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홍원식 동덕여대 교양교직학부 교수
[시사위크] 또 다시 선거의 계절이다. 오는 6월 4일에 치러질 전국지방선거가 이제 석 달도 남지 않았다. 여당에선 중량감 있는 후보들이 이미 출마선언을 했고, 야권도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통합을 결정하며 본격적인 선거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렇게 선거철이 다가오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방송의 선거 보도에 대해서 다시 걱정을 하게 된다. 방송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방송의 선거보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권자들에게 선거의 의제를 제시하고 선거 후보자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정한 선거가 치러지도록 권력에 대한 감시를 해야 하는 것이 모두 방송을 포함한 언론의 몫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지난 몇 번의 선거를 치르는 동안 우리 방송이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는가를 생각해보면, 한숨이 먼저 나온다. 특히, 지난 2012년에 치러진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의 방송의 선거보도는 가히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 한 하다. 우선 지상파 방송 3사는 지난 총선과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선거와 관련된 소식을 너무나도 적게 다루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대선기간 동안 방송 뉴스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해당기간 동안 지상파 방송 뉴스에서 선거와 관련된 사항을 보도한 뉴스는 17%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24시간 선거와 관련된 소식을 전하고 있는 종편 채널들과 대조될 뿐만 아니라, 지상파 방송사들이 예전 선거에서 보였던 모습에 비해서도 이례적으로 적은 것이었다. 선거에 대해서는 쥐꼬리만큼 보도하면서 날씨에 대해서는 그 두 배가 넘는 소식을 전해주었으니, 과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난감할 따름이다.

그 내용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를 보였다. 일례로 MBC 뉴스에 대해 분석해 보면, 당시 박근혜 후보에 대한 부정적 리포트보다 문재인 후보에 대해 부정적 리포트가 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앵커 멘트에서도 야권 후보들에 대한 부정적 멘트를 한 비율이 여당 후보에 대한 부정적 멘트에 비해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편 채널까지 들여다보면 그 심각성은 한층 더하다. 종편 채널들은 하루에 15시간이 넘게 뉴스를 편성해서 하루 종일 선거에 대한 소식을 전해줬다. 종합편성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그야말로 선거에 ‘올인’한 셈이다. 종편은 원색적으로 특정 후보에 대한 비난과 비아냥을 서슴치 않았으며, 정치평론가라고 하는 몇몇 사람들이 종편 채널을 여러 곳 넘나들며 노골적인 편들기에 앞장섰다.

대통령 선거의 승자와 패자를 떠나서 우리는 지난 1년간 방송이 선거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취임 첫해에 새 대통령이 가장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선거가 끝난 뒤에 불거진 선거 공정성 논란으로 그 소중한 시간을 여야의 정쟁과 진보와 보수의 갈등으로만 가득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선거가 끝난 후에도 논란이 계속된 데에는 바로 방송을 포함한 언론의 책임이 크다. 방송이 선거과정의 감시자로서 제 역할을 충실히 했다면 ‘과연 그 많은 논란들이 나왔을까’하는 아쉬움도 크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방송보도의 형태를 생각해 보면 한편으로 기대되고 다른 한편으로 많은 우려를 하게 된다. 최근 방송계 상황을 종합해볼 때, 이번엔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게 된다. 과거 경영진이 다시 복귀한 MBC에서는 최근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통합에 대한 뉴스를 전하면서 무려 62.5%의 보도가 이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발표됐다. 또한, 종편 채널들의 특정 후보에 대한 원색적 편들기와 비아냥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심판이 바르지 못한 경기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외눈박이 심판이 가져온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조금이라도 나아진 방송의 모습을 보길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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