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판에게 항의하고 있는 선동렬 기아 타이거즈 감독. 요즘 선 감독은 심판과 입씨름을 벌이는 일이 잦다. 그만큼 오심과 석연치 않은 판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서른 경기도 채 치르지 않은 올 시즌 프로야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관중이 적어서도, 경기력이 떨어져서도 아니다. 바로 심판의 잇따르는 오심 때문이다.

결국 터질 일이 터졌다. 지난달 30일, 광주에서 열린 SK와 기아의 경기에서 관중이 경기장에 난입해 심판을 폭행한 것이다.

술에 취한 이 남자 관중은 7회초가 시작되기 직전 1루쪽 안전그물망을 넘어 경기장에 난입했다. 그리고는 박근영 1루심을 향해 달려가 그의 목을 잡고 ‘헤드락’을 걸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관중 난입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야구 뿐 아니라 여러 스포츠에서도 관중이 경기장에 난입하는 소동은 종종 벌어진다. 문제는 이번 관중 난입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점이다.

이번 심판폭행 사건은 심판과 야구팬 사이에 쌓인 불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경기장에 난입한 관중은 6회초 SK 공격에서 나온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1사 만루 상황에서 완벽한 병살코스의 타구가 나왔지만, 1루심이 세이프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간발의 차이긴 했지만, 중계화면 상으로는 아웃 타이밍이었다. 결국 기아는 심판의 오심으로 1점을 내줘야했다.

이 한 번의 오심만으로 관중이 난입했다면 해프닝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프로야구에서는 이 같은 오심이 잇따라 발생했다. 게다가 기아는 이 같은 오심의 가장 큰 피해자였다.

지난 25일, 기아는 오심으로 경기 막판 동점 찬스를 날렸다. LG에게 2-3으로 뒤지고 있던 9회초 2사 1, 2루 상황. 브렛 필의 타구는 투수 봉중근의 글러브를 강타하고 뒤로 흘렀다. 봉중근은 재빨리 공을 주워 1루로 송구했고, 1루심이 아웃을 선언해 경기는 마무리됐다. 하지만 공을 받은 1루수 김용의의 발은 1루 베이스에서 완전히 떨어진 상태였다.

지난 29일엔 도루 과정에서 황당한 오심이 나왔다. SK의 조동화가 2회초 무사 1, 3루 상황에서 2루로 도루를 시도했다. 그러나 완벽한 아웃타이밍이었고, 조동화는 슬라이딩으로 베이스를 지나친 뒤에야 베이스에 손을 댔다. 하지만 심판의 판정은 세이프.

이렇듯 기아는 채 일주일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세 번의 명백한 오심을 겪어야했다. 다른 팀들 잇따른 오심과 석연치 않은 판정에 울고 웃었다. 그 사이 심판의 권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잦은 오심에 이어 관중 난입 폭력 사태까지 벌어지자 비디오 판독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는 비디오 판독을 대폭 확대했다. 베이스에서의 세이프와 아웃 판단은 물론 몸에 맞는 공, 팬 방해 등에 대해서도 비디오 판독 요청이 가능해졌다.

비디오 판독 확대에서 걸림돌이 되는 부분은 심판의 권위 문제, 비용 문제, 경기 진행 문제 등이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은 심판의 권위 문제다.

그러나 심판이 야구팬에게 ‘헤드락’까지 당한 상황에서 비디오 판독이 무작정 심판의 권위를 떨어뜨린다고 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오히려 적절한 비디오 판독 확대가 심판의 권위를 세워주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스포츠는 인간이 즐기는 것이다. ‘오심은 경기의 일부’라는 말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스포츠 정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함’과 ‘정정당당’이다. 심판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키고 권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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