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홍원식 동덕여대 교양교직학부 교수
[시사위크] 우리 언론의 품격에 대한 개탄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근의 모습은 그 정도가 한층 더해가는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몇 가지 이유에서 최근의 질적 하락을 찾아보고 있는데, 그 첫 번째 요인으로 꼽을 만 한 것이 바로 방송 뉴스의 속보와 선정성 경쟁이다. 무늬만 종합 편성이고 실제로는 뉴스 전문 채널의 성격을 띠고 있는 종편 채널들이 등장한 이후, 방송 뉴스의 전체적 품격은 끝을 모를 정도로 아래로만 향하고 있다. 지상파 채널들도 크게 좋은 소리 들을 것 없는 상황에서 공연히 종편 채널들만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종편 채널들이 등장한 이후 뉴스 채널들 간의 경쟁이 우리 방송 뉴스 전체의 품질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개 경쟁의 증가는 전체적인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적어도 뉴스 분야에서 이는 사실이 아닌 듯하다. 뉴스 채널이 증가하게 되니 우리 뉴스는 품질에 대한 경쟁 보다는 속보에 대한 맹목적 집착과 끝없는 선정성 경쟁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죽하면 모종편 채널의 정규 뉴스 제목이 ‘속보’가 아니냐는 농담이 오갈 정도로, 하루에도 몇 차례씩 볼썽사납게 빨간 글씨로 ‘속보’를 내보내고 있는 것이 요즘 우리 뉴스 채널의 모습이다. 그만큼 급박하게 전달할 만한 사항이라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만은, 매분기마다 나오는 기업의 실적 발표가 있어도 ‘속보’, 정당 대변인이 국회 브리핑만 해도 ‘속보’, 청와대에서 기침 소리만 나도 ‘속보’이니 그 꼴이 우스워질 수밖에 없다.

속보 경쟁에만 치우치다 보니, 뉴스 보도에 있어서 사실 확인이나 공정성에 대한 점검은 엉성해 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에 발생한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 사건에 대한 우리 언론의 보도는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을만하다. 사건 초기부터 우리 방송 뉴스 채널들은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속보를 내보내면서, 결과적으로 유래 없이 많은 오보를 만들어냈다. 일단 사건이 발생한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해당 말레이시아 항공기가 추락된 것이 ‘확인’되었다는 속보를 내보냈는데, 이는 베트남에서 항공기 문짝과 비슷한 물질을 발견했다는 발표를 확대 해석하여 만들어낸 오보였다.

당시의 해당 항공기는 아직까지 정확한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없는 실종 상태였지만, 우리 언론들은 속보 경쟁에 치우치다 보니 일부 불확실한 근거에 의존하여 추락이 확인되었다는 부정확한 보도를 한 것이다. 또한, 사건 발생 하루 만에 일부 언론에서는 해당 항공기가 추락하는 장면을 묘사하는 CG화면까지 만들어 보여주기도 하며 오보에 오버(over)를 더했으며, 이후에도 여러 채널들은 해당 비행기가 테러에 의해 추락한 것이 확실한 듯 묘사하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테러리스트가 중동 국가에서 여권을 바꿔 탑승한 것이 확인되었다는 오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특히, 테러리스트에 의한 추락이 확실하다며 과거 KAL기 테러범까지 초빙(?)하여 특별인터뷰까지 했던 우리 언론의 모습은 나중에 웃음거리가 필요할 때 두고두고 꺼내볼만한 장면이기도 하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경쟁이 얼마나 계속될지는 모르겠으나, 그 뉴스를 보며 살아가는 국민들로서는 답답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더니, 뉴스 채널이 많아지니 가려듣고 속지 말아야할 일만 늘어난 셈이 됐다. 국민을 위한 진정한 경쟁은 속보와 선정성 경쟁이 아니라 철저한 사실 확인에 기반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제공하고자 하는 품질 경쟁이지만, 매일 빨갛게 ‘속보’를 내보내고 있는 방송 채널을 보고 있으면 뉴스의 품격을 말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우스울 수도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