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2022년 연말, 북한으로부터 날아온 무인기 여진이 해가 바뀌어도 이어지고 있다. 군은 해당 무인기를 격추시키지 못했고, 결국 놓쳤다. 이 무인기가 서울 하늘을 돌다 못해 용산 인근 비행금지구역(P-73)을 침범한 사실까지 뒤늦게 밝혀졌다. 

처음 무인기가 들어왔고 격추를 시키지 못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질책했다고 한다. 드론 부대 창설도 지시했다. 북한이 또다시 도발할 경우, 비례적 대응이 아닌 압도적 대응까지 주문했다. 아주 강경하다. 그런데 이 강경한 메시지 사이에 사과는 보이지 않는다.

왜 대통령이 사과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이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하는 책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여당은 서울 하늘을 휘젓고 북한으로 돌아간 무인기로 인해 불안했을 국민에게, 경계 실패와 작전 실패로 실망했을 국민에게 사과와 위로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아무도 사과를 하지 않았다. 군은 인근 주민에게 문자 공지도 못 한 이유로 ‘실시간으로 작전이 이뤄지고 있어 문자 등으로 알리지 못했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만일 전쟁이 벌어져도 실시간으로 작전이 이뤄지고 있어 공지를 못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합리적 의심일까. 안보 불안에 대해 ‘사과할 결심’을 아무도 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이 무인기가 용산 인근 비행금지구역을 침투했다고 한다. 이 가능성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김 의원은 북한의 무인기가 서울 은평·종로·동대문·광진·남산 일대까지 왔고, 용산 대통령실로부터 반경 3.7㎞인 P-73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군은 아주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무인기가 당시 P-73 북쪽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 뒤늦게 발견되면서 군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애초에 왜 이렇게 강하게 부인한 것일까. 군이 이를 뒤늦게 파악한 것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대통령은 바로 국민에게 알리라고 지시했다. 이는 좋은 판단이다. 

그 이후 대통령실은 김 의원에게 ‘무인기가 P-73을 침범했다는 정보를 어디서 얻었느냐’고 힐문했다. 여당은 4성 장군 출신인 김 의원을 ‘이적행위자’로 몰아세웠다. 바로 국민에게 알리는 좋은 판단을 했음에도, 대통령실은 야당 의원을 비난하면서 이를 무색하게 했다. 기자는 국방에 대한 지식이 없다. 그러나 군 당국이 밝힌 비행궤적을 언론을 통해 접한 후, ‘용산 인근도 지났을 수 있겠다’고 추론했다. 그렇다면 기자에게도 정보의 출처를 캐물을 심산인가. 

심지어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군이 입장을 번복했다’고 말한 취재진에게 “번복이라 하면 군 당국이 은폐를 했다는 걸 전제하는 것이냐”는 취지의 반문을 여러 차례 했다. 번복이라는 단어는 은폐나 거짓을 전제하지 않음에도 말이다. 

애초 대통령실, 정부, 군 당국이 ‘비행금지구역을 지났을 가능성도 있으나 아직 판명되지 않았다. 추적 중이다’라고 밝혔다면 어땠을까. 

잘못을 인정해야 사과도 한다. 인정할 결심도 하지 못했으니, 사과할 결심은 더 어려울 것이다. 두 결심 모두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번 인정하고 사과하면 다음은 쉬울 것이다. 2023년에는 어려운 길로 돌아가는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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