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 확산으로 온라인을 통한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 공간이 확산되면서 성매매 알선 및 매수자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접근이 점점 더 용이해지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최근에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 확산으로 온라인을 통한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 공간이 확산되면서 성매매 알선 및 매수자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접근이 점점 더 용이해지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성매매는 성착취다. 어쩌면 생소할 수도 있는 이 문장은 꽤 오래전부터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 보호기관 및 전문기관들이 주장해오던 바다. ‘성매매’라는 단어는 성을 주체적으로 사고판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사회 전반에 되묻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아동·청소년에게 선택권 없는 선택을 강요해 온 성매매 시장으로부터 우리 사회는 얼마나 아이들을 보호해왔는가.

◇ 디지털 성범죄에서 시작되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

현재 국내에서는 성매매가 불법이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성매매 시장은 음지에서 몸집을 불려왔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추정하고 있는 지난해 국내 성매매 시장 규모는 약 30조원 수준이다. 2000년대 이후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 범죄도 증가 추세에 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과거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 범죄는 가출 후 생존에 어려움을 겪는 고위험군 아동‧청소년이 주된 피해자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 확산으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디지털 공간에는 아동‧청소년이 많이 분포해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릴 만큼 적응력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공간은 성매매 알선 및 매수자에게도 편리한 공간이다. 한국소년정책학회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용자가 자신의 신분을 정확하게 드러내지 않고 불특정 또는 다수인과의 교제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채팅사이트 등은 범죄를 이용하려는 자에게 있어 매우 편리하다.

과거 성매매집결지 등 산업형 성매매와 달리 스마트폰이 상용화된 이후 사적 성매매로 개별화되면서 아동‧청소년을 보호할 수 없는 상황이 쉽게 발생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이런 개인형 청소년 성매매가 포주 또는 알선업자 아래로 조직화되기도 하는데, 이때 중간알선업자들은 청소년을 보호해준다는 명목으로 탈성매매를 저해하거나 성매매 할당량을 강요하는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성매매 피해자는 점차 저연령화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 분석’에 따르면 성매매 알선‧영업의 피해자 평균 연령은 15.8세로 지속적인 하향 추세에 있다.

◇ 불균형한 권력관계로 인한 ‘선택권 없는 선택’

지난 2020년 5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에 큰 변화가 있었다. 성매매의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을 범죄 가담자로 보는 ‘대상 아동‧청소년’이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성매매 피해아동‧청소년’이라는 용어를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법률에서조차 성매매의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을 ‘피해자’라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수사기관 및 재판기관을 포함한 사회의 인식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아직까지 사회는 성착취나 성폭력은 폭행 또는 협박이 매개된 것이지만 성매매는 그렇지 않다는 시각을 가지고 성매매 행위의 대상이 된 청소년을 피해자가 아니라 범죄 가담자 및 선도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십대여성인권센터가 ‘대상 아동‧청소년’을 삭제하기 위해 법 개정 운동을 핵심적으로 해왔던 것은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에게 있다고 여겨지는 ‘자발성’을 삭제하기 위함이었다”며 “그러나 이미 ‘성매매’에 대한 편견이 너무 강해서 법이 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수사기관은 아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매매라는 단어를 풀이하면 ‘성을 사고파는 행위’라고 해석하게 되므로 피해 아동‧청소년이 ‘스스로 선택해 성을 팔았다’고 여겨진다는 의미다. 그러나 조진경 대표는 과연 성매수자와 아동‧청소년이 동등한 관계인가를 되묻는다.

그는 최소한 아동‧청소년에 있어서는 성인 성매수자와의 관계에서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고 짚었다. 애초에 디지털 성범죄로 유입되는 아동‧청소년들이 성매매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게 된다는 것이다. 온라인 그루밍으로 시작해 사진을 보내게 하고 이걸 빌미로 더 심각한 영상을 요구한다. 결국 이것은 오프라인 상의 성범죄와 성매매로 이어지게 된다.

‘성매매’라는 단어가 갖는 ‘사고판다’는 의미 때문에 아동‧청소년의 자발성만 부각되고 성매수자의 행위와 상황의 심각성은 드러나지 않는다. 아동‧청소년이 피해자가 아니라 가담자라는 편견은 수사기관아 알선업자에게 돈만 받고 끝내라 등의 조치도 쉽게 내릴 수 있게 만든다. / 게티이미지뱅크
‘성매매’라는 단어가 갖는 ‘사고판다’는 의미 때문에 아동‧청소년의 자발성만 부각되고 성매수자의 행위와 상황의 심각성은 드러나지 않는다. 아동‧청소년이 피해자가 아니라 가담자라는 편견은 수사기관아 알선업자에게 돈만 받고 끝내라 등의 조치도 쉽게 내릴 수 있게 만든다. / 게티이미지뱅크

관련 전문기관들도 동일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에서는 성매매 대신 ‘성착취’라는 용어를 이전부터 사용해왔다. 아동이 성인과 성관계하는 경우 나이‧성별‧성정체성‧인지능력‧지위‧체력‧경제력 등의 다양한 요인에 의해 권력 불균형이 존재하기 때문에 동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해도 성착취로 본다는 것이다.

이는 성착취가 아닌 ‘성매매’라는 용어가 성착취 행위가 상호 합의에 의한 것이라는 인상과 아동 측에도 책임이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성매매라는 용어를 사용해왔던 국가들도 성착취로 용어를 변경하는 추세에 있다.

아동‧청소년 등 미성년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본인에게 잘못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한시적 제한이다. 법적 권리가 제한되기 때문에 법적 책임에서 또한 책임이 면제된다. 청소년보호법에서 술‧담배 등을 청소년유해약물 등이라고 정의하고 금지하는 이유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성매매에서는 유독 아동‧청소년의 ‘자발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성매수자의 행위와 상황의 심각성은 가려지고 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성매매는 아동‧청소년에게 유해하지 않은가, 성매매 피해와 성폭력 피해를 구분할 수 있는가”라고 되묻는다.

◇ ‘성매매 피해’에서 ‘성착취 피해’로

이에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전문기관들 및 연구기관들은 국내서도 성매매라는 용어 대신 ‘성착취’라는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청소년성보호법상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이라는 용어를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성착취 피해아동‧청소년 건강보고서 토론문을 통해 청소년성보호법의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으로의 변경은 당사자에 대한 △낙인 문제 △대국민 인식 문제 △제도적 접근 전반에 있어서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예컨대 지난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등의 과정을 거쳐서 청소년복지지원법상 ‘가출 청소년’이라는 용어를 ‘가정 밖 청소년’으로 변경하는 것으로 법률이 개정됐다. 이는 청소년의 가출한 행위가 아니라 가정 밖이라는 위기 상황에 주목하도록 하고, 이들이 ‘비행‧일탈 청소년’이 아닌 ‘취약‧위기 청소년’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해 아동복지법상 시설을 퇴소하거나 위탁보호가 종료된 ‘보호종료아동’이 ‘자립준비청년’으로 정책용어가 변경된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그러나 아동‧청소년의 자발성을 강조하는 사회 인식과 더불어 마치 노동을 사고파는 것처럼 성을 사고파는 것에도 스스로 책임을 져야한다는 식의 반박은 오래전부터 계속돼왔다. 혹은 스스로 성을 사고파는 것을 선택한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묻기도 한다.

이에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여성과 남성 모두에 대한 성상품화가 일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성상품화와 성노동이 누구를 위해 있어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전했다.

결국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려는 것은 성상품화 대상으로 놓여 쉽게 성매매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성상품이 되는 객체와 성을 구매하려는 주체에 특정 젠더 및 계층이 집중돼있다면 이는 불평등에 기반한 사회적 문제라고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측은 여성가족부에게 청소년성보호법상 ‘성착취’로의 용어 변경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안 중에 있다. 다만 성착취로 용어를 바꾸면 성범죄 피해 구별이 모호해진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논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아동 성착취 근절은 몇 가지 법을 개선한다고 해서 근절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인식이 바뀌고 국가와 사회가 섬세하게 아동 성착취 근절 방안을 설계‧이행하면서 다듬어야 한다고도 짚었다. 이제는 더 넓고 지속적인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여성과 인권 제21호, 제22호
2019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성매매는 ‘성착취’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의료지원현황 분석을 중심으로' 보고서
2022.09 십대여성인권센터
2022 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 매뉴얼
2022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박찬걸(2017), 랜덤채팅을 통한 청소년 성매매의 효과적인 대응방안
2017 소년보호연구 제30권
‘대상 아동·청소년’ 삭제, 시행 1년 평가 토론회
2021.11 십대여성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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