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5월 11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파문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첫해였던 지난해, 초유의 파문을 일으킨 사건 중 하나는 바로 ‘윤창중 전 대변인 성추행 사건’이었다.

지난해 5월, 윤창중 전 대변인은 미국에서 박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었다. 한미관계의 중요성은 물론이고, 박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미국 순방이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큰 행사였다.

그러나 이 중요한 행사에서 윤창중 전 대변인은 돌이킬 수 없는 파문에 휩싸이고 말았다. 자신을 도와주던 20대 여성 인턴이 윤창중 전 대변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를 한 것이다.

당시 피해 여성의 진술과 사건 이후 윤 전 대변인이 해명한 내용, 그리고 언론의 보도 등을 기반으로 사건을 재구성해보자.

현지시간으로 2013년 오늘, 윤 전 대변인은 자신의 가이드를 맡은 A씨와 함께 숙소 인근의 한 호텔 바에서 술을 마셨다. A씨는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박 대통령의 방미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교포 여대생이었다.

윤 전 대변인은 수행비서 역할을 하던 A씨의 업무가 상당히 미숙했고, 이에 대해 수차례 질책한 것을 위로하기 위해 술자리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한 술자리는 운전기사도 동석했고, 30분 정도 가진 뒤 끝났다고 주장했다. 다만 술자리를 마치고 나오는 과정에서 A씨를 격려하며 허리를 한 차례 ‘툭’ 친 것이 전부였다는 것이 윤 전 대변인은 해명이었다.

하지만 피해 여성 측의 진술과 현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전해진 내용은 윤 전 대변인의 해명과 크게 엇갈렸다.

우선 밤 9시 30분경 시작된 술자리는 호텔 로비로 옮겨 자정 가까이 계속됐고, 이 과정에서 윤 전 대변인은 “너와 나는 잘 어울린다”, “오늘이 생일인데 아무도 축하해주지 않아 외롭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운전기사가 차를 빼기 위해 먼저 나간 사이 ‘엉덩이를 움켜쥐는’ 성추행까지 벌어졌다는 것이 피해 여성 측의 경찰 신고 내용이었다.

이튿날인 8일 아침까지 있었던 일 역시 윤 전 대변인의 해명과 배치되는 내용이 많았다.

윤 전 대변인은 “30분가량의 술자리를 마친 뒤 숙소로 바로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노크 소리가 들려 긴급 브리핑 자료를 가져다주는 줄 알고 황급히 문을 열었더니 A씨가 있었다. 그래서 ‘여기 왜왔어, 빨리 가’라고 말한 뒤 문을 닫았다”고 해명했다. A씨가 자신의 방으로 온 이유에 대해서는 전날 모닝콜을 부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현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전해진 내용은 윤 전 대변인이 8일 새벽 A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고, 새벽 6시쯤 A씨가 뒤늦게 전화를 받자 화를 내며 자신의 방으로 오라고 지시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윤 전 대변인이 알몸 상태로 A씨를 맞았다는 것이 2차 성추행의 내용이었다.

여기에 윤 전 대변인이 숙소에 돌아와 현지 요원들과 술을 더 마신 뒤 호텔 밖으로 향했고, 새벽 4시쯤 만취한 모습이 목격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 윤 전 대변인은 급히 귀국했고, 청와대는 그를 경질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수행하던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파문에 휩싸인 것은 그야말로 초유의 사태였다. 당연히 후폭풍은 거셀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의 성추행 은폐 시도 의혹이 불거지고, A씨 아버지의 인터뷰가 국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등 사태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첫 청와대 대변인이었다는 점에서 인사 실책에 대한 비난 여론도 거세게 일었고, 급기야 박 대통령의 사과와 이남기 전 홍보수석의 사퇴로 이어졌다.

이 사건은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각국에서는 이 초유의 사태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다. 미국 NBC의 인기프로그램 ‘Saturday Night Live(SNL)’는 윤 전 대변인 성추행 파문을 풍자했고, 중국의 신화통신은 이 사건을 ‘세계 8대 굴욕’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 지난해 5월 11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파문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가진 뒤 칩거에 들어갔다. 성추행 파문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레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윤 전 대변인 성추행 파문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진실게임’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수사당국의 수사가 이뤄져야 모든 것이 낱낱이 가려질 수 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진척은 없다.

덕분에 A씨는 사건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사과를 받기는커녕 가해자에 대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이후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모습조차 쉽게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윤 전 대변인은 ‘집에서 치킨을 시켜먹었다’는 루머가 나돌 정도로 세간의 웃음거리가 돼버렸다.

어쩌면 윤 전 대변인은 정말로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 당시 “나를 파렴치한 사람으로 마녀사냥하고 있다”며 “윤창중 이름 세 글자를 걸고 맹세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 지난해 6월, 여성관련단체 회원들이 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윤 전 대변인 성추행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 사건의 진실을 가리는 것은 두 사람 모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또한 이러한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그에 따른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대로 2016년 5월 7일이 되면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끝나게 되고, 진실은 영원히 밝혀지지 않게 된다.

이 진실게임을 끝낼 방법은 간단하다. 억울함을 호소했던 윤 전 대변인이 직접 미국으로 가서 조사에 임하면 된다. 그리고 자신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던 내용들을 입증하면 된다. 너무나 쉽다.

이제 남은 시간은 2년이다. 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지, 영원한 ‘미제사건’으로 남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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