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도에서 김보성 씨의 ‘의리’ 컨셉으로 내세운 비락식혜 광고. 이 광고는 지난 6일 유튜브에 공개된 이후 21일 현재 267만 이상의 조회수를 돌파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배우 김보성 씨의 인기가 그야말로 ‘으리으리’하다. 팔도 비락식혜에 이어 걸그룹과 함께 한 쇼핑몰까지 연타로 인기를 끌면서 광고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다소 부담스러웠던 그의 터프한 몸짓과 말끝마다 ‘의리’를 붙이는 특유의 말투가 이렇게 큰 웃음을 선물할 줄이야. 본인 역시 최근의 인기에 깜짝 놀란 모습이다. 김보성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허세를 부린다고 오해하거나 코미디라며 웃는 분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의리’를 설파하는 김보성 씨의 말 가운데 의미 있는 한 대목. 그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의리’ 열풍이 일어난 것에 대해 “정의로운 시대에 대한 대중의 열망과 염원이 커졌다”고 해석했다. “의리의 최우선은 정의이고, 궁극적으로 사랑”이라는 김보성 씨는 “정말로 대한민국이 의리공화국이 되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맞는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의리’ 열풍은 ‘의리 없는 시대’의 반증이라 할 수 있다. ‘의리 있는 시대’에 대한 열망이랄까. 승객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는 사이 나홀로 탈출한 이준석 선장, 초기 대응 실패로 선내에 갇힌 승객을 단 한명도 구하지 못한 해경, 사고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 앞에서 보여준 정치인들의 백태를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울분을 토해냈다. 나아가 국민들은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국가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다. 김보성 씨가 말하는 ‘의리’, 즉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가 그리운 이유다.

물론 언론에 대한 ‘의리’도 절실한 시점이다. 세월호 참사 보도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비춰진 언론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잇따른 오보와 부적절한 인터뷰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전락했다. 재난 보도의 제1 원칙인 ‘사실 보도’를 망각한 죄,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무차별 보도로 사회적 갈등을 조장한 죄, 모두 변명의 여지가 없는 비판이었다. 때문에 기자들 사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보여줘야 할 ‘의리’는 어떤 모습일까. 대국민담화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최종 책임을 인정한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에 대한 ‘의리’를 또 어떻게 보여줘야 할 것인가. 사건 추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고, 옥살이가 예고된 유 전 회장은 도망자를 자처했고, 개각을 앞둔 박 대통령은 고민이 깊다. 어찌 씁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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