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계약 기간 중 세입자가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 됐습니다. 문제는 세입자가 1년형을 선고받았는데 전세 계약은 6개월 후 끝난다는 겁니다. 이 경우 세입자가 더는 거주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데 제가 직접 짐을 빼내거나 명도소송을 해야 하는 걸까요?”

세입자가 급작스럽게 수감, 입영, 사망 등의 이유로 부재인 경우 집주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계약 변경이 필요한 의사표시를 전달해야 하는데 세입자의 부재는 그것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 특히나 세입자가 범죄를 저질러 수감 된 경우라면 세입자를 내보내는 게 쉽지 않고 임대한 부동산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이 생길 수 있다.

집주인이라면 당연히 월세나 전세 수입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길 희망한다. 하지만 세입자가 범죄를 저질러 임대차 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계약해지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경우 명도소송이 해답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절차보다 집주인이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

세입자가 수감 중일 때 집주인이 주의해야 할 첫 번째이자 실수할 수 있는 부분은 세입자의 짐에 함부로 손대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이는 세입자가 꼭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오랜 기간 부재중일 때 집주인이 저지를 수 있는 부분. 계약 기간 중이라면 당연히 세입자의 집에 함부로 들어갈 수 없고 심지어 계약 기간이 끝났더라도 세입자의 주거지에 침입하여 짐을 빼낼 수도 없다.

아무리 집주인 소유의 부동산이더라도 스스로 세입자의 짐을 빼낼 수 없다. 세입자가 명도의사(집을 비워준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법률상 세입자의 거주지기 때문이다.

만약 세입자가 수감 중이라 더는 거주하지 못해 집주인이 함부로 세입자의 집에 들어가 짐을 빼낸다면 주거침입죄나 재물손괴죄 등으로 형사 처벌받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이 같은 상황에서는 명도소송을 통해 승소 판결을 받은 후 강제집행 절차로 세입자의 짐을 빼내야 법률상 안전한 명도절차로 볼 수 있다.

범죄를 저지른 세입자를 내보내고자 명도소송과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할 때도 선행되어야 할 절차가 있다.

명도소송은 계약이 해지돼야만 제기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이 있기 때문. 다만 계약해지는 집주인 혼자서만 주장한다고 성립될 순 없다. 즉 계약의 상대방인 세입자가 이를 확인해야 법률상 성립으로 본다.

하지만 세입자가 수감 중이라 집주인의 계약해지 의사표시가 전달될 수 없다면 의사표시 공시송달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의사표시 공시송달이란 문서를 받을 사람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도달되지 않을 경우 법원에서 법원 게시판에 게시하거나 대법원 규칙에서 정하는 방법으로 당사자에게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절차를 말한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정상적으로 해지 통보가 완료됐다면 이후부터 명도소송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집주인이 주의할 세 번째 사항은 계약해지 의사표시도 정해진 기간 안에 해야 한다는 점이다. 주택 임대차보호법(이하 주임법)상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계약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계약해지에 관한 의사표시를 전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이 기간을 지키지 않는다면 어떤 상황이 생길까? 주임법에는 해당 기간 안에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계약해지 표시를 전달하지 못할 경우에는 ‘묵시적갱신’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수감생활로 주거하지 못하더라도 계약해지 기간을 놓쳤다면 2년 더 계약을 보장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이 같은 시기를 맞추는 게 쉽지만은 않다. 이 경우 소송을 통해 임대차유지가 어려운 불가항력적 상황임을 충분히 알리고 임대한 부동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등을 호소해 계약해지에 관한 긍정적인 판결이 나올 수 있도록 대응해볼 수는 있다.

다만 법률상 임대차 해지 사유에는 속하지 않기 때문에 되도록 계약 해지 기간을 지켜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정리하면 세입자가 범죄를 저질러 수감 중일 때도 집주인이 세입자의 집에 함부로 침입하거나 짐을 빼낼 수 없다. 이 경우 먼저 계약해지 의사를 통보하고 완료된 후에는 명도소송과 강제집행 절차에 따라 세입자를 내보내야 한다. 계약해지는 법률상 정해진 기간 안에 세입자에게 전달해야 안전한 명도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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