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외교부가 2022년 12월 19일 서울서부지법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보도로 논란이 된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고 피고는 박성제 문화방송 대표이사입니다. 이에 따라 직접 발언을 한 윤석열 대통령은 논란에서 빠지게 됐습니다.

여권에서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야권은 일제히 질타에 나섰습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무슨 발언이었는지 정확하게 설명하면 되는데 법정까지 끌고 가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또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빠진 소송에 과거 ‘고발사주’ 사건까지 끌고나와 '본인 손에는 더러움 묻히지 않겠다는 심산이냐'고 비판했습니다.

Q. 이게 언제 일어났던 일이죠?

A. 지난해 9월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순방 도중 윤 대통령이 한 국제회의장을 떠나면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 한 내용이 방송 기자단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MBC는 해당 발언의 OOO부분을 ‘바이든’으로 해석해 자막을 달고 최초 보도 했습니다.

논란이 커진 것은 대통령실에서 ‘바이든’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면서입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은 “지금 다시 한 번 들어봐달라”며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대통령실에서는 전문가에게 의뢰해 음성분석을 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전문가 자문 자료를 요구했지만 업체 측에서 비공개를 요구했다며 자료 제출을 거절하기도 했습니다.

Q. 윤 대통령은 당시 발언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A.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 기자들과 처음 만난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자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는 동맹이 필수적인데 사실과 다른 보도로서 이 동맹을 훼손한다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그와 관련한 나머지 얘기들은 먼저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당시 발언에 대해 긍정이나 부정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진상이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것의 의미를 정확히 유추하기는 어렵지만, 발언의 사실관계 여부보다 동맹이 중요한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훼손시킬 수 있는 보도가 나온 연유에 대한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는 논리로 해석됩니다.

윤 대통령이 당시 발언을 기억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습니다. 처음 논란이 됐을 때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대체로 ‘대통령이 내용을 기억하지 못 한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27일경부터 ‘비속어는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바이든이라고는 안했다’는 입장이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국회’가 미 의회가 아닌 우리나라 국회라는 해명이 나오자 야권에서는 “그렇다면 우리 국회의원들을 향해 욕설을 한 것이냐”고 성토했습니다.

한편, 당시 바로 옆에서 수행했던 박진 외교부 장관도 이후 언론 인터뷰와 국회 답변을 통해 논란이 된 비속어 표현 등을 “들은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단순히 사적 발언일 뿐이었는데 외교문제로 비화되는 것 같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당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뉴욕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대 위에서 공적으로 말씀하신 것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면서 한 말을 누가 어떻게 녹음했는지 모르겠다”며 "대통령의 공식 발언이 아닌 것에 의미를 부여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Q. 외교부는 이번 소송에 대해 뭐라고 발표했나요?

A. 정정보도를 청구한 이유에 대해 우리 외교부는 “사실과 다른 보도로 인해 우리 외교에 대한 국내외 신뢰에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며 “사실 관계를 바로 잡고 우리 외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청구를 제기했지만, MBC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므로 외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방법은 이제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는 것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 뉴시스

Q. 윤 대통령이 아니라 외교부가 소송을 걸 수 있나요?

A. 외교부에서는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우리 외교의 핵심 축인 한미 관계를 총괄하는 부서로서 문화방송 보도에 가장 큰 피해자인 바, 소송 당사자 적격성을 가진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병민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외교부가 소송을 했다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에 흠집을 낼 수 있는 사건이라고 규정하기 때문”이라며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미국 백악관에 관련된 질의서를 보냈는가 하면 여러 불미스러운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실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외교부에서 한미간의 문제에서 사실관계를 정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Q. MBC는 끝까지 잘못이 없다는 주장인가요?

A. MBC는 언론중재위에서 외교부와 조정을 시도했을 때도 허위보도가 아니라는 이유로 정정보도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후속보도를 통해 대통령실의 반론권도 보장한 만큼 당시의 보도를 정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 과정에서 언론중재위가 ‘반론보도’라는 중재안도 제기했지만 외교부는 정정보도가 아니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MBC는 반론 보도를 추가로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Q. 야권의 입장은 어떤가요?

A. 윤 대통령이 직접 밝히라는 주장이 대다수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의 발언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침묵하면서 무엇을 가지고 재판을 하자는 것이냐. 윤석열 대통령이 본인의 입으로 한 발언을 잊은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입으로 실토하지 못할 만큼 부끄러워하면서 무슨 소송을 하겠다는 것이냐”며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는 법원이 대신 답할 문제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직접 답해야 할 일”이라고 질타했습니다.

정의당 또한 같은 날 “‘바이든’이 맞느냐, ‘날리면’이 맞느냐. 논란이 시작된 게 언 몇 달째인데 지금까지 이 질문에 대한 대통령의 시원한 대답 하나 듣지 못해 온 국민이 대통령의 의중이 무언지 관심법을 써서 추측하게 만들고 있다”며 “제발 쓸데 없는 논란으로 언론 길들이려는 그 못된 습성 좀 버리길 바란다. 문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오는 대통령의 실언이다. 소송까지 갈 일도 아니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일각에서는 소송에 윤 대통령이 아니라 외교부가 나선 것을 두고 ‘고발사주’를 떠올린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발언이 허위라는 입증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발언 당사자가 윤 대통령이면 직접하거나 최소한 대통령실에서 해야한다. 그런데 왜 외교부를 시키느냐”며 “고발사주와 똑같다. 당시에도 피해자는 윤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였는데 고발은 정당을 통해서 한 거 아니냐. 당시 정당 역할을 지금 외교부가 하는 거다. 소송 같은 것은 다른 사람 시키고 성과 내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모양”이라고 말했습니다.

Q. 이번 소송으로 외교부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요?

A. 외교부가 소송까지 가는 이유가 결국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자 언론을 상대로 기강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정치권 일각에서 보고 있습니다.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한 사례가 적고, 이번 녹취록을 두고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소리공학 전문가들도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소송까지 선택한 것은 정치적 액션이라는 지적입니다.

한 법조계 출신 의원은 “이런 식으로 정부가 강하게 나오면 실제로 심리가 진행이 되든 안되든, 누가 승소를 하든 정부는 일정한 효과를 얻는다”며 “‘날리면’이라고 믿고 있던 국민들은 역시 ‘날리면’이 맞다고 생각하게 되고, ‘바이든’이라고 생각하던 국민들도 ‘진짜 날리면이니까 저렇게 나오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그는 “언론을 상대로도 정부가 끝까지 간다는 경고를 줄 수 있다. 그런 의도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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