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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이형운] 선거는 전쟁이다. 오직 승자만이 살아남는다. 패자는 그냥 패자일 뿐 기억되지 않는다.

그래서 선거라는 전쟁에서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기 위해 안달이다. 선거라는 전쟁에서 지면 ‘장수’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전쟁의 과정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떤 반칙을 써서라도 승리만 하면 그 뿐이다.

잠시 비난을 받더라도 잠깐의 시간이 흐르면 승리의 기분에 도취할 수 있다. 더 이상 비난도 없다. 오히려 승자를 칭찬하는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룰 뿐이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승리 지상주의’가 또 다시 정치판을 휩쓸고 있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새누리당은 상향식 공천제를 마련했지만, 지역에 따라 여론조사 100%를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호남과 제주도가 이에 해당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새누리당이 원하는 후보가 지방선거 경선에 당선될 수 있도록 하는 또 다른 ‘하향식 공천제도의 변형’에 불과하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새누리당 지도부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그나마 새누리당의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공천변형’은 애교로 봐 줄만 하다. 하지만 최근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신당’ 창당은 애교 수준을 넘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집착’에 가깝다.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패배하면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의 ‘공멸’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두 사람은 사실상 ‘공멸’을 막기 위해 한 배를 탔다. 안 위원장은 어떻게 해서든지 차기 대권까지 정치생명을 연장해야 하고, 김 대표는 민주당 대표직에서 명예롭게 하차하는 방법 때문에 ‘한 배’를 타게 됐다. 어쩌면 두 사람이 한 배를 타 지방선거에서 크게 승리할 경우 새로운 정치영역이 광명처럼 열릴 수도 있겠다.

안 위원장은 차기 야권의 대선주자 1위 자리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 것이고, 김 대표는 ‘통합신당’의 대표직에 올라 한 동안 정치권 이슈 메이커로 굳건히 자리를 지킬 가능성도 있다. 뿐만 아니라 김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 설 가능성도 잠재해 있다.

이처럼 두 사람에겐 ‘정치적 공통분모’가 있다. 이를 위해 두 사람은 모든 것을 걸었다.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오직 지방선거를 위해 썼다. 그것은 그들이 꺼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인 ‘통합’이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제3지대서 신당을 만들어 민주당이 합류하는 형식으로 두 당이 통합하게 된다. 국고보조금을 잃지 않으면서 당대당 통합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지방선거를 치르기 위해선 ‘실탄인 돈’이 필요하다. 당대당 통합을 함에 따라 민주당은 50억원이라는 국고보조금을 잃지 않게 됐고, 동시에 지방선거용 실탄을 확보하게 됐다. 이 역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고도의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안 위원장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익’을 남기려는 기업가적인 마인드로 ‘통합’을 추진했는지도 모른다. 평소 기업가적인 마인드가 강한 안 위원장 입장에서 ‘정치도 기업운영의 한 영역’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소설가와 방송인 출신인 김 대표는 ‘통합’이란 충격요법으로 독자와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려고 했던 것일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김 대표와 안 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승리 지상주의’가 낳은 결과라는 점을 부정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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