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이사회 골프장서 개최, 이사들 곧바로 골프라운딩
노조 "이사진 도덕적 해이, 이사회 절차 준수 여부 점검해야"

 ▲정해붕 하나SK카드 사장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정해붕 하나SK카드 사장의 경영 자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이사회를 ‘골프장’에서 개최한 것으로 드러난 탓이다. 회사의 중요한 안건에 대해 논의하는 이사회를 경영진과 사외이사의 ‘친목대회’처럼 치렀다는 지적과 함께 졸속 논란이 일고 있다. 

김동훈 하나SK카드 노조위원장은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0월 19일 열린 하나SK카드의 정기이사회가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에 위치한 골프장인 ‘남촌CC(컨트리클럽)’에서 개최됐다”고 밝혔다.

◇ '골프접대' 받은 사외이사 제 역할 했나

김 위원장은 “회사의 중요 안건을 논의해야 할 이사회를 골프장에서 개최한 것이 말이 되느냐”며 “경영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가 ‘골프 접대’를 받고 제 역할을 했겠느냐”고 지적했다.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에 위치한 남촌 CC.
이날 ‘골프장 이사회’에는 정해붕 사장과 김성봉 부사장 등 경영진과 사외이사 7명 중 6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올라온 안건은 ‘신용카드 부실채권 매각 승인’건과 ‘주요 주주 및 계열사 승인건’ 등 총 2건이었다.

이사들은 해당 안건을 모두 가결한 후, 골프 라운딩을 즐겼다.

골프 비용은 회사에서 모두 지불했다. 32만명 부지에 전장 7,139야드, 18홀 규모로 조성된 남촌C.C는 명문회원제 골프장으로 잘 알려져있다. 미술관까지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화려한 부대시설을 자랑하는 곳이다. 

김 위원장은 “이사회에 올라온 카드부실채권 매각은 고객 정보가 수반될 수밖에 없는 거래이기에 중요한 안건”이라며 “과거 고객정보 유출의 아픔을 겪었던 하나SK카드가 졸속 이사회를 개최했다는 점은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사측이 이사회 개최 장소와 날짜를 조작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당초 이사회 담당 부서는 지난해 10월 17일 이사회가 개최된다고 ‘전사 공문’을 발송했지만, 그날에 실제로 이사회가 개최되지 않았다”면서 “회사 측은 19일에 이사회를 개최하고 이사회 의사록에는 10월 17일 본사에서 개최한 것으로 서류 조작을 하려고 했지만, 노조 측에서 허위 기재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날짜와 장소를 그제서야 정정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정해붕 사장 취임한 2012년 3월 이후 매년 한 차례씩 이런 ‘골프장 이사회’가 열리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정해붕 하나SK카드 사장 '경영자질' 도마위

김 위원장은 “금융당국은 사측이 과거 이사회 내역 중 절차를 지키지 않은 점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책임이 드러나면,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이사회 의장이자 최고 경영진인 정 사장의 책임 소지가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분을 받아야 할 것”고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정 사장은 2012년 3월 하나SK카드 사장으로 취임해 지난달 연임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도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골프장에서 이사회를 개최한다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적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접대를 받은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했을지도 의심스럽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하나SK카드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이사회 안건에 대해 거의 찬성표를 던져 ‘거수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라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은 더해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골프장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고, 이사들끼리 골프를 즐겼다는 것은 좀처럼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며 “이사회가 투명하게 개최됐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정해붕 하나SK카드 사장
특히 업계에선 최근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의사회 의결 절차 불이행 등의 혐의로 중징계를 받은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행장은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옛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가 거액의 손실을 낸 사건으로 중징계를 받았다. 특히 금감원은 중요한 징계 사유로, 당시 하나캐피탈이 저축은행 투자 과정에서 가치평가 서류를 조작하고 이사회를 개최하지도 않은 채 사후 서면결의로 대신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 '골프장 접대'가 관행?
   하나SK카드의 황당한 해명 

이런 가운데, 하나SK카드 측은 사외이사들에 대한 골프 접대가 관행적인 부분이라고 답해 더욱 논란을 키우고 있다.  

하나SK카드 홍보팀 관계자는 “매년 가을 사외이사들을 모시고 운동(골프)을 하는데, 마침 시기가 비슷해 정기이사회를 골프장에서 하기로 한 것”이라며 “이사회는 투명하게 개최가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다른 상장사들도 이사들을 모시고 운동을 하곤 한다”라며 일종의 관행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이후 1년에 1차례씩 ‘골프장 이사회’가 열였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골프장에서 이사회를 연 것은 지난해 단 한번 뿐이었다”며 “2012년 사외이사들과 골프를 한 것을 착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날짜와 장소를 조작하려 했다는 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 무근”라고 답한 뒤, 노조 측이 임금 협상을 앞두고 언론에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끝으로 하나SK카드 관계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점은 회사도 인정하지만,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재차 해명했다. 

한편 금융감독원과 하나금융은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퇴진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 금감원이 이번 논란에 대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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