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자단이 영화 ‘천룡팔부: 교봉전’으로 한국 극장가 저격에 나선다. / 콘텐츠리
견자단이 영화 ‘천룡팔부: 교봉전’으로 한국 극장가 저격에 나선다. / 콘텐츠리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천룡팔부: 교봉전’(감독 견자단)은 북송 초기 송나라와 거란족의 요나라가 갈등을 겪던 시기를 배경으로, 거지 패거리 개방에 들어가 우두머리인 방주가 된 교봉(견자단 분)이 음모에 휩싸여 살인 누명을 쓰고 개방을 스스로 떠나면서 새롭게 시작되는 여정을 담은 정통 무협 액션이다.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녹정기’ 등을 집필한 김용 작가의 대표작 ‘천룡팔부’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천룡팔부’ 주인공 중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손꼽히는 ‘교봉’의 영웅 서사의 시작을 알린다.

영화 ‘지존무상’ ‘도신–정정자’ ‘지존계상’ ‘도협’ ‘녹정기 2’ ‘시티 헌터’ ‘의천도룡기’ ‘황비홍–철계투오공’ 등을 통해 홍콩 영화 전성기를 이끌었던 배우 겸 감독 왕정이 총감독을 맡고, 세계적 액션 스타 견자단이 출연과 함께 제작‧감독‧무술 감독까지 1인 4역으로 활약했다. 

특히 견자단은 ‘신용문객잔’ ‘황비홍2-남아당자강’ ‘영웅: 천하의 시작’ ‘칠검’ ‘살파랑’ ‘도화선’ ‘화피’ ‘엽문’ 시리즈,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트리플 엑스 리턴즈’ 등을 통해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액션배우 겸 감독으로 활약하며 이소룡‧성룡‧이연걸과 함께 글로벌 액션 스타로 꼽힌다. 

‘천룡팔부: 교봉전’에서 견자단은 주인공 교봉 역을 맡아 화려한 무협 액션부터 절절한 멜로까지 소화하며 다채로운 활약을 보여준다. 오는 25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지난 17일 내한한 그는 20일 인터뷰를 통해 취재진과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연출부터 제작, 무술감독, 출연까지 1인 4역을 소화한 견자단. / 콘텐츠리
연출부터 제작, 무술감독, 출연까지 1인 4역을 소화한 견자단. / 콘텐츠리

-연출과 출연은 물론, 무술‧제작까지 1인 4역을 소화했다. 어려움은 없었나.    
“당연히 많다. 너무 피곤한 일이다. 일이 많고 쉴 시간이 적다. 연기뿐 아니라 감독, 모든 부서와 연기자를 돌보는 일까지 해야 했다. 나도 연기자기 때문에 배우들이 어떤 불안을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배우의 마음을 달래주고 격려해 주고 동시에 감독하는 일이 굉장히 힘들었다. 연기 지도까지 했다. 영화를 만들 때 어떤 부분 하나만 느슨해져도 영화 전체가 루스해 진다. 전면적으로 예술에 참여하는 것이 예술가의 생각을 100% 순수하게 드러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찰리 채플린도 자신이 각본을 쓰고 감독을 하고 연기까지 다 해내서 순수한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만들었다. 이렇게 해야 가장 순수한 자신의 창작물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용 작가의 수많은 작품 중 ‘천룡팔부’를 영화화한 이유는. 
“나는 도전을 좋아한다. 김용 작가의 콘텐츠는 영화화하기 굉장히 힘들다. 인물이나 내용이 복잡다단하기 때문이다. 또 그의 작품을 그대로 영화로 만들고 싶진 않았다. 현대 액션영화의 기법과 융합하고 싶었다. ‘천룡팔부’ 속 교봉은 김용 작가가 써 내려간 많은 영웅 중 가장 멋진 캐릭터다. 정을 중시하고 친구들에게 굉장히 잘 한다. 약속한 것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다. 그런 교봉에게서 현대인들이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인물이라는 환상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압박 속에서 살아간다. 사회는 굉장히 복잡하고 인간관계는 문제가 많다. 그런 지점들이 무협의 세계관과 부합한다고 생각했다. 강호라는 것은 즉, 사회 안에 우리가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교봉이 단순히 무공만 뛰어난 게 아니라 무협 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고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화려한 무협액션을 선보인 견자단. / 콘텐츠리
화려한 무협액션을 선보인 견자단. / 콘텐츠리

-고강도 액션 신들이 굉장히 많았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액션은 카메라 렌즈에 신체적인 언어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미 오랫동안 해온 일이기 때문에 어려운 일은 아니다. 동작 자체는 외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보다 정서적인 것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 이 액션이 다음 신에서 어떤 일로 이어지고 전체적인 흐름에서 어떻게 드러날지 생각한다. 전체적인 흐름을 가져가고 리듬을 잃지 않고, 정서를 장악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이는 마치 작곡 작업과도 같다. 액션 하나는 음표 하나와 같다. 하나의 작은 부호지만 전체적인 음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액션 신도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계속 생각한다.”

-현대적인 액션과 고전 액션, 어떤 것을 더 선호하나. 
“더 좋아하는 것은 현대 액션물이다. 그런데 나는 도전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작품에 도전한 거다. 나의 이론상 액션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현대 액션물과 ‘천룡팔부’같은 고대 전통 무협물, 그리고 ‘엽문’과 같은 쿵후 영화다. 현대 액션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조금 더 편하고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물을 찍게 되면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남겨야 할 것들이 있고 고증해야 할 것이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의 무협영화에서 무림 고수들을 표현할 때 눈빛이나 태도, 몸짓에서 전통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천룡팔부’ 교봉을 연기할 때 현대 액션물에서 익힌 몸짓을 굉장히 많이 넣었고, 인물을 해석할 때도 그랬다. 그래서 교봉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부분이 많을 거다.” 

-영화의 결말이 속편을 암시하는 듯했다. 속편 제작 계획이 있나. 
“속편을 암시하는 결말은 하나의 영화적 기법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액션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의 정서를 고조시키는 거다. 내가 만들고 구축한 세계에 굉장히 몰입해서 화장실도 가지 못하게 하는 것, 영화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게 내 목표였다. 정서가 꺼지는 게 아니라 파도가 몰아치듯 고조되길 원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후에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고자 했다.” 

-외적으로 변화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평소 자기관리는 어떻게 하나. 
“몸매는 꼭 관리해야 한다. 연기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평상시에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산다. 친구들이 부르면 나가서 밥도 먹고 술도 먹고 한다. 언제나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날 과식을 했거나 몸에 안 좋은 걸 먹었다고 한다면 다음날은 디톡스를 하면서 균형을 맞춘다. 또 유흥을 전혀 즐기지 않는 편이다. 영화 찍을 때를 제외하면 보통은 집에 들어가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소수의 친구들과 조용하게 일상을 보내는 편이다. 영화를 찍으면서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끝나면 바로 돌아가는 편이다.” 

-톰 크루즈, 키아누 리브스 등 액션배우로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는 같은 연배 동료 배우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톰 크루즈가 61세임에도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걸 보면 존경스럽다. 몸만 관리가 잘돼있다면 배우로서 생명은 더 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기는 스포츠 경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배우와 감독은 평생 경험이 누적돼 만들어진다. 연기에서 신체는 일부일 뿐이다. 연기 스킬과 경험이 없다면 예술적 성취를 이룰 수 없을 거다. 그리고 내가 톰 크루즈보다 몸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톰이 해냈다면 나도 분명히 할 수 있다. 하하.”

작품을 택하는데 원칙과 철학을 중시한다는 견자단. / 콘텐츠리
작품을 택하는데 원칙과 철학을 중시한다는 견자단. / 콘텐츠리

-‘원칙에 위배되는 역할은 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어떤 기준을 두고 있나. 
“정의감이 가장 중요하다. 정의롭고 약속을 지키고 가족과 친구들을 사랑하는 것이 좋은 사람이 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들다 보면 많은 유혹이 있다. 다양한 배역이 있으니까. 살인범이나 변태도 있는데, 그런 역할을 나는 선택하지 않게 된다. 인간으로서 사회적인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를 통해 햇살처럼 밝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다. 캐릭터를 만들 때도 나의 원칙을 넣는다. 개봉을 앞둔 ‘존윅4’도 나의 원칙을 더해 더 입체적으로 캐릭터를 만들었다. 종종 견자단은 영웅 역할만 한다고 불평하는 말을 듣기도 한다. 스스로의 선택이다. 여러 캐릭터를 연기할 기회는 많지만 원칙과 위배되면 모두 거절한다. 물론 배우로서 끊임없이 예술적 완성도를 추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겠지만, 나는 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어떤 긍정적인 것을 남겼는지, 내 아들딸, 후손들에게 무엇을 남길 수 있을지 생각한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하늘이 정해주는 것 같다. 영화를 찍는 것이 항상 좋을 수는 없다. 모든 순간에 성공과 기쁨만 있을 수는 없을 거다. 좌절도 있고 실패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올 수 없었을 거다. 영화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면서 그와 동시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는 중국 전통 무협 액션물이 굉장히 오랜만에 관객을 찾는다. 한국 시장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영화에는 영화만의 언어가 있다. 장벽이 없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영화라면 관객의 마음을 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엽문’을 찍고 세계 각국을 돌아다녔는데 그들에게 감동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똑같이 들을 수 있었다. ‘천룡팔부: 교봉전’을 한국 관객들도 좋아해  주길 바란다. 액션이 멋지다는 것뿐 아니라 나, 견자단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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