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이 서울구 종로구 송현동 일대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7성급 특급 호텔 조감도. 사진제공;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김원 대표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대한항공(회장 조양호)이 건립을 추진 중인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일대 '7성급 한옥호텔'이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한옥풍'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항공은 그간 전통미를 살린 호텔을 짓겟다고 밝혀왔지만, 실상 이 호텔 부지에 전통 양식 건물인 한옥은 영빈관 단 채 한 뿐이었다.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김원 대표는 16일 열린 '송현동 부지 호텔건립저지를 위한 NGO 연대 토론회'에서 대한항공의 '7성급 한옥호텔' 조감도를 공개했다. 이 조감도는 대한항공이 2008년 사업계획 심의 때 제출한 것으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한옥은 달랑 한 채 뿐 

대한항공은 지난 2008년 옛 미국대사관 숙소였던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일대 부지 3만7,000㎡ 부지를 삼성생명으로터 매입해 '7성급 특급호텔' 건립을 추진해왔다.

이 조감도를 보면, 대한항공의 '7성급 한옥호텔'은 중정을 갖춘 'ㄷ'자 형태의 호텔과 다목적 공연장, 갤러리, 영빈관으로 이뤄져 있었다. 호텔은 지상 4층~지하 4층 규모다.

조감도 상에 전통건축 양식을 상징하는 한옥은 건물 부지 한 귀퉁이에 있는 영빈관뿐이었다. 호텔 본관과 기념품 가게, 갤러리, 다목적 공연장 등 나머지 시설은 모두 박스 형태의 현대식 건축물이었다. 이 조감도대로라면, 경복궁 옆에 4층 높이의 거대한 현대식 건축물이 들어서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그간 한옥형 호텔이라고 불려왔던 것이 무색할 정도"며 "한 쪽 귀퉁이에 있는 한옥풍 영빈관은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호텔 부지가 경복궁에 인접해 있는데다 창덕궁과 인사동, 북촌 등 서울 문화 명소가 밀집된 곳이라는 점을 고려해 전통미와 문화적 기능을 살려 호텔을 지을 것의라고 소개해 왔다. 전통과 주위 경관을 훼손시킨다는 이유로 문화계와, 서울시, 시민단체 등에서 반발이 거세게 일자 이를 불식시기키 위해 내세운 논리였다.  

▲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이와함께 대한항공 측은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닌 지역주민과 학생의 편의를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뜻도 전했다. 

실제로 대한항공 관계자가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답한 말들을 보면 이같은 의중이 자세히 드러난다. “한옥 스타일로 지어 상징적인 건물(랜드마크)을 만들겠다는 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회사의 바람이다”, “한국의 건축문화를 알리고 인근 인사동과 경복궁 등 명소들과 연계해 전통문화를 알리는 문화 클러스터로 만들 계획이다”라고 말하며 이같은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이 호텔은 이른바 '7성급 한옥호텔'로 불려왔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조감도를 보면, 한옥의 이미지는 거의 차용되지 않았다.

◇ 대한항공 "한옥형호텔
   짓겠다고 공식화 적 없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 측은 "한옥형 호텔을 짓겠다고 공식화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홍보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일부 언론에서 지나치게 확대해석을 해서 그렇지, '한옥형 호텔'로 짓겠다고 우리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전통의 미'를 살리겠다는 의미를 '한옥형 호텔'로 확대 해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해당 부지에는 호텔과 갤러리를 포함한 복합문화시설 형태로 조성된다"라며 "해당 조감도는 2008년 사업계획 심의 때 제출한 것으로, 용적율 등이 달라진 것이 있어 재설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옥풍의 건물로 설계할 계획에 대해선 "전통미를 살린다고 해서, 꼭 기와집 형태의 건물 양식만을 지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대답했다. 끝으로 "현재 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 드릴 수 있는 말은 없다"고 덧붙였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인 7성급 호텔 사업은 몇년째 교육계와 문화계, 서울시 등의 반발과 법규제의 벽에 부딪쳐 삽초자 뜨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정부의 도움으로 사업이 가시화될 움직임이 보이나, 논란의 소지가 많아, 사업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대한항공이 건립을 추진 중인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일대 호텔 부지

무엇보다 호텔부지가 학교 옆에 붙어 있는 탓에 법에 저촉된다는 게 문제다. 호텔 부지 인근에는 덕성여중·고와 풍문여고 등이 아주 가까이 자리 잡고 있다. 현행 학교보건법상 절대정화구역(학교 주변 50m 내)에는 호텔 건립이 불가능하고, 상대정화구역(학교 주변 50∼200m)에는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 사업추진 여전히 안갯속

대한항공은 호텔 건립을 위해 중부교육지원청에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금지행위 및 시설 해제를 요청했지만, 학생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이유로 불가통보를 내렸다. 이후 행정소송을 냈지만, 결국 대한한공은 패소했다.

다만 지난해부터 정부가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히면서, 사업이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학교 주변 관광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특혜 의혹이 뜨거워 국회 통과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1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문턱을 넘는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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