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복귀, 금호석화 제동에 가시밭길 예고
금호가 형제 경영권 갈등에 아시아나항공 경영실적 개선 지연 우려 '솔솔'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년 만에 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그런데 복귀 과정이 썩 아름답진 못했다. 뿌리 깊은 ‘금호가 형제 갈등’의 민낯을 드러내면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에서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측은 그의 복귀 저지가 실패하자, ‘주주총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법적 전쟁을 예고했다. 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이 ‘금호가 형제의 경영 갈등의 싸움터’로 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주총서 박삼구 아시아나그룹 회장(좌)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주)이 갈등을 빚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경영 복귀에 어렵사리 성공했지만, 험난한 경영 행보가 예고되고 있다.

◇ 형제가 다툼으로 얼룩진 주총

아시아나항공은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오쇠동 본사에서 제 26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박삼구 회장과 김수천 전 에어부산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박 회장은 지난 2010년 ‘경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4년 만에 경영복귀에 성공했다. 하지만 복귀 과정은 결코 순탄치 못했다.

예고됐던 대로 아시아나항공의 2대주주(지분 12.8%)인 금호석유화학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금호석화 측은 금호산업(지분 30.08%)의 주총 의결권 행사와 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문제를 제기했다. 

금호석화 측 대리인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상호 10%가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상법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금호산업 주식을 발행주식 총수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과 상호출자 지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TRS방식으로 지분 매각을 추진한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 주식 161만3,800주를 시간외 대량매매 및 총수익맞교환(TRS·Total Retruns Swap)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했다. 금호석화 측은 이 같은 방식이 실질적인 주식매각이 아니어서 의결권 역시 제한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어 금호석화 측은 “TRS거래로 의결권을 회복하고, 상호출자 지분을 해소하려는 것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비정상적인 시도”라고 비난했다.

◇결국 법정 다툼으로 비화

금호석화 측의 발언 이후, 주총 현장 곳곳에서 찬성과 반대 입장을 밝히는 주주들의 고성이 한참동안 오갔다. 박 회장의 선임안은 진통 끝에 통과됐지만, 형제간의 전쟁은 또 다른 시작을 예고했다. 금호석화는 주주총회의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며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같은 대응에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강하게 발끈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홍보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 지분 매각은 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진행됐고, 회계자문과 법률 자문 등의 검토를 거친 합법적인 매각이다. 다시 말해 TRS 방식 역시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금호석화 측이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자율협약을 목표로 경영 개선에 힘써야 하는 시점”이라며 “그런데 ‘형제갈등’ 등 논란으로 잡음에 시달린다면 대외적인 신뢰도에도 좋을 리가 없다. 금호석화 이미지에도 좋을 리가 없는데, 왜 계속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답변했다. 박 회장의 복귀에 반대 여론이 불거진 것에 대해선 “책임 경영 강화 차원에서 복귀하는 것이고, 경영 개선에 더 추진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삼구-박찬구 형제는 지난 2009년 그룹의 유동성 위기 속 ‘경영권 분쟁’을 벌이기 시작해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오고 있다. 당시 경영권 분쟁은 두 형제의 동반 퇴진을 가져 왔고 2010년 채권단의 중재로 두 형제 모두 회장직에 복귀하면서 화해 분위기가 형성되는 듯 했다.

하지만 2011년 검찰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금호석화를 압수수색하면서 이후 양측이 서로를 위증과 사기 혐의로 고소, 고발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얼마 전에는 ‘내부 자료 유출 사건’으로 맞붙기도 했다. 지난달 초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가 보안직원을 매수해 박삼구 회장과 관련된 정보를 빼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미 두 형제의 사이는 회복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박찬구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말하며 화해 가능성을 일축하기도 했다. 형의 복귀에 대해 박찬구 회장은 “형이 과욕을 부리는 것 같다.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뒷 선으로 물러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정이 이렇자, 업계에선 두 형제간의 갈등 탓에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개선 작업만 더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갈 길 바쁜 아시아나항공
   형제 갈등에 발목 잡히나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자율협약 졸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자율협약 졸업에 실패했다. 졸업 요건으로 제시된 사항 중 ‘영업이익 및 이자보상 배율 등의 경영목표 달성’과 ‘부채비율 400% 이하 달성’을 충족하지 못한 탓이다. 

여기에 항공업계의 불황으로 아시아나항공은 실적 부진에도 시달리고 있어 올해 졸업을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은 엔저여파에 따른 일본 노선 부진과 국제 경기 회복 지연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적자 전환했다.

또한 ‘오너 일가의 진흙탕 싸움’은 가뜩이나 대외적인 이미지가 추락한 아시아나항공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7월 6일 발생한 비행기 추락사고로 신인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다 지면과 충돌해 3명이 사망하고 180여 명이 부상당하는 사고를 일으킨 바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놓고 두 형제가 또 다시 격돌하는 모습을 보이면 대외적인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아시아나항공의 주가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 측은 “지난해에는 항공업계 전체가 다 어려움을 겪었고, 올해는 박 회장이 직접 경영의 키를 잡은 만큼 경영 정상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선 박 회장의 복귀가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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