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대규모 조직개편과 함께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 단행
외부 인재 영입 없이 내부출신로만 발탁, 권오준 ‘인재풀’의 한계

 ▲권오준 포스코 회장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인적쇄신 작업’을 마무리했다. 조직개편과 함께 사내이사와 주요 계열사 수장들을 대거 교체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권오준발(發) 인사혁신’이 기대치를 밑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 ‘제 식구끼리’ 자리 옮기기 

권오준 회장의 취임과 함께 포스코에 인사 태풍이 몰아쳤다. 사내이사진 80%가 교체되고, 상장사 6개사 중 5명의 수장이 바뀌었다. 6개 본부가 4개 본부로 줄어들고 전문임원 제도가 도입되면서 임원진들의 축소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지난 17일에는 비상장사 계열사의 인사도 마무리돼 ‘권오준 체제’의 진용이 갖춰졌다.  

포스코가 밝힌 이번 인사의 특징은 크게 ‘전문성’과 ‘성과주의’다. ‘실무형 전문가’를 주요 보직에 전면 배치하고, 연공서열보다는 성과 기반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인사 관행을 탈피하려는 시도가 눈길을 끌었다. 창업 이래 처음으로 사내이사진이 계열사 근무경험이 있는 인사들로 꾸려진 점도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장인환, 김진일, 윤동준, 이영훈 사내이사들은 각각의 전문성에 맞춰 철강사업본부장, 철강생산본부장, 경영인프라본부장, 재무투자본부장에 보임됐다. 비주류로 평가 받던 인사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하지만 ‘권오준발 인사혁신’이 기대치를 밑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위기의 포스코를 구할 만큼의 존재감 있는 ‘새 인물’이 없다는 지적이다.

당초 업계에선 포스코가 ‘조직쇄신 차원’에서 주요 계열사 대표로 외부 인재를 영입할 것으로 관측했다. 자신의 인사스타일과 ‘인맥풀’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적어도 주요 계열사에 능력있는 외부 인사를 한두 명 정도는 앉힐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실제로 권 회장은 외부 컨설팅 용역으로 외부 인사를 찾고자 노력을 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마땅한 인재를 찾기 쉽지 않았을까. 이번에 교체된 주요 계열사 대표들은 모두 내부 출신들로만 꾸려졌다. 선임된 인사를 살펴보면, 포스코켐텍 대표이사에 조봉래 포스코ICT 사장이, 포스코엠텍과 포스코플랜텍은 각각 유광재 포스코건설 사장, 이경목 포스코건설 엔지니어링실장이 수장으로 선임됐다. 대우인터내셔널 대표이사에는 대우 출신 내부인사인 전병일 사장이 발탁됐다.

 ▲왼쪽부터 황태현 포스코 사장, 신영권 포스코P&S 대표, 서영세 포스코특수강 대표.)
그룹에서 대우인터내셔널 다음으로 매출이 많은 포스코건설은 황태현 전 부사장을 수장으로 맞이했다. 황태현 사장은 2008년 2월 포스코건설 부사장으로 퇴임하기까지 15년을 포스코에서 몸담았던 포스코맨이다.

이외에 포스코P&S 대표이사 사장에는 신영권 대우인터내셔널 부사장이, 포스코특수강 대표(부사장)에는 서영세 포스코 전무가 각각 선임됐다.

포스코 ICT 대표이사는 외부 전문가 영입이 추진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선임이 늦어져 직무대행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외부 인사 영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업계에선 권 회장의  ‘인재풀’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정준양’ 측근, 계열사 사장으로 
    ‘청와대와 코드 맞추기’ 구설수도 

 
여기에 포스코 본사 고위 임원이 계열사 사장으로 옮기는 인사 관행도 반복됐다. 포스코의 주력계열사인 포스코에너지에는 황은연 포스코 CR본부장(부사장)이 선임됐다. 지난해 매출 2조9,011억원에 영업이익 2,382억원을 거둔 포스코에너지는 대우인터내셔널, 포스코건설 등과 함께 계열사 ‘빅3’ 중 하나로 손꼽힌다.

 ▲황은연 포스코에너지 사장
황은연 신임 사장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 1987년 포스코에 입사해 열연판매실장, 마케팅전략실장, 마케팅 본부장 등을 거친 ‘마케팅 전문가’로 통한다. 지난해 3월 대외 협력 및 홍보를 총괄하는 CR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1년간 홍보팀의 수장 역할을 했다.

당초 업계에선 그의 거취를 불안하게 보는 시각이 많았다. ‘정준양 회장 색깔 지우기’에 나설 권 회장이 전임 회장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홍보팀을 ‘물갈이’ 할 것이란 관측과 함께 그 흐름에 밀려나갈 것이라고 예상한 탓이다. 그런데 이런 예상을 깨고 알짜계열사의 수장 자리에 선임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황 사장이 ‘성균관대 법대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초반 인선 때 ‘성대 전성시대’라 불릴 만큼 성균관대 출신이 유독 많이 등용됐다. 정홍원 국무총리,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이남기 전 홍보수석, 허태열 전 비서실장 등이 모두 성대 출신이었다. ‘성균관대 법대출신’들의 약진도 돋보였다. 황교안 법무부장관, 곽상도 전 민정수석비서관 등은 성대 법학과 출신들이었다.  특히 황 부사장은 각각 이들과 함께 학교를 다닌 ‘막역지우(莫逆之友)’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학맥 때문에 지난해 3월 정준양 전 회장이 CR본부장으로 그를 발탁 했을 당시, ‘청와대 코드 맞추기’ 인사라는 구설이 일기도 했다. 이번 알짜회사 수장을 차지한 배경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외에 전임 정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김응규 포스코 부사장이 계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점도 관심을 끈다. 김 부사장은 사내이사 임기 1년을 남겨놓고 교체되면서 거취가 불투명했지만, 이번에 포스코경영연구소 대표로 선임됐다. 김 부사장은 ‘포스코 1.0 추진반’ 총괄 업무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권 회장과 계속 보조를 맞춰갈 것으로 보인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이 때문에 업계에선 권 회장의 인사 혁신 성공 여부에 대해 의문이 커지고 있다.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물갈이 인사가 단행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준양 전 회장의 그림자’가 여전히 드리워져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준양 체제에 등용된 인사들이 다른 계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식의 인사이동이 이뤄지면서 ‘전임 회장의 라인 정리’ 의지에도 물음표를 달았다. 

◇ 본격적으로 시험대 오른 리더십

‘청와대와의 거리두기’ 역시 성공할지 아직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포스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청와대의 외풍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여 왔고, 정준양 전 회장도 이런 흐름을 비껴가지 못한 채 중도 사퇴했다. 권 회장이 내정된 배경에도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했을 것이란 뒷말이 일었다. 전임 회장들에 비하면, 권 회장은 '정치색이 거의 없는 인사'로 평가받고 있지만, 그가 청와대의 외풍을 견뎌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다. 

권 회장의 어깨는 무겁다. 재무구조 개선, 신용도 회복, 청와대로부터 독립성 확보 등 그의 앞에 놓인 과제는 차고 넘친다. 여기에 그의 리더십에 대한 업계의 불안한 시선도 해결해야 한다. 업계에선 철강기술전문가인 그가 경영자로서 존재감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점에서 ‘조직 장악력’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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