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준 대표, 야심차게 런칭시킨 브랜드숍 '더샘' 만년 적자 지속
한국화장품 자금수혈로 허리 휘청, 이용준 대표 경영리더십 도마위

 ▲이용준 한국화장품 대표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더샘’으로 한국화장품의 잃어버린 10년을 찾아 업계 3위로 도약하겠다.” 지난 2010년 이용준 한국화장품 대표가 브랜드숍 ‘더샘’을 시장에 런칭하면서 한 말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4년이 지난 지금, ‘더샘’이 한국화장품 재기의 발판이 되기는 커녕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이 대표의 지휘 아래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고 있지만, 적자가 지속되고 상황이다.

한국화장품은 ‘더샘’에 ‘자금 수혈’을 하느라 허리가 휘고 있는 형편이다. 몇 년째 계속되는 초라한 경영성적표에 이 대표의 경영리더십은 도마 위에 올라온 지 오래다. 

한국화장품이 본사 사옥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9일 한국화장품은 “본사 사옥 ‘서린빌딩’의 소유지분 56.16%를 하나에셋 제1호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 89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애물단지 된 브랜드숍 '더샘' 

한국화장품이 이같은 결정은 내린 것은 ‘재무구조’ 개선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화장품은 1990년까지만 해도 화장품 업계에서 ‘빅3’ 중 하나였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저가의 브랜드숍과 고가의 프리미엄 화장품 등의 공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1년 연결 기준 1,384억원을 기록했던 매출은 2009년 510억원으로 하락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역시 2003년 적자전환된 이후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때 10%에 육박하던 점유율은 1% 미만으로 추락했다.

이에 3세 경영인 이용준 한국화장품 대표는 2010년 회사를 제조와 판매 부분으로 분할하는 등의 변화를 줬지만, 여전히 회사의 실적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특히 이 대표가 야심차게 추진한 브랜드숍 ‘더샘’이 만년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한국화장품의 재무구조까지 위협하고 상황이다. 이 대표의 야심찬 프로젝트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그의 경영리더십도 도마위에 올랐다.   

한국화장품은 300억원을 출자해 자회사 ‘더샘 인터내셔널’을 설립하고 2010년 8월 중저가 브랜드숍 ‘더샘’을 런칭했다. 명동에 ‘더샘’ 1호점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이승기 등 톱스타를 CF모델로 기용,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대표는 론칭 당시 “주요 거점 5대 도시에 로드숍 가맹점과 백화점, 마트 등에 점포를 열어 2013년에는 350개 매장에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며 “다시 한 번 화장품 업계 3위로 도약하겠다”고 야심찬 비전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더샘은 이미 과점 상태인 중저가 브랜드숍 화장품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매출은 2010년 46억 원에서 2012년 347억 원으로 향상됐으나, 영업적자는 2010년 130억원에서 2011년 150억원로 늘어나더니, 2012년에는 957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132억원, 171억원, 131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더샘의 차입금 규모도 매년 늘고 있어 한국화장품의 재무구조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더샘은 론칭 당시 한국화장품으로부터 3년만기로 170억원 규모의 장기차입을 했다. 또한 2011년 400억원, 지난해는 535억원으로 차입금 규모가 계속 늘고 있다. 

더샘의 적자와 부채까지 떠안은 한국화장품은 지난 3년 간 연결기준 매출액이 367억원에서 703억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 171억원, 161억원, 199억원으로 적자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부채비율은 분할 당시 57%로 건전했으나 올 3분기 273%로 급증했다. 한국화장품은 현재 자본잠식 상태까지 이른 상태다. 여기에 한국화장품이 더샘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670억원을 출자하면서 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 '더샘', 계약 위반 의혹 철도 매장 철수 위기

그런데 악재는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최근 더샘은 철도 매장 계약 위반 정황이 드러나면서 역내 매장을 전면 철수할 위기에 놓여있다. 더샘 측은 2011년 경 코레일유통과 직영운영 조건으로 임대계약을 체결해놓고 일부 매장에 대해 위탁운영을 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감사를 받고 있다.

 ▲이용준 한국화장품 대표이사
코레일유통은 일부 언론을 통해 이같은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더샘이 현재 운영 중인 서울과 수도권지역 철도역 구내 매장 8곳에 대해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철도 일부 위탁운영자들은 언론을 통해 “보증금 명목 등으로 3,000만원을 더샘 측에 제공했고, 이 중 1,000만원은 상호와 상표 사용대가, 시설투자비 등의 대가로 되돌려주지 않는다는 추가 약정서까지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부 매장의 경우 위탁기간이 남았음에도 더샘 쪽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코레일유통은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되면 계약을 즉시 해지하고 패널티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한국화장품은 더샘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샘의 실적 개선 없이는 한국화장품의 재기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마케팅 비용을 대거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샘은 김중천 전 토니모리사장을 사령탑으로 영입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지난 1월 취임한 김중천 더샘 대표는 화장품 업계의 ‘마이다스 손’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토니모리 대표를 맡은 1년 만에 회사의 부채를 다 갚고 매출을 10배 이상 늘려 4년 만에 브랜드를 1,500억원이 넘는 회사로 성장시켰다. 

◇ '재기 발판' 마련할까

하지만 김 대표는 내부 비리 구설수에 휘말린 인사라는 점에서 그의 경영자질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승승장구하던 김 대표의 경질된 배경에 대해 당시 토니모리 측은 한 언론을 통해 “김 전 사장이 회사 운영 과정에서 개인적인 사익을 취했다는 제보가 접수돼 수개월 감사 끝에 비리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인사를 한국화장품 측이 영입한 것은 그만큼 다급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지적에 한국화장품 측은 곤혹스런 반응을 내비쳤다. 한국화장품 홍보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브랜드숍 사업을 시작한지 몇년 되지 않은 만큼 좀 더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일 한국화장품은 창립 52주년을 맞았다. 이날 이용준 한국화장품 대표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들어 한국화장품의 재도약을 이뤄내는 2014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의 한국화장품이 재기의 발판을 만들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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