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여행칼럼니스트) tour0@naver.com

▲ 좋은 쌀, 물의 양, 불 때는 시간 등 3박자에 정성이 곁들여져야 진짜 이천쌀밥이 나온다.
경기도의 따뜻한 온천마을로 치자면 이천이 손꼽힌다.  이천은 예로부터 ‘온천배미’라 불릴 정도로 온천으로 유명했다. 온천체험 외에도 다양한 먹을거리, 구경거리가 널린 곳이 바로 이천이다.

이천을 가로지르는 3번 국도 위에 선다. 분명 중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공간 이동 지름길인데 쌀밥 집 간판, 도자기 가마들이 시간 여행의 재미를 더해 준다. 전통 막걸리집, 한과마을에 온천까지 촘촘히 들어서 있어 배부르고 따뜻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쌀밥으로 유명한 이천이라고 쌀밥 정식만 먹고 가서는 곤란하다. 이천의 골목에는 '쌀'과 연계된 독특한 사연과 구경거리들이 숨어 있다.

이천 쌀문화 축제에서 쌀밥명인으로 선정된 박금철씨의 쌀밥 짓는 모습을 엿보면 장인의 모습이 따로 없다. 박씨는 가마솥밥이 아니면 식사를 안 하셨던 시부모님 고집 때문에 시집오면서부터 가마솥 쌀밥을 지었단다. “햅쌀은 묵은 쌀보다 물을 조금 넣어야 돼요. 가마솥에서 눈물이 나야 밥이 슬슬 되기 시작하는 거죠.”  좋은 쌀, 물의 양, 불 때는 시간 등 3박자에 정성이 곁들여져야 진짜 이천쌀밥이 나온다며 명인다운 조언을 빼놓지 않는다. 밥 짓는 솥 옆에 햇고구마, 땅콩 등을 함께 쪄내는데 그 맛이 또한 일품이다. 

▲ 설봉공원에는 호수를 배경으로 시립박물관, 세계도자센터, 토야랜드 등이 늘어서 있다.
쌀이 맛있으니 쌀과 연관된 명물들이 이천 곳곳에 숨어 있다. 부발읍에는 부발 양조장이 이천 막걸리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막걸리 붐을 타고 이곳 양조장도 분주해졌다. 양조장은 이무영, 이정근 부자가 대를 이어 운영중이다.

세월만큼이나 허름한 양조장에 들어서면 누룩냄새가 코를 시큼하게 자극한다. 어두운 실내에서는 연기가 자욱한데 술밥을 지어내고 퍼낸뒤 고르게 펴내는 손길만은 분주하게 움직인다.  막걸리는 장기 보존을 위한 화학처리를 하지않아 걸쭉한 맛이 입에 착착 감긴다. 김치 한 두 조각에 막걸리 한사발을 기울이면 앉은 자리에서 얼큰하게 취기가 오르기도 한다.

쌀로  막걸리의 전통만 빚어내는 것은 아니다. 단월동의 단드레 한과는 이천의 특산물인 쌀과 황기로 달콤한 한과를 만들어 낸다.  황기, 참깨, 흑임자, 오미자, 쑥, 찹쌀, 고춧가루 등 천연 우리 농산물에 꿀과 물엿을 첨가해 뛰어난 맛과 향을 낸다. 경북 봉화의 한과처럼 이곳 한과도 마을 아줌마들의 정성스런 손길이 담겨 있다. 웰빙바람이 불면서 우리 전통 한과에 대한 관심은 늘었고,  추수가 끝난뒤 추석에서 설로 이어지는 계절이면 주문은 성황을 이룬다. 아줌마가 불쑥 내어주는 약과 한 입 베어 물면 쫀득하면서도 달달한 향이 입안 가득 채워진다.   

배를 든든하게 했으면 이천 구경에 나설 차례다. 이천 여행은 설봉공원이 그 기점이다. 설봉공원에는 호수를 배경으로 시립박물관, 세계도자센터, 토야랜드 등이 늘어서 있다. 박물관에는 한성 백제 유물과 전통 농경문화의 흔적을 만날 수 있으며, 도자센터에서는 전 세계의 도자기와  희귀한 공예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세계도자센터 옆 언덕에 흙놀이 공원은 대규모 상설 흙놀이 공간에 미끄럼틀과 흙놀이터 등이 마련돼 있어 꼬마들에게 인기가 높다.

여행의 피로는 이천의 뜨끈한 온천에서 다스린다. 나트륨을 많이 함유한 이천의 온천들은 피로회복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천 테르메덴은 독일식 온천을 100% 재현한 곳이다. 국내 대부분의 온천이 온천욕만 즐기고 나오던 일본식 온천인데 반해 테르메덴은 광활한 대지에 숲으로 둘러 쌓여 있어 온천욕뿐 아니라 삼림욕도 즐길 수 있다.

이천 미란다 스파플러스 역시 과거 이천온천의 옛 이미지에서 벗어나 사계절 이용 가능한 수상 테마파크로 가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부발읍에는 부발 양조장이 이천 막걸리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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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길=중부고속도로 서이천IC, 영동고속도로 이천IC를 이용한다. 42번, 3번 국도를 경유해도 이천에 닿을 수 있다.

둘러볼 곳=설봉공원을 기점으로 이천시립박물관 (031-644-2946)과 이천세계도자센터(www.wocef.com)를 관람한다. 공원뒤쪽으로 설봉산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먹을 곳=이천관광 홈페이지(tour.icheon.go.kr)에서는 이천의 다양한 맛집을 가격, 약도와 함께 제공하고 있다. 단드레한과, 부발양조장에서는 즉석에서 한과나 막걸리의 구입이 가능하다. 택배 주문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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