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푸드트럭' 운영 의혹을 받고 있는 롯데백화점(좌)과 현대백화점(우).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롯데와 현대백화점 등 국내 대형 백화점들이 ‘푸드트럭(food-truck·이동용 음식 판매 차량)’을 운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롯데백화점의 경우 언론사의 취재가 시작되자 이를 부랴부랴 철수한 것으로 알려져 뒷말을 낳고 있다.

‘푸드트럭’은 음식을 조리·판매하기 위해 개조한 소형 트럭을 말한다. 그동안 ‘화물차’인 트럭을 ‘특수차’인 이동용 음식판매차량으로 개조해 영업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왔다. 하지만 오는 7월부터 해당 규제가 완화된다. 푸드트럭의 불법성을 해소시켜 서민생계와 일자리 창출을 돕기 위한 취지에서다.

◇ 영세상인 위한 사업까지 욕심 vs 롯데 “일종의 이벤트였을 뿐”

하지만 일부 보도에 따르면 대형 백화점들이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이익을 챙겨왔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MBC 보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최근까지 푸드트럭 형태의 영업을 해왔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수입차를 개조한 푸드트럭에서 아이스크림을 판매했는데, 롯데 측은 해당 업체에 땅을 빌려주고 푸드트럭 장사를 하게 한 뒤, 판매 금액의 약 15%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4월엔 광주점에서 아이스크림 푸드트럭 초청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외부에서는 푸드트럭에 대한 규제가 다음달부터 완화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대형 백화점들이 미리 관련 사업에 손을 뻗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롯데백화점의 경우 MBC 취재가 시작되자 푸드트럭 영업을 부랴부랴 중단하고 해당 업체를 백화점 안으로 입점시킨 것으로 알려져 뒷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푸드트럭 사업에 진출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이벤트였을 뿐인데, 외부에서 확대해석하고 있다는 항변이다.

롯데백화점 홍보실 고위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노원점 등 일부 지점에서 푸드트럭 형태로 아이스크림 판매를 했으나 이는 영세상인들을 위한 활로개척 및 상생 차원이지, 롯데백화점의 푸드트럭 사업 진출이 절대 아니다”면서 “이벤트로 했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서 운영했던 것 뿐, 푸드트럭 사업 진출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동네빵집을 백화점에 입점시킨다고 해서 동네빵집(골목상권)진출은 아니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해당 업체로부터 15% 비용을 받은 것에 대해선 “브랜드 입점 수수료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백화점에 입점한 모든 매장에 대해 수수료를 받듯이 푸드트럭 형태로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업체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받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측 관계자는 이어 “좋은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소비자만족과 영세업체의 판로개척 등 모든 면에서 만족시킬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판단했는데, 푸드트럭 운영이 아직까지 불법이고 또 이런 오해를 받게 될 것으로는 생각지 못했다”면서 “이미 지난주부터 푸드트럭 형태의 영업은 중단했으며, 이런 결정에는 언론사의 취재 탓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대백화점도 비슷한 답변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도에서 제기된 주장처럼 백화점이 푸드트럭 사업에 개입한 것이 아니다”면서 “중동점에서 지난 5월 19일부터 29일까지 이벤트성 행사로 단 한차례 푸드트럭을 운영한 사실이 있으나, 검토해보니 푸드트럭은 ‘유원시설’ 내에서만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에 곧바로 철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 롯데백화점 광주점이 지난 4월 아이스크림 푸드트럭 초청행사를 개최하는 모습.

◇ 식약처, 롯데․현대 조사 착수… 파문 커질 듯

업계에서는 이번 일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뭇매를 맞은 상황에서 또 다시 이런 일이 포착되면서 여론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에선 “대기업들이 이번엔 길거리 상권까지 가로채려 한다”면서 “영세상인을 살리겠다는 규제개혁 취지를 대기업들은 철저히 무시하면서 자사 돈벌이로만 이용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푸드트럭에 대한 대기업들의 진출을 호되게 지적하면서 이에 따른 후폭풍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2일 푸드트럭과 관련한 규제완화에 대해 “대기업들의 영업기회를 확장시켜주기 위한 것이 아니란 것을 분명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난 3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건의된 푸드트럭 관련 규제완화가 다음달부터 이뤄지는 것과 관련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번 규제완화 조치는 서민생계형 푸드트럭의 불법성을 해소시켜 서민생계와 일자리 창출을 돕기 위한 조치”라며 “만약 이런 생계형 부분까지 대기업이 나선다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들도 중소기업들과 영세상인들과도 같이 상생해나가도록 해야 국가경제가 살아나갈 수 있다”며 “푸드트럭 규제완화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서민생계형 푸드트럭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관련 부처는 이런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면밀히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실제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곧바로 롯데․현대백화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식약처는 조사범위를 확대해 전국의 백화점이 푸드트럭을 운영하는지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또 조사결과 식품위생법상 무신고 영업행위로 확인되면 형사고발 등 조처할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언급했듯, 조만간 규제가 완화되는 ‘푸드트럭’은 서민들의 생계형 사업이다. 소위, 없는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벌이는 사업을 국가적으로 일정 부분 지원하고 보호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 굴지의 대형 백화점들이 직․간접적으로 푸드트럭 사업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대기업을 향한 세간의 비난은 또 다시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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