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위기’다. 최근 부쩍 더 많이 들려오는 얘기다. 청년 인구의 수도권 이탈,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지방 소멸위기론’까지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노인만 남은 마을은 소멸 위기를 현실로 마주하고 있다. 마을, 나아가 지역의 붕괴는 지방자치 안정성을 흔들고, 나라의 근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엄중한 위기의식을 갖고 적합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시사위크>에선 이 같은 시각 아래 현 위기 상황을 진단해보고 과제를 발굴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올해부터 생활인구라는 새로운 인구 개념이 도입됐다. 주민등록인구 및 외국인등록인구 외에 지역에 체류하는 인구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올해부터 생활인구라는 새로운 인구 개념이 도입됐다. 생활인구란 특정 지역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이미정 기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지방의 인구감소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각 지방 지자체가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출산지원금, 정착 지원금, 일자리 정책 등 각종 인구유인책을 펼쳐왔지만 인구 감소세는 이어졌다.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 집중화 등 구조적 문제 속에서 지방이 인구를 획기적으로 늘리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정주인구(도시나 지역에 주소를 정해 거주하는 인구) 유입에만 매달리는 것이 합리적일까.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올해부터 새로운 인구 개념이 도입됐다. 바로 ‘생활인구’ 개념이다. 

◇ 인구정책 패러다임 전환… 올해부터 ‘생활인구’ 도입

올해 1월부터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생활인구’라는 개념이 새롭게 도입됐다. 기존의 주민등록법상 거주인구 중심 개념이 익숙한 일반인들에겐 ‘생활인구’는 아직은 낯선 개념이다. 생활인구란 특정 지역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이다.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포함된 생활인구 개념을 살펴보면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민으로 등록한 사람 △통근·통학·관광·휴양·업무·정기적 교류 등의 목적으로 특정 지역을 방문해 체류하는 사람 △외국인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사람 등 3가지로 분류됐다.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시행령에 따르면 체류하는 사람은 체류횟수가 월 1회 이상인 사람으로 규정됐다.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15조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인구감소지역 내 생활인구를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시책 등을 수립·시행할 수 있다’는 규정이 담겼다. 

생활인구 개념이 도입된 것은, 기존의 거주지 기반 인구 개념으론 ‘지방소멸 위기’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아울러 통근, 통학, 업무, 장기 체류 등으로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제 생활 지역이 다른 현상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인구의 이동성을 반영할 수 있는 인구관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1월 ‘생활인구’의 의미와 향후 과제를 진단한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기준으로 인구 규모를 파악하고 공공서비스 제공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며 “그러나 교통 등의 발달에 따라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제 생활지역 간의 불일치 현상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공공서비스 공급의 비용·편익 간 괴리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짚었다. 이에 주민 등록인구뿐만 아니라 유동인구와 중장기 체류인구까지도 포함한 인구개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어 생활인구 개념이 도입됐다는 분석이다.

또한 지방소멸을 방지할 목적으로 비수도권으로의 인구 이동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인구 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반영한 것으로 국회입법조사처는 봤다. 

◇ 정주인구 유입책 한계…  체류인구로 해법 찾는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과 관계를 맺는 생활인구를 확대해 침체된 지역의 활력을 높일 해법을 찾겠다는 각오다.  

이러한 생활인구과 비슷한 개념으론 일본의 관계인구가 있다. 일본의 관계인구는 지역과 다양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다. / 게티이미지뱅크

이러한 생활인구과 비슷한 개념으로 일본의 관계인구(關係人口)가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관계인구는 지역과 다양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다. 이주해 정착한 정주인구보다는 관계가 약하고, 관광하러 온 교류인구보다는 관계가 강한 특징을 갖고 있다. 지역을 응원하는 사람과 지역의 관계를 심화시키고, 지역이 관계를 계속 유지하도록 해 외지인이 해당 지역으로 이주하도록 유도할 목적으로 만든 인구 개념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지역소멸대응을 위한 관계인구 활용전략’ 관련 정책브리프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은 관계인구의 범주를 이주지향과 관계인구 지향의 정도에 따라 △근거리 지역 연고자 △원거리 지역 연고자 △왕래하는 사람 △어떠한 관계가 있는 사람 등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관계 인구를 확대하기 위해 2018년부터 연간 약 15억엔 규모의 특별교부세로 지방자치단체의 관계인구 창출 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고향납세제도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고향납세제는 응원하는 시·도 등 지자체에 기부를 할 수 있는 제도다. 기부를 받은 지자체는 지역 특산품 등 답례품을 제공해 기부자와의 관계성을 쌓아간다.

또한 일본은 지역 과제 해결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협업해 지자체를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비슷한 개념의 정책은 한국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지역 곳곳에선 정부 및 지자체 지원 사업 아래 △지역 체험 △지역 살기 △워케이션(일과 휴가의 병행) △지역 문화 교류 등 다양한 프로그램 등이 운영돼왔다. 

앞서 본지가 기사로 다뤘던 ‘청년마을’ 사업의 경우 정착 인구뿐 아니라 관계 인구 확대 목적도 있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청년마을 사업은 지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청년들에게 활동공간과 주거기반을 마련하고 지역살이 체험, 지역 자원 발굴, 청년창업 등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해당 프로그램 참여자는 지역에 이주하지 않더라도 지역에 대한 관계성과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해 말 행정안전부 주최 ‘2022년 지자체 인구감소 대응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전남 강진군 생활관광 프로그램인 ‘강진푸소’ 사례는 정주인구와 생활인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진군은 인구감소 대응 사업 4개 분야(산업·일자리, 문화·관광, 의료·보육·교육, 주거·교통)에서 문화·관광 분야에 ‘인구 절벽의 답은? 생활인구 푸소(FU-SO)다’를 제출해 1위에 올랐던 바 있다. 

◇ 강진군의 ‘푸소체험’ 프로그램 눈길… “정주인구와 생활인구 모두 늘려”   

강진군에 따르면 강진푸소는 농촌민박과 농촌체험으로 일정 기간 지역에 머무르며 힐링하는 생활관광 프로그램이다. 강진푸소는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프로그램으로 2015년부터 시작돼 90개소의 푸소농가가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강진군의 지속적인 투자와 지역 주민의 노력이 더해져 2015년부터 현재까지 푸소 운영농가 일자리 115개 창출, 농가소득 40억8,500만원, 푸소체험객 4만6,935명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강진군 측은 푸소를 통해 유입된 관광객은 1회 방문에 그치지 않고 강진을 재방문해 지역농산물을 구입하는 등 생활인구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학생의 재방문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강진군은 이러한 사례로 박시은 국제고등학교 학생의 체험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당시 박시은 학생은 “중학생 때 참여했던 푸소체험을 고등학생이 돼 다시 왔다”며 “이번에 만난 농가에서 또 새로운 추억을 쌓을 수 있어 행복했고 대학생 돼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강진푸소는 농촌민박과 농촌체험으로 일정 기간 지역에 머무르며 힐링하는 생활관광 프로그램이다. 사진은 강진푸소 체험객들이 푸소 농가에서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 강진군청
강진푸소는 농촌민박과 농촌체험으로 일정 기간 지역에 머무르며 힐링하는 생활관광 프로그램이다. 사진은 강진푸소 체험객들이 푸소 농가에서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 강진군청

강진군은 올해 푸소를 시즌2로 확대한다. 공무원·공공기관 퇴직자를 대상으로 은퇴자마을·신규마을을 조성하고 푸소농가를 향후 150농가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또 올해 시행 예정인 강진군 사이버 명예군민제도와 연계해 푸소를 전국에 홍보하고, 정주인구와 함께 생활인구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강진군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푸소 체험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많은 데 비해 푸소 참여 농가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참여 농가를 확대할 계획이고, 빈집 정비와 신규 마을 조성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올해부터 일본의 고향납세제를 벤치마킹해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지역과 관계를 맺는 생활인구 늘리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생활인구 활용 방안, 구체적 논의 필요해”

다만 생활인구가 지역 소멸 위기 및 지역 활성화의 해법이 되기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국회법제처는 향후 과제로 “인구감소지역의 지원을 위해 신설된 생활인구의 활용을 위해선 객관적이고 명확한 선정 기준과 측정방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체류인구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화와 세부적인 기준 제시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어 “생활인구가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기제로 작동하기 위해선 활용할 분야와 활용할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주민등록인구가 지방교부세를 배정받는데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이듯, 생활인구를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을 유지·확대하는 근거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이외에도, 향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계획과 정책 수립시 등록인구와 생활인구를 사용목적에 맞게 구분해 적합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0년간 인천 강화군에서 지역의 다채로운 자원을 활용해 체류, 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민과 외지인의 관계성을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온 협동조합 청풍의 김선아 이사는 <시사위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지방소멸위기를 당장 막기는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지역과 관계성 있는) 생활인구 활용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이사는 “관계인구나 생활인구 유입이 지역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는지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며 “다양한 체류인구를 받아들이면서 지역은 다양성과 개방성을 키워나갈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유인할 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새로운 인구개념인 ‘생활인구’의 의미와 향후 과제
2022. 11. 17 국회입법조사처
지방소멸대응을 위한 관계인구 활용전략
2021. 05. 27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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