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강원랜드 호텔전경.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강원랜드가 손대는 사업마다 적자를 보고 있다. ‘마이너스의 손’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적표가 참담하다. 강원랜드 안팎에서는 경영을 제대로 모르는 이들이 대거 ‘낙하산 투입’돼 자리를 꿰차고 앉음으로써 살림살이가 엉망이 됐다고 지적한다.

실제 강원랜드가 수백억원을 투자한 비상장 법인들이 1곳을 제외하곤 모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 9개 계열사 중 8개사 ‘적자’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강원랜드가 지난 2012년 150억원을 들여 지분 9.9%를 취득한 태백관광개발공사는 지난해 18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분 27%를 보유한 문경레저타운의 경우엔 1분기에만 12억원의 손실을 봤고, 삼척 퍼블릭 골프장 블랙밸리 컨트리클럽과 대천리조트 역시 각각 9억원, 11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이원추추파크와 하이원상동테마파크도 각각 5억원 안팎 적자를 냈다.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하이원엔터테인먼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분기에만 24억3,1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동강시스타는 24억원가량 순손실을 기록했다.

강원랜드 계열사 9개 중 8개사가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순손실(3월말 기준)을 기록한 것인데, 이들 회사의 지분을 취득하는데 백수십억씩을 쏟아 붓고도 이득은 커녕 장부가액이 ‘0원’까지 처리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맞고 있는 것이다.

강원랜드 안팎에서는 이런 참담한 결과가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뜨겁다. 경영의 ‘경’자도 모르는 인사들이 자리를 꿰차고 앉아 무책임하게 도장을 찍어댄 탓이라는 것이다.

실제 강원랜드를 구성하고 있는 임원들의 명단을 들춰보면 그야말로 ‘가관’이다. 이곳이 ‘관공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치인과 관료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됐다.

강원랜드 노조에 따르면 대표·전무이사, 경영지원·카지노본부장, 상임감사 등 임원 28명 중 75%인 21명이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정치권 등의 관료 출신이다. 특히 사장 7명 중 6명이 정부가 꽂은 낙하산 인사였다. 경영지원본부장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사표를 낸 김성원 전 부사장은 국회사무처 국제국장과 법제실장 출신이고, 박선재 상무는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다른 임원진도 대통령 경호실 연구위원 등 관료 내지 정치권 출신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영성과를 기대하기 만무한 상황이다. 강원랜드 노조 한 관계자는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발전이라는 사업 취지와 달리, 관료 출신 경영진이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계열사 지분을 획득한 셈”이라면서 “카지노 입장료 인상이나 전자카드 도입가 같은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관료 출신 경영진은 사익 쫓기에만 여념이 없었다. ‘낙하산 인사’가 추진하는 사업은 지역주민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고, 설상가상 사회공헌과 지역복지 사업예산은 줄었다. 침체된 지역경기를 살리기 위한 강원랜드는 무능한 낙하산 인사들로 인해 더욱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상태”라고 꼬집었다.

▲ 사진은 지난해 12월 당시, 강원랜드 터널 입구에 낙하산 인사를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린 모습.

◇ 세월호 침몰과 닮은 강원랜드

문제는 이런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공석인 강원랜드 사장 자리를 두고 벌써부터 ‘낙하산’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흥집 전 사장은 강원지사에 출마하느라 지난 2월 사임했다. 현재 김시성 경영지원본부장이 지난달 11일부터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방선거가 끝난 뒤 특정 정치인을 낙하산 사장으로 임명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파다한 상태다.

이에 강원랜드 노조는 사장 선임을 앞두고 낙하산 저지투쟁에 나섰다. 노조 측은 “강원랜드는 2000년 창립 이래 각 부처 4급 이상 관료들의 재취업 현장이 됐다”며 “전문성·책임 경영은 고사하고 임기만 지키고 나가면 그만인 생활봉급자형 관료 낙하산의 현주소”라고 비난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퍼하고 있고 참사의 원인 중 관피아(관료+마피아)의 문제점과 부조리가 드러나고 있다”며 “대통령마저 적폐를 말하는 현 시점에 산업통상자원부는 강원랜드에 산피아(산업통상자원부 관료) 자리 하나 더 만드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부에서는 강원랜드의 현재 모습이 침몰하는 세월호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제 욕심만을 위해 임기만 채우고 가는 ‘낙하산 인사’들의 모습은, 제 살길 찾아 수백명의 승객의 목숨을 나 몰라라 했던 세월호 선장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것이다. 경영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이 저질러놓은 방만경영은 결국 무책임하게 배를 운항하다 침몰하게 만든 세월호 관계자들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결국 강원랜드의 생존 여부는 이번 사장 선임 결과에 달렸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사장 등 임원선임 결과에 따라 도약하거나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 무게를 얻고 있는 것이다. 조금 늦더라도 지역과 노조에서 공감할 수 있는 경영전문가를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지금 강원랜드는 침몰이냐 생존이냐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과연 강원랜드가 과거의 악습을 또다시 재연하며 위기를 자처할 것인지, 2014년 임원명단에 이름을 올릴 강원랜드의 새 선장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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