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주총서 아시아나항공 등기이사 복귀 순탄치 않을 듯
경제개혁연대 반대 목소리와 2대주주 금호석화의 제동 가능성 등 '암초'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이번 주총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등기이사로 복귀할 것으로 전해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복귀 과정이 마냥 순탄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박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경제개혁연대가 “부적절한 선임”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 데다, 아시아나항공의 2대주주인 금호석유화학 측에서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일고 있어서다.

◇ 아시아나항공 부실경영 책임론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7일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박삼구 회장과 김수천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고 11일 공시했다. 안건이 통과되면 아시아나항공은 곧바로 박 회장을 대표이사로 임명할 예정이다.

박 회장의 복귀는 2010년 3월 이후 4년만이다. 박 회장은 2009년 12월 그룹 주력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워크아웃), 아시아나항공(채권단 자유협약) 등이 구조조정에 들어가자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의 공동대표이사만 맡고 있다가 지난해 11월 금호산업의 대표이사로 복귀하면서 ‘경영 복귀’의 신호탄을 쏘았다. 이번에 아시아나항공의 대표이사 자리까지 오르면 전과 같은 그룹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등기이사 복귀가 마냥 순조롭진 않을 전망이다. 우선 경제개혁연대가 박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금호산업에 대한 지원 등으로 주주가치를 훼손시켰던 박 회장이 다시 등기이사로 복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박 회장이 부실 계열사를 지원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주주가치를 훼손을 시켰다며 주장해왔다. 지난해 11월 경제개혁연대는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로 있을 당시, 아시아나항공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던 금호산업의 기업어음(CP) 790억원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수백억원대의 손해를 입었다”며 박 회장을 배임 및 신용금여금지 위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또 지난 1월에는 박 회장 등 아시아나항공 전·현직 이사 9명을 상대로 247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부실이 우려되는 금호산업 기업어음(CP) 매입으로 인한 손해 ▲유류할증료 담합 감독 소홀 ▲아시아나 애바카스 설립 과정에서 회사기회유용 등이 주요 소송제기 이유였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지분 12.6%)이 박 회장의 복귀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적지 않다.

◇동생 박찬구 회장, 형 경영복귀 제동?

형제지간인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은 지난 2009년 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사이가 벌어져 현재까지도 갈등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법적공방전이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고, 얼마 전에는 ‘내부 자료 유출 사건’으로 맞붙기도 했다.

지난달 초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인 A씨가 보안직원을 매수해 박삼구 회장과 관련된 정보를 빼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직접 지목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이 사건의 배후로 박찬구 회장을 의심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생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호석화 측이 박삼구 회장의 이사 선임안을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주총에서 이사 선임안을 두고 양측이 표 대결을 한 만큼, 이번에도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질 것이란 해석이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이 주총 전까지 금호산업의 보유 지분(13.2%) 가운데 최소 3.2%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도 골치거리다.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는 금호산업(지분 30%)이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상대방 지분 10% 이상을 보유, 상호출자 관계다. 이에 상법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 지분을 1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만약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의결권을 제한받는다.

◇ 금호아시아나 "책임경영 강화로 봐달라"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박 회장의 복귀는 채권단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박 회장도 주력 계열사에 대한 책임경영 차원에서 받아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의 측이 반대 목소리에 대해선 “지난해 관련 주장에 대해선 충분히 소명을 했다”며 곤혹스런 반응을 보였다.

이어 금호석화가 이번 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할 것이란 관측에 대해선 “우리로선 알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처분 완료 여부에 대해서도 역시 “알고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끝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박 회장은 사재출연을 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힘을 써왔다”며 “주력 계열사에 대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의지로만 봐 달라”고 부탁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