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원영(좌) 일동제약 회장과 장남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 사장.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첩첩산중이다. 실적도 폭락했고, 다음 분기 실적도 전망이 좋지 않다. 설상가상 경영권마저 위태롭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다름 아닌 일동제약(회장 윤원영) 얘기다.

최근 제약업계 최대 화두는 ‘일동제약’이다. 제약업계 2위인 녹십자가 지분을 매입,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일동제약의 숨통을 조이고 있어서다. 녹십자는 일동제약의 지분 29.37%를 갖고 있다. 일동제약 윤원영 회장 일가가 34.16%를 보유하고 있으니, 녹십자와의 격차는 고작 4.79%다. 5% 차이도 나지 않는 셈이다. 자칫하다간 녹십자에 경영권을 내어줄 수 있는 심각한 위기에 내몰릴 수 있는 것이다.

◇ 76세 윤원영 회장, 더딘 후계승계

물론 녹십자는 느긋한 표정이다. 적대적 M&A를 할 생각이 없다고 이미 선언을 했다. “마음을 놓으라”는, 일동제약에 보내는 일종의 휴전 메시지인 셈이다. 하지만 일동제약을 비롯한 제약업계 안팎에선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있다. 녹십자의 말을 다르게 해석하면, 적대적 M&A는 아니더라도 경우에 따라선 우호적 M&A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녹십자는 지난 주총에서 일동제약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반대하며 영향력을 행사 했다.

무엇보다 일동제약이 녹십자와의 불안한 동거를 ‘공포’로 느끼고 있는 이유는 아직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는 점 때문이다.

일동제약을 이끌고 있는 윤원영 회장은 올해 76세로 고령이지만, 아직까지도 자녀들에 대한 후계승계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승계작업이 상당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일동제약에 윤원영 회장이 갖고 있는 지분은 6.42%다. 부인 임경자 여사가 2.67%, 윤 회장이 지분 전부를 갖고 있는 컨설팅회사 ‘씨엠제이씨’가 8.34%를 보유하고 있다. 자녀들(1남2녀)을 살펴보자면 장남인 윤웅섭 일동제약 사장은 1.63%, 장녀인 혜진 씨는 0.22%, 차녀인 영실 씨는 0.09%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윤 회장 가족이 보유한 지분 중 자녀들이 보유한 주식은 1.94%에 불과한 것이다.

특히 경영권을 물려받아야 할 ‘황태자’ 윤웅섭 사장은 지분이 고작 1.6% 정도에 불과하다. 장녀 혜진 씨와 차녀 영실 씨는 현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윤웅섭 사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아 향후 일동제약을 이끌어 가야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그야말로 ‘암담’하다 못해 ‘참담’한 처지인 것이다.
 

▲ 일동제약.

◇ 지분 1.63% 주주로 남을 최악의 가능성도…

만약 윤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물려받는다 하더라도 100억원대로 추정되는 증여세가 만만찮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한 주가 아쉬운 상황에서 증여세 출혈은 경영권 상실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

게다가 경영권 강화와 안정적인 후계구도를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지주사 전환이 필요하지만, 지난 주총에서 녹십자가 반대표를 던짐으로써 이마저도 물 건너갔다. 일동제약의 자산승계 작업에 사실상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자칫하면 윤웅섭 사장은 지분 1.63%의 주주로 남을 최악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일동제약은 이제 지주사 전환이 아닌, 적대적 M&A를 방어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실적도 폭락했다. 일동제약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6% 감소한 34억원으로, 예상치 75억원을 크게 하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2분기 실적개선도 미미할 것으로 전망됐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수익성 높은 ‘아로나민’의 매출 감소와 신규 품목이 절실한 상황 . 반면 녹십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1분기 매출 상승세를 보이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10년간 수백억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으며 공들여온 습윤밴드 ‘메디폼’도 판권을 뺏기며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다. 메디폼은 매출 200억원으로, 국내 흉터 예방 밴드 시장 1위 제품이다. 일동제약은 자체 습윤드레싱 제품을 내놓는 것을 고려하고 있지만, 메디폼처럼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공교롭게도 오는 5월 6일은 일동제약이 창립 73주년을 맞는 날이다. 과연 73주년의 역사를 계속 써나갈 지, 아니면 ‘새롭게’ 쓰게 될 지, 바람 앞에 등불 격인 윤원영 회장과 후계자 윤웅섭 사장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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