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갑의 횡포’, ‘납품 비리’.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만연해 있기에 끊임없이 드러나는 것일까.

사기업과 공기업을 가리지 않고 ‘갑’의 지위를 이용해 검은 ‘뒷돈’을 챙긴 사례들이 쉴 새 없이 적발되고 있다. 밖으로는 ‘윤리경영’과 ‘내부 감시 철저’를 외치고 있지만, 모두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직원들의 ‘갑질 횡포’도 마찬가지다. 공항공사 직원들이 사업 수주를 미끼로 납품업체로부터 수억대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대거 재판에 넘겨졌다. ‘횡포’를 못 견딘 한 납품업체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이번 사건의 참담함은 더욱 컸다.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난 이들의 혐의는 이랬다. 공항공사 직원은 사업수주를 미끼로 납품업체로부터 억대의 현금을 챙기고, 명절 때면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 수천만원대의 기프트카드를 챙겨 관련 부서 직원들끼리 나눠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고급 룸살롱에서 수천만 원대의 향응을 제공받는가 하면 해외출장 때는 협력업체 직원들을 데리고 나가 술값 등 각종 경비를 내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기적으로 금품 등을 제공했던 납품업체 사장은 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런 참담한 일까지 벌어지는 동안, 한국공항공사의 감사시스템은 무기력했다. 공항공사 측은 납품업체의 ‘절규’를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은 채 외면하는 태도까지 보였다고 하니 더욱 기막힐 노릇이다. 

사실 이 사건은 지난 2월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납품업체 대표들은 증거 자료까지 제시하며 자신들이 당한 부당한 일에 대해 토로했다. 본지 기자도 이 사건을 취재했다.

당시 기자의 취재에 의하면 공항공사 측은 이 같은 의혹을 지난해 10월 납품업체 직원의 민원 접수를 통해 파악하고 있었다. 지난 2월에는 감사원이 관련 내용에 대해 조사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그리고 자체 감사를 실시했음에도 관련 사실을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 철저한 감사가 이뤄졌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언론사와 인터뷰를 한 과거 납품업체 대표들을 오히려 비난하는 태도까지 보였다. 당시 공항공사 홍보팀 직원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의혹을 제기한 업체들은 공사와 협력관계에 있다가 입찰과정에서 배제된 곳으로 보인다”며 ‘입찰 배제’에 따라 앙심을 품고 모함을 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결국 검찰 조사로 모든 것이 드러난 뒤에야 머리를 숙인 공항공사. 윤리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그들의 외침이 공허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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