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백화점업계 ‘빅3’가 ‘아울렛’ 시장에서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칠 전망이다. 이미 시장에 진출한 롯데와 신세계에 이어 현대백화점도 올해 출격을 앞두고 있어 뜨거운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현대백화점(회장 정지선)의 각오는 남다르다. 최근 몇 년간 시장 점유율 하락 등 굴욕을 맛본 현대백화점은 ‘아울렛’ 시장 공략을 통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 녹록지 않은 '아울렛 시장 진출'

그런데 이런 각오와 달리, 시장 상황은 마냥 녹록치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가산점을 시작으로 가든파이브점, 김포점 등 올해에만 3곳의 ‘아울렛점’을 개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현재 ‘가든파이브점’은 진출이 불투명한 처지에 내몰려있다.  

현대백화점의 아울렛 점포 1호인 ‘현대 아울렛 가산점’은 내달 1일 오픈을 앞두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복합쇼핑몰 ‘한라하이힐’을 재단장해 ‘도심형 아웃렛’ 형태로 선보인다.

‘한라하이힐’은 범 현대가 계열의 한라건설의 소유였으나, 지난 3월 KTB자산운용에 매각됐다. KTB자산운용에 400억원을 투자한 현대백화점은 ‘하이힐’을 위탁운영하기로 했다. 지난해 3월 개장한 ‘하이힐’은 대지면적 1만2602㎡, 영업면적 7만9000㎡에 지하 1층·지상 9층 규모를 자랑한다. 

그런데 현대백화점은 ‘가산점’의 오픈을 앞두고 고민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대대적인 재단장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일부 점포의 계약기한이 남아 있는 탓에 전면 재단장은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결국 재단장은 일부 브랜드가 새롭게 선을 보이고 ‘현대 아울렛’으로 간판을 바꿔다는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처음으로 내놓는 ‘아울렛 1호점’ 임에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못 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가든파이브점' 출점 불투명

여기에 ‘가든파이브점’도 출점이 불투명해졌다. 기존 입주상인들의 반발로 임대매장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현대백화점은 오는 9월 서울 문정동에 ‘가든파이브’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개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든파이브 리빙관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 테크노관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를 일괄 임대해 사용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서울시와 SH공사 등과 가든파이브 라이프동 리빙관 일괄임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문제는 가든파이브에 입점하려면, 점포주 전원의 위임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가든파이브 관리단’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매장 일괄임대를 위한 구분등기 소유자의 위임장 접수 결과, 총 332명의 점포주 중 62.1%인 206명이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점포주의 위임장이 없다면 관리단이 현재 입점해 있는 임차인에게 명도를 요구할 권리가 없어 매장 일괄임대가 불가능하다. 현재 가든파이브 관리단이 점포주를 대상으로 설득하고 있지만 협의가 잘 되지 않아 개장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기에 인근 로데오 거리 상인들과 NC백화점이 현대백화점의 ‘아울렛’ 출점에 반대하고 있어 진출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백지화’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시험대 오른 정지선 회장 리더십

이에 따라 올해 ‘가산점’을 시작으로, ‘가든파이브점’, ‘김포점’을 연달아 개장해 롯데와 신세계를 견제하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측은 “가든파이브 입점은 SH공사의 명도가 끝나야 모든 것이 명확해 질 것”이라며 “사업포기에 대해서도 현 시점에서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9월 입점설에 대해선 “일부 언론에서 9월에 입점할 것이란 보도가 전해졌지만, 공식적으로 백화점이 밝힌 부분은 아니다”고 밝혔다. 
 
아울렛 시장에서의 성패는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의 경영리더십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 취임 이후, 현대백화점은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등 굴욕을 맛봤다.

경쟁사인 롯데와 신세계가 정체된 백화점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로를 찾을 때 현대백화점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고, 그 결과는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에야 ‘아울렛’ 시장 진출을 선언했지만 업계에선 “한 발 늦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의 경영리더십도 시험대 올라온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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