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위)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아래).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이건희 삼성 회장이 쓰러진지 어느덧 한 달이 가까워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5일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 선수의 장외홈런에 눈을 뜬 것으로 알려졌으나, 여전히 의식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이건희 회장이 병실신세를 지자, 삼성은 경영승계 작업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물론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은 지난해부터 차곡차곡 진행돼왔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삼성의 행보는 확실히 전보다 가속도가 붙었다. 최근 들려온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소식은 이를 반증한다.

‘포스트 이건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 역시 각각 한 축을 담당할 전망이다. 그룹 재편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이 경영승계에 필요한 ‘실탄’을 넉넉히 제공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 경영승계 시동 건 삼성,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은?

재계 1위 삼성이 이처럼 평온한 듯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에도 시선이 쏠린다. 사업 분야는 전혀 다르지만 두 그룹이 놓인 상황은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삼성에 이재용 부회장이 있다면 현대차그룹엔 정의선 부회장이 있다.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은 엄청난 변수가 나오지 않는 한 차기 현대차그룹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정몽구 회장은 여전히 건강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보다 4살 많은 77세의 나이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경영승계에 있어서 두 그룹이 놓인 비슷한 상황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나는 ‘경영승계 방식’, 또 하나는 이른바 ‘걸림돌 제거’다.

먼저 경영승계 방식의 유사성은 ‘실탄’ 확보에 있다. 삼성그룹이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를 이용하듯, 현대차그룹은 비상장사인 현대글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정의선 부회장은 순환출자의 핵심인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것 역시 현대글로비스를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비상장사의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지분 확보에 이용하는 것이다.

물론 현대차그룹의 경우 시간이 촉박하지 않은 만큼, ‘편법승계’ 논란을 최대한 피해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 이건희 삼성 회장(왼쪽)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
◇ 삼성은 ‘백혈병’, 현대차는 ‘사고’

두 번째 ‘걸림돌 제거’는 후계자의 발목을 잡을만한 사안들을 털고 가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수년 동안 반도체공장 백혈병 문제를 끌어왔던 삼성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전향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나서 “백혈병 피해자와 가족에 대해 저희가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 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을 마음 아프게 생각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이후 삼성은 백혈병 문제를 놓고 ‘반올림’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서비스 사태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은 대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백혈병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그리고 이는 ‘이재용 시대’를 위한 준비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현대차그룹도 해결할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자동차업계 전반에 적잖은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이는 ‘비정규직’문제가 있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600여명은 지난 2010년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유사한 재판에서 노동자 측이 승소한 만큼 재판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하지만 이 재판은 3년 반이 지나도록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 입장에선 패소할 경우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승소한다 해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갈등이 불 보듯 빤한 상황이다. 더욱이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향후 정의선 부회장의 발목을 붙잡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 방안을 찾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다. 핵심 계열사들의 산재도 고심거리다. 세월호 참사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산재가 가장 많은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은 지난해 잇따라 사망사고를 일으키면서 ‘죽음의 기업’이란 오명을 썼다. 올해 1월에도 안전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한 바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지난 5년간 산재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이기도 하다.

또한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와 마찬가지로 ‘직업성 암’ 문제가 솔솔 제기되고 있다. 향후 삼성전자가 백혈병 문제를 해결할 경우 현대차는 적잖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삼성은 경영승계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당분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현대차 역시 서서히 경영승계 준비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국내 굴지의 두 재벌가가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그리고 그 변화는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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