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극장가 접수에 나서는 ‘교섭’(왼쪽)과 ‘유령’.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CJ ENM
설 연휴 극장가 접수에 나서는 ‘교섭’(왼쪽)과 ‘유령’.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CJ EN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극장가 최대 성수기 중 하나로 꼽히는 설 연휴, 두 편의 한국영화가 관객 사로잡기에 나선다. 임순례 감독의 ‘교섭’과 이해영 감독의 ‘유령’이 그 주인공. 오랜 시간 왕좌를 지켰던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카메론)의 독주를 끊고 극장가를 접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임순례 감독의 뚝심 vs 이해영 감독의 에너지

‘교섭’과 ‘유령’은 이미 탄탄한 연출력을 입증하며 관객의 신뢰를 얻어 온 임순례 감독과 이해영 감독의 신작이라는 사실만으로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먼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제보자’ ‘리틀 포레스트’ 등 매 작품 새로운 도전과 시도는 물론, 따뜻한 인간애를 담아 관객을 매료해 온 임순례 감독은 ‘교섭’을 통해 인간애와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는 그만의 작품 세계를 한 단계 더 높고 넓은 주제의식과 스케일로 펼쳐 보인다. 

‘교섭’은 최악의 피랍사건으로 탈레반의 인질이 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 정재호(황정민 분)와 현지 국정원 요원 박대식(현빈 분)의 교섭 작전을 그린다. 2007년 실제 발생했던 한 교회 선교단의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를 모티프로 한 ‘교섭’에서 임 감독은 피랍된 인질들이 아닌 그들을 구하러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국가의 존재 이유와 생명의 가치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임순례 감독은 “신념과 신념이 부딪히는 지점, 국가와 국민의 관계, 국가가 어디까지 책임지는 게 맞는가, 잘못을 한 국민은 국민이 맞나 등 묵직하고 큰 테두리에서 던져볼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신작으로 돌아온 임순례 감독(왼쪽)과 이해영 감독.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CJ ENM
신작으로 돌아온 임순례 감독(왼쪽)과 이해영 감독.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CJ ENM

‘독전’(2018)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이해영 감독은 서로를 향한 첨예한 의심 속에서 기필코 작전을 성공시켜야 하는 진짜 ‘유령’의 사투를 스파이 액션 장르로 그려낸 ‘유령’을 통해 뜨거운 에너지를 전달한다.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재미있는 장르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이해영 감독은 독립 투사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동시에, 그들이 어떤 탄압을 어떻게 돌파하며 활약했을지 상상력을 발휘, 아프지만 뜨거웠던 그 시절, 그들의 이야기를 찬란하게 담아낸다. 

이해영 감독은 “일제강점기는 우리에게 승리했던 기억을 주지 못한 비극의 시대지만, 독립운동가들에 관한 기록을 보면서 내가 받은 느낌은 ‘찬란함’이었다”며 “재밌게 영화를 보고, 보고 나서는 당시 그들의 투쟁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담아갈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메시지를 함께 전달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 ‘믿보배’ 격돌… 황정민‧현빈 vs 설경구‧이하늬‧박소담 

충무로 대표 ‘믿보배’들도 대거 출격했다. 우선 ‘교섭’에서는 황정민의 내공과 현빈의 새로운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유능한 외교관이자 협상가 정재호로 분한 황정민은 서서히 그러나 극적으로 변화를 겪는 인물의 심리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교섭 실패의 좌절, 살해된 인질을 마주할 때의 참담함, 그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결단력까지 폭넓게 소화해 몰입을 이끈다. 

국정원 요원 박대식을 연기한 현빈은 거친 수염과 헝클어진 머리 스타일 등 외적 변신은 물론, 과거 트라우마와 싸우며 인질을 구하려는 절박함, 내면의 아픔 등을 다채롭게 담아낸다. 짜릿한 액션 쾌감 역시 그의 몫이다. 처음 호흡을 맞춘 황정민과 현빈의 ‘케미스트리’도 흠잡을 데 없다. 

믿보배들이 대거 출격한 설 극장가. ‘교섭’(왼쪽)과 ‘유령’ 주인공들.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CJ ENM
믿보배들이 대거 출격한 설 극장가. ‘교섭’(왼쪽)과 ‘유령’ 주인공들.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CJ ENM

‘유령’도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을 자랑한다. 경무국 소속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무라야마 쥰지 역의 설경구, 총독부 통신과 암호 전문 기록 담당 박차경으로 분한 이하늬, 총독부 정무총감 직속 비서 유리코 역을 맡은 박소담이 탄탄한 연기력과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몰입도 높은 열연을 펼친다.  

여기에 박해수(신임 총독의 경호대장 다키하라 카이토 역)‧서현우(통신과 암호 해독 담당 천은호 계장 역)‧이솜(흑색단의 행동대원 난영 역)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을 각자의 개성으로 소화하는 것은 물론, 서로를 향한 의심과 반전, 대립과 연대를 선보이며 새로운 연기 앙상블을 완성한다. 

◇ 승기 잡은 ‘교섭’ vs 반격 노리는 ‘유령’

승기는 ‘교섭’이 먼저 잡았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8일 ‘교섭’과 ‘유령’이 나란히 개봉한 가운데, ‘교섭’은 첫날 10만4,795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했다. 둘째 날인 지난 19일에도 6만7,520명의 선택을 받으며 이틀 연속 1위를 지켰다. 

반면 ‘유령’은 개봉 당일 4만1,498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2위에 자리했고, 지난 19일에는 2만9,793명을 기록, ‘교섭’과 3만4,506명을 동원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밀려 3위로 내려왔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던 ‘아바타: 물의 길’은 4위로 밀려났다. 

기선제압에 성공한 ‘교섭’이 기분 좋은 흐름을 끝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유령’이 반격에 성공할 수 있을지. 설 연휴 극장가 대전의 최후 승자는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일별 박스오피스 
2023.01.20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 통합전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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