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다.

진정으로 국가경제와 국민주거를 걱정한다면, 자산가들이 건설사들의 미분양 물건에 대해서만 매입할 수 있게 해 건설사의 유동성확보를 도와주게 하고 대신 과감한 양도세 혜택을 준다면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공익에도 부합할 뿐 아니라 국민들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정부의 진정성은 필자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공급확대를 통한 주거안정이란 정책 속에 신도시와 청년을 위한 정책들도 포함돼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임대주택 공급예산을 줄이고, 용산정비창에 예정됐던 4.000세대의 공급물량을 1,600세대로 축소하는 등의 모습을 볼 때, 과연 이 정부가 국민을 위한 진정성이 있다고 보이는가? 

공공택지물량의 40%를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공급하고, 60%는 임기 후반부인 그 뒤에 공급하겠다는 발상을 보면 더 신뢰가 가지 않는다. 2027년은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해다. 임기 5년 중 임기만료 전 2년 내에 공공택지물량의 60%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신뢰성이 없어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공공택지의 민간건설사 분양물량에 대한 사전청약제도마저 없애는 걸 볼 때, 이 정부에 국민주거안정과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정책의 진정성은 기대하기 힘들다. 바닷물을 다 마셔보지 않아도 손가락으로 찍어서 맛만 보면 누구나 바닷물이 짜다는 걸 알 수 있다.

삼포세대, 오포세대로 불리며 어려운 자본주의 양극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젊은 청년들을 보노라면 기성세대로서 가슴이 아련하게 아파온다. 청년들에게 희망이 있어야 국가의 미래가 있다는 것은 진리이며 국가존립의 필수적 요건이기도 하다. 

이제는 우리 기성세대가 이 부동산 망국병을 끊을 때다. 악마의 탈을 쓰고 항상 자본주의를 떠들며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득한 자신들의 뱃속을 채우기에 급급한 세력과 인간들을 이제는 부동산 시장에서 몰아내야 할 때다. 정치인들마저 종종 이 세력들에게 잠식돼 추잡한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정말 역겹고 힘들다. 이제 더 이상 청년과 무주택자들의 부채증가를 유인 조작해서 집값을 떠받치고 기득권들의 시커먼 뱃속을 채우는 후진국적 정책은 멈춰야 한다.

국민 모두가 국가의 미래와 우리의 후손들 그리고 청년들을 위해, 또 우리 자신을 위해 더 이상 부동산 망국병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말 합심해 국가경제의 암 덩어리를 끊어내야만 대한민국은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할 것이다.

정부는 철저히 민간 건설업자와 다주택자들, 즉 기득권들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진보정권에게도 특별히 기대할 것이 없어 보인다. 다 같은 한통속일거라는 생각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이제는 우리 국민 모두가 나서서 공익성이 결여된 부동산정책을 정부나 정치인들이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지 못하게 하고 주택정책의 틀을 완전히 바꿔야할 때다. 언론과 시민단체와 국민들의 철저한 감시와 비판의 목소리가 한 곳으로 뭉쳐지기를 진심으로 갈망하고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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