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지난 2일 상생임금위원회를 발족하고 앞으로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서 중심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사진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상생임금위원회 발족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일 상생임금위원회를 발족하고 앞으로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서 중심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사진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상생임금위원회 발족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지난해 말부터 계속돼 온 정부와 노조 간 갈등이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 정부는 상생임금위원회를 발족하고 임금체계 개편 방향에 대해 발표했지만 노동계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구조적 문제가 우선 해결될 문제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 임금체계 개편, ‘연공급’에서 ‘직무‧성과 중심’으로

지난 2일 ‘상생임금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발족됐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과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가 상생임금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정부 관계부처도 포함해 위원회가 구성됐다. 상생임금위원회는 임금체계 개편 등 임금 문제를 총괄하는 중심 논의체가 될 전망이다.

이날 발족식에서는 상생임금위원회 위원들 간 자유토론을 통해 세부 논의과제와 향후 일정 등 위원회 운영과 관련된 사안들이 논의됐다. 또 우리나라 임금체계에서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연공성이 강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임금체계 개편이 이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임이 예고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근속 1년 미만 대비 30년 이상 임금격차는 2021년 기준 2.87배로 다른 나라(일본 2020년 기준 2.27배 등)에 비해서 연공의 영향이 크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서, 노조가 없는 경우보다는 노조가 있는 경우에서 연공성이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중소기업의 경우 인사‧노무 역량이 취약해 전체 사업체의 61%는 제대로 된 임금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짚었다. 즉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조직화된 근로자들은 연공급 임금체계로 과도한 혜택을 받고 있고, 중소기업‧비정규직의 조직화되지 못한 근로자들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해 이중구조가 심화되고 있다는 게 관련 당국의 설명이다.

정부에선 과도한 연공급이 저성장‧고령화 시대에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연공급 임금체계는 고령자의 조기퇴직을 유도하고 근속연수가 긴 정규직과 그렇지 못한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확대하는 등 노동시장 내 격차를 구조화하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이날 “상생임금위원회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과 협업하고 현장 실태조사 등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담는 논의의 허브 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이중구조 해소 필요성을 공론화하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양대노총 강한 반발… 일각에선 ‘대화’ 필요하단 비판도

그러나 양대노총 등 노동권에서는 상생임금위원회와 고용노동부가 주장하고 있는 바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주된 원인을 노동자에게로 돌리고 있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2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는 이중구조의 주된 원인을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하청‧비정규직에 대한 상생 인식과 성과공유의 부족을 들고 있다”면서 “대기업 노동자들이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빼앗아간다고 말하며 ‘노동자 탓’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근거로 2021년 기준 대기업의 영업잉여는 29%에 달하고 인건비 비중은 40%를 약간 상회하지만, 중소기업 영업잉여는 10% 정도에 불과하고 인건비 비중은 70%에 상회한다는 점을 짚었다.

한국노총 측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부품단가를 올려주고 정부는 기술혁신 등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 영업잉여가 늘려야 해당 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가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즉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중소기업간 원‧하청 불공정거래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구조적 문제에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한국노총은 “고용노동부의 주장은 대기업 인건비를 줄이고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높이자는 말”이라며 “이는 노동자의 임금만 하향평준화 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금체계에 대한 논의 이전에 구조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도 비슷한 입장을 냈다. 민주노총은 같은 날 성명서를 통해 “상생임금위원회를 발족하면서 고용노동부가 내린 진단은 노동시장 양극화의 책임이 조직노동자와 대공장‧공공부문의 연공성 임금체계와 고임금에 있다는 것”이라면서 “노동시장 양극화의 주된 원인은 중소기업과 하청노동자에 대한 과도한 착취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왜곡된 현실진단과 엉터리해법은 제대로 된 상생해법을 찾아낼 수 없다”고도 경고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정부와 노조 간 갈등은 올해 들어 본격적인 노조 고삐 조이기가 이어지면서 점차 심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각종 노동정책 관련 사안에서 정부와 노조가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사관계를 풀어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서는 노동시장 개혁의 전제조건과 성공전략을 주제로 나눈 특별대담을 정리해 공개한 바 있다. 대담에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정홍준 교수는 “노동정책은 국민 다수와 관련돼 있고 국민의 삶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근로시간‧임금‧안전은 정치적 입장만을 고수해서는 곤란하다”면서 “국민의 삶을 고려한 감수성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짚었다.

이어 “충분한 논의와 고민의 장을 열어두고 그 안에서 정부가 적절한 중재 역할을 하면서 답을 찾아나가는 방식의 노동정책을 수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타개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정부와 노조 양측 모두 동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 원인에 대한 입장이 달라 해결방법에 있어 갈등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정책은 국민의 삶과 매우 가까운 정책 중 하나다. 심도 있는 논의와 이해 당사자간 소통이 필요할 전망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사회적 대화 2022년 3호(통권 22호)
2022. 12 경제사회노동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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