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정부가 올해 봄부터 여름사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밝혔다. / 뉴시스
최근 일본 정부가 올해 봄부터 여름사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밝혔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일본 정부가 지난 1월 올해 봄과 여름 사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100만톤(t) 이상의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결정했다.

이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태평양 인근 국가들은 투명하지 못한 오염수 방류 전 정화과정 및 처리 기준, 일본 정부가 제시하지 못한 독립적이고 검증 가능한 과학적 증거 등을 이유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오염수 내 포함 물질 중 하나인 삼중수소(트리튬)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일본 도쿄전력과 환경단체간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 인체 영향 두고 환경단체와 도쿄전력 주장 상반

일단 삼중수소는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 중인 일본 도쿄전력이 오염수 처리에 사용 중인 ALPS(다핵종제거설비)를 처리할 수 없다. 이에 일본 정부는 지난 2021년 삼중수소에 물을 섞어 희석시킨 뒤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방침을 정했다. 

이에 환경단체는 삼중수소가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경고했다. 반면 도쿄전력은 삼중수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적다며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정부 산하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삼중수소는 양성자 1개, 중성자 2개로 구성된 원자핵을 가진 방사선 동위원소로 대부분 산소와 결합해 물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우주방사선 등의 의해 지구상에서 자연 생성되며 원자력 발전소 같은 시설 운영 과정에서도 발생한다.

삼중수소는 방사능량(Bq, 배크렐)이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인 물리적 반감기가 12.3년이며 생물학적 반감기(해당 물질의 반이 체외로 빠져나가는 시간)는 9.9일로 방사선 붕괴시 베타(β) 방사선을 방출한다.

일본 도쿄전력은 한글로 번역된 처리수 홈페이지를 통해 “삼중수소는 다른 방사성 물질과 비교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낮다고 알려져 있다”며 “(삼중수소는) 방사선의 에너지가 약하고 피부를 통과할 수 없어 외부 피폭에 의한 영향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내부 피폭시에도 삼중수소는 물처럼 체외로 배출되므로 체내에서 축적‧농축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체내 유입된 삼중수소는 10일 정도면 방사능의 절반이 체외로 배출되고 단백질 등 유기물과 결합해 체내 흡수된 삼중수소도 대부분 40일 이내 배출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전 영국 방사선 위험 조사위원회(CERRIE) 과학담당관이었던 이안 페어리 교수의 자료 등을 근거로 “흡입, 피부 흡수, 섭취 등으로 인체 내 삼중수소 농도가 높아지면 암, 선천성 기형 등 질병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면서 “삼중수소는 우리 몸 안 단백질‧탄수화물‧지방 등에 붙어 오래 머물게 된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반대시위를 연 환경단체 / 뉴시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반대시위를 연 환경단체 / 뉴시스

◇ 원안위 “삼중수소, 흡입‧섭취에 따른 내부피폭으로 한정”… 전문가 단체 등 답변 거부

양측이 상반된 주장을 펼침에 따라 <시사위크>는 삼중수소가 실제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확인하고자 국내 교수진, 전문가 단체, 정부기관 등에 문의했으나 정부 산하 원안위를 제외한 다른 곳으로부터는 명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한국원자력학회 측은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학회 차원에서 별도로 문의 내용과 관련해 답변하지 않기로 결정됐다”며 “양해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전문가 단체인 대한방사선방어학회 측도 “현재 학회 내 삼중수소 관련 전문가들이 해외출장 등으로 연락이 원활히 닿지 않고 있다”면서 “이외에도 내부 논의 결과 별개의 입장을 내지 않기로 정했다”고 알렸다.

앞서 지난 2016년 7월 한국원자력학회와 대한방사선방어학회는 공동 연구를 통해 ‘삼중수소 인체영향에 관한 과학적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보고서에서는 “영국‧캐나다‧미국 등의 우라늄 농축 시설, 삼중수소 생산 원전 종사자의 역학 연구 결과를 종합 분석한 결과 삼중수소에 의한 기형 출산, 암 발생 또는 사망률 증가 등의 증거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대부분 연구에서 삼중수소에 의한 내부 피폭 선량 데이터가 불충분해 삼중수소의 위험과 관련해 결론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결론 냈다.

다만 두 기관은 보고서를 통해 “삼중수소를 포함한 모든 핵종의 환경 배출을 ALARA(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모든 피폭은 사회적 경제적 요인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가능한 한 낮게 억제) 관점에서 합리적인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며 “동시에 (원전 인근) 주민 건강 모니터링과 삼중수소 인체 영향 연구를 통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울대학교 및 카이스트 등 원자력 관련 학과 일부 교수들 역시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국립대 원자력 관련 학과 교수는 “도쿄전력과 환경단체가 서로 자기에게 유리한 자료만 가지고 주장을 펼치고 있어 이를 가지고 어느 한쪽이 맞다도 판단할 수 없다”며 “여기에 아직까지 삼중수소와 관련해 검증된 데이터가 많지 않은 점, 정부와 일본과의 정치적 관계 등 여러 요인이 복합 작용해 삼중수소의 영향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불과 수개월 남지 않은 만큼 국내와 해외 각 전문가들이 연합해 지금이라도 삼중수소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 원안위는 <시사위크> 문의에 “삼중수소에서 방출되는 베타선은 투과력이 약해 피부를 통과할 수 없고 인체 방사선 영향은 외부 피폭이 아닌 흡입‧섭취로 인한 내부 피폭으로 한정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방사선 내부 피폭에 따른 인체 영향은 방사성동위원소 종류나 양에 따라 달라진다”며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실시 계획(측정 핵종,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방출 시설, 방출 방법, 해양 감시 등)에 대해 △도쿄전력 자료 △원자력규제위원회(NRA) 심사자료‧심사회의 내용 △일본 정부측과의 질의·답변 등을 통해 과학·기술적 검토를 진행 중이다”라고 알렸다.

<시사위크>는 현재까지 조사 과정과 내용 등을 기반으로 삼중수소가 미치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판단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단, 이후 삼중수소와 관련해 보다 객관적인 연구 결과가 쌓이고 오염수 방류 처리 후 발생하는 영향 등을 지켜본 뒤 다시 ‘팩트체크’에 나설 계획이다.
 

최종결론 : 판단보류

근거자료 및 출처
도쿄전력 처리수포털사이트
2023. 02. 22 도쿄전력
삼중수소의 인체영향에 관한 과학적 분석 보고서
2016. 07 .30 한국원자력학회
캐나다 피커링 원전 운영허가 갱신 관련 보고서(이안 페어리 박사)
2018. 05. 08 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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