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시골의 겨울은 정말 춥고, 농사철에 비해 할 일이 없다. / 박우주
시골의 겨울은 정말 춥고, 농사철에 비해 할 일이 없다. / 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우리가 귀농귀촌을 하고 처음 겪었던 시골의 겨울은 너무 추웠다. 귀농하기 전 조언을 해주셨던 이장님 댁에서 한 달에 50만원 넘게 난방비를 쓰신다고 해 놀랐는데, 실제로 겨울이 오니 진짜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럴 수밖에 없던 게 우리는 단열이 잘 안 되는 옛날 시골집에 살았기 때문에 절약을 한다고 난방을 22도로 맞춰놓고 살아도 하루 종일 보일러가 돌아갔다. 그 당시 기름값이 900원 정도 했었는데 2드럼(36만원)을 넣어야 한 달을 썼고 전기난로까지 틀어야 했다. 그래서 이때 새로 집을 짓는다면 단열을 1순위로 생각해서 지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참고로 지금 새로 지은 집은 23도에 보일러를 맞춰놓고 1드럼을 넣으면 한 달 반 이상 쓴다. 조금 아쉬운 건 5년 전 900원이었던 기름 값이 지금은 1,600원이다.

시골에 사는 분들은 대부분 화목보일러를 많이 사용한다. 나무를 이용해서 보일러를 돌리는 것인데 주변에서도 계속 화목보일러를 설치하라고 권유를 많이 하셨다. 이유는 따뜻하고 절약이 돼서인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랑 화목보일러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우선 나무를 구할 곳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도 트럭이 없다. 사람들은 농사짓는 사람은 꼭 트럭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더 사기 싫어져서 트럭을 안 샀다. 트럭이 없으니 나무를 가져올 수가 없다. 물론 배송을 받으면 되지만, 그보다 큰 이유가 있다. 화목보일러를 쓰는 농부들은 굉장히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우리를 잘 안다. 우리는 부지런하지 않다. 그래서 신경쓸만한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우리 농장 원칙 중 하나다. 

할 일 없이 걱정만 늘어났던 겨울을 우리는 업그레이드하는 시간으로 삼기로 했다. / 박우주
할 일 없이 걱정만 늘어났던 겨울을 우리는 업그레이드하는 시간으로 삼기로 했다. / 박우주

시골에서 처음 겪었던 겨울은 충격이었다. 춥고, 할 게 없었다. 겨울이 되니 고민이 더 깊어졌다. 봄여름가을은 농산물을 키우고 판매하면서 바쁘게 살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고민들을 잠시 잊었는데, 겨울은 할 게 없으니 걱정만 늘어갔다.

그래서 겨울을 우리를 업그레이드할 방법들을 찾는 시간으로 삼자고 생각했다. 여행도 다니고, 대화도 많이 하고, 인터넷 검색도 하고 지냈다. 

1·2년차엔 내년에 농산물 가공품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지 가공센터에 가서 상담 받고, 여러 지역을 여행 다니며 판매하는 농산물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2·3년차엔 유튜브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편집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고민하고 영상편집 프로그램을 배웠다. 3·4년차엔 당시 추진 중이던 집짓기와 관련해 고민하고 조사했다. 

이처럼 자칫 위기일 수 있었던 겨울을 기회로 생각하니 우리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결과는 대부분 계획했던 대로 됐고, 이번 겨울 역시 계획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다시 우리의 겨울 이야기를 해보겠다. 3년 연애 동안 한 번도 싸운 적 없던 우리는 신혼과 귀농이 겹치며 최악의 신혼을 보냈다. 신혼집은 빈집이었고, 살면서 한 번도 하지 않던 육체적인 농업 일을 해야 했다. 거기에 겨울은 너무 춥고, 가만히 있어도 난방비가 줄줄 새어 나갔다. 그래서 결심했다. 

“겨울은 시골에서 보내지 말고 각자 부모님 댁에서 지내자.”

우리는 1월부터 3월까지 각자 부모님 집에서 지냈다. 가끔 만나 데이트도 하고, 회의도 하고, 상대방 부모님 집에서 잠도 자며 겨울을 보냈다. 떨어져 있으니 서로의 소중함도 알게 되고 미안한과 고마움을 느끼면서 더 우리는 단단해진 것 같다.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몸이 멀어지니 마음이 더 가까워졌다. 집을 짓기 전까지 3년 동안은 겨울을 그렇게 보냈다. 

집을 짓고 난 뒤 각자 부모님 집에 가봤다. 불편해서 잠을 못 잤다. 새로 지은 집은 고요하다. 도시는 많이 시끄럽다. 집을 집고 난 뒤 다른 곳에서 2~3일 이상 자본적이 없는 거 같다. 내 집이 최고다. 

시골 농부들에게 겨울은 한가함 속에 다음 농사를 준비하는 계절이다. / 박우주
시골 농부들에게 겨울은 한가함 속에 다음 농사를 준비하는 계절이다. / 박우주

그렇다면, 시골 사람들은 겨울에 무엇을 하면서 지낼까? 궁금했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봤다.

우선 집이 엄청나게 따뜻하다. 땀이 날 정도로 따뜻하게 지내신다. 거기서 대부분 TV를 보시고, 나무를 하러 가시거나 경로당 또는 다른 집으로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러 다니시기도 한다. 할 게 없는 건 다들 마찬가진 것 같았다.

겨울엔 내년 농사에 대한 대화도 오간다. 이번에 농산물 가격이 별로였던 건 하지 않고, 다른 걸 심으려고 준비 중이라는 것 등이다. 가장 마음이 아픈 건 매년 겨울 대화를 할 때마다 농사규모를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 뵀던 구기자 스승님은 처음에 약 1,000평의 구기자 농사를 지으셨는데, 지금은 힘드셔서 약 300평 정도만 지으신다. 시골에 살면 고령화를 더욱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겨울에 꼭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도 있다. 바로 농업지원사업을 계획하는 것이다 모든 지역에 농업지원사업이 있다. 매년 초쯤 공지가 나오는데 기술센터 홈페이지 같은 곳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지난해 것을 미리 확인해서 어떤 사업이 있는지 파악하고, 자신의 상황과 자금에 맞는 농업 지원사업을 미리 생각해 연초에 나오는 지원을 받으면 농장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도 농업지원사업을 통해 많이 성장했다. 

물론 누구나, 아무나 받을 수 있는 지원은 아니다. 이것도 경쟁률이 있기 때문에 나는 항상 말한다. 3년차 까지 자신 농장을 알리고 농업스펙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경쟁력이 올라가고 자신이 원하는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꼭 농장에서 농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활동들을 하면서 자신을 알리라고 말한다. 

특히 이러한 혜택은 한 번 받으면 3년 동안은 다른 혜택을 받지 못한다. 처음부터 아무거나 받으려고 욕심내지 말고, 정말 필요한 지원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상황과 농장발전에 맞춰 초기·중기·후기로 나누어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시골의 겨울은 힐링, 그리고 계획의 계절이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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