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 지방선거를 통해 야권에선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가 차기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다. 여권에선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와 원희룡 제주지사가 유력 주자로 거론된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6·4 지방선거는 잠룡들의 운명도 갈랐다. 승기를 잡은 당선자들은 대선가도에 날개를 달았지만, 낙선자들은 적신호가 켜지면서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당장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도 향후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망설였다. “쉬면서 생각해 보겠다”는 게 정 후보의 답변 전부다. 여권의 유력 대선후보로 불렸던 정 후보의 쓸쓸한 퇴장에서 정치의 냉혹함이 엿보인다.

◇ ‘문재인 대항마’로 떠오른 박원순·안희정

이번 지방선거에서 최대 수혜자는 단연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다.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그는 재선에 성공하면서 단박에 ‘문재인 대항마’로 떠올랐다. 특히 승리의 요인이 당 지도부의 지원이라기보다 박 당선자 개인의 역량 때문에 얻은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는 점에서 ‘정치인 박원순’으로서 홀로서기에 완벽히 성공했다.

사실 박 당선자는 지난 2011년 10·26 보궐선거에 나설 때만 해도 안철수 대표의 협력이 필요했다. 당시 인지도 5%에 불과했던 그가 서울시장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안 대표의 ‘아름다운 양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3년여가 지난 지금, 박 당선자는 자력으로 선거전을 완주했다. 게다가 박 당선자(56.1%)는 ‘대세론’을 형성했던 정 후보(43.1%)를 13.0%P 여유 있게 따돌리며 서울 시민들로부터 재신임을 받았다.

이에 따라 박 당선자는 차기 대선 ‘바로미터’로 불리는 서울 민심을 등에 업었다. 여기에 안 대표와 문재인 의원을 지지하는 양쪽 세력에게 우호적 평가를 받고 있어 표의 확장성도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정작 박 당선자 본인은 대권가도 전망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당선되면 임기를 마치겠다”며 사실상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 이번 지방선거에서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는 본인의 뜻과 무관하게 ‘대망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와 달리 야권의 불모지에서 재선에 성공한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는 공공연하게 대선 출마 의지를 피력하며 대권가도에 돌입했다.
그러나 ‘박원순 대망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정치는 생물과 같다”는 말처럼 향후 야권 지형에 따라 박 당선자의 뜻과 무관하게 상황이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당선자가 차기 대선에 관해 언급을 피하는 것과 달리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는 공공연하게 차기 대선에 대한 포부를 밝혀왔다. 그는 선거를 앞둔 지난달 17일에도 “지방정부 운영을 통해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는 확신이 든다면 그 다음날이라도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선언하겠다”며 대망론에 불을 지폈다.

안 당선자의 당찬 포부는 충청도민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안희정 대망론’이 “우리도 대통령 한 번 만들어보자”는 ‘충청 대망론’으로 덩치가 커진 것. 안 당선자(52.2%)는 ‘친박’의 대표주자 정진석(44.0%) 새누리당 후보를 8.2%P 격차로 누르며 재선에 성공했다. 사실상 충청권은 ‘안희정 대통령 만들기’에 수긍하는 모양새다.

따라서 안 당선자는 역대 대선 때마다 캐스팅보드 역할을 한 충청권에서 득표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중원의 맹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안 당선자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잇는 ‘장자론’을 설파하며 친노 후보로서의 경쟁력 강화에 나선 상태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던 안 당선자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연루돼 1년간 옥고를 치렀지만 “대통령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며 어떤 공직도 맡지 않았다. 이 같은 안 당선자의 뚝심과 신의는 친노계에서 인정하는 바다.

야권의 불모지로 통하던 충남에서 우뚝 선 안 당선자는 5일 한 매체와 인터뷰를 하며 “지방정부를 잘 이끌고 경험을 더 쌓아서, 충청도 선배 정치인들의 그 좌절과 비애를 한 번 뛰어넘어 보라는 도민의 명령을 들었다. 도민 여러분의 그 기대에 부응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지도자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 비주류·공백기 한계 극복한 남경필·원희룡

여권에서는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와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가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두 당선자는 각각 ‘비주류’와 ‘공백기’라는 환경적 한계를 극복했다는 의미가 크다.

▲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떠오른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와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는 막역한 사이다. 두 당선자는 경기지사 당 경선에서 남 당선자에게 패배한 정병국 의원과 함께 옛 한나라당 시절 ‘남원정’으로 불리며 원조 소장파 그룹을 형성했던 사이. 함께 ‘개혁’을 외쳤던 두 당선자가 대권가도에서 다시 만났다.
특히 남 당선자는 치열한 접전 끝에 수도권 내 ‘여당의 진지’를 지켜낸 혁혁한 공을 세웠다. 덕분에 남 당선인은 ‘만년 소장파’라는 이미지를 벗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동시에 한계로 지적돼왔던 행정경험을 쌓아 정치적 자산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발판을 확보했다. 따라서 남 당선자는 향후 5선의 관록과 ‘대한민국 축소판’으로 불리는 경기도의 수장 경험을 바탕으로 차기 대선을 노려볼만 하다.

남 당선자의 다음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원 당선자는 이미 출마선언에서 대권 도전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지난 3월16일 제주시 관덕정에서 출마선언을 통해 “제주지사는 정치 생활을 마감하는 자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질적 도약을 위해 더 나아갈 수 있는 과정”이라면서 그 목표를 ‘대권’이라고 암시했다. 사실상 대선 재수에 도전을 선언한 셈.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든 원 당선자는 당시 소수파의 한계를 절감하면서도 끝까지 완주해 현재 여권의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른 홍준표 경남지사 당선자를 제치고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원 당선자의 대선 도전은 세대교체를 바라는 제주도민의 또 다른 꿈이 될 전망이다. 지방선거에서 원 당선자에게 표를 몰아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원 당선자는 60.0%의 득표율을 얻어 신구범(34.5%)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25.5%P 앞서며 압승을 거뒀다. 이로써 원 당선자는 지난 2012년 총선 불출마 이후 계속된 공백기를 딛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다만, 여권 안팎에선 남 당선자와 원 당선자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비롯 야권의 ‘박원순·안희정 카드’에 비해 아직까지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어 두 당선자의 고공비행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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