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 내정자를 비롯 2기 경제팀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시사위크=김민성 기자]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정부에 경기부양책을 권고한 가운데,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규제완화와 내수활성화에 나설 것이 예상되고 있다.

OECD는 17일 발표한 ‘한국경제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로 예상했다. 이어 한국은 지난 10년간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비교적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을 추가적으로 완화하고 단기적인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을 해야할 것”이라고 권고 했다.

최경환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재정경제부장관 겸 경제부총리에 내정되면서 OECD 권고안처럼 정부가 단기적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성장론자로 알려진 최경환 내정자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민생살리기에 최우선으로 두고 경기부양에 나설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세월호 참사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개선하고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비롯해 '경제살리기'에 성공할 지 최경환 내정자와 경제팀의 행보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했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금리인하 압박에 한발 물러섰다.

◇ 금리인하론 솔솔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3개월 째 2.50%로 동결한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 최경환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기획재정부장관으로 내정된 직후부터 서울채권시장에는 동결된 기준금리가 이르면 다음 달 인하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그 동안 현오석 경제팀은 지하경제 양성화와 경제살리기를 외쳤지만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고 각종 규제 개혁안들은 ‘세월호 참사’ 악재에 추진이 지지부진 했다. 따라서 2기 최경환 경제팀은 경기부양을 위해 가능한 모든 카드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초부터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기준금리인하 주장이 있었고 OECD 권고도 기준금리인하 전망에 타당성을 더해주고 있다.

또 정부 정책과 엇박자 행보를 보이던 한국은행도 기준금리인하 반대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금리인상을 주장했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기준금리 방향은 인상”이라는 태도에서 최근 “이달 지표를 보겠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는 기준금리인하를 통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이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물가상승률이 0%대를 유지하는 등 물가가 안정세를 보여 향후 정부의 경제정책은 ‘성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 기준금리인하 효과에 과도한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높다. 

지금 수준의 저금리가 더 낮아진다고 하더라도 신용이 활발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용에 엄격해진 글로벌 은행들이 보편적으로 이런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게다가 금리가 낮아져 외국인의 자본 유출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또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사들의 여수신 등 자금수급이 곤란해져 자칫 금리인하로 인해 시장 금리를 왜곡하고 금융사의 실적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1년간 환율 변동추이, 달러 엔 유로 대비 원화강세가 이어졌다. <출처 네이버>

◇ 외환시장 원화 강세 유지

채권시장과 함께 외환시장에서도 ‘최경환 기대감’이 크다.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 진입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 내정자가 고환율로 대표되는 정부의 환율 정책에 대한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MB노믹스 등 기존 한국경제성장의 방향은 고환율, 수출주도형, 낙수효과 등으로 설명될 수 있다. 내수경제규모가 작다고 판단하고 고환율을 유지해 수출에 주력하는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이른바 ‘낙수효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대기업들은 재투자하기 보다는 자산 보유를 택해 30대 그룹의 현금성 자산이 158조를 돌파하는 등 쏠림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최 내정자는 지난 13일 “자국의 화폐 가치가 올라가면 그만큼 소득도 올라 구매력이 올라가는 것이고, 경상수지 흑자는 그 효과가 국민 삶의 질로 나타났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앞서 2009년 지식경제부장관 재직시절에도 대기업을 향해 “어려울 때 중소기업들의 단가를 줄여달라 해놓고 환율이 좋아지고 수출이 잘 되는데도 단가 인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며 고환율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최 내정자의 발언이 “인위적으로 원화강세를 유도하고 수출환경을 억제하기 위한 것은 아니며, 내수경기 활성화가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균형성장에 초점을 집중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 부동산 시장 활성화

최 내정자는 저금리 기조와 함께 DTI․LTV 규제 완화도 시사했다. 현재 불황인 부동산 시장 상황에서 DTI․LTV는 활황기에 만들어진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이라고 밝힌 것.

부동산 규제 완화 조짐에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의 하나로 지난 2월 26일 발표된 ‘주택임대차 정상화 방안’ 이후 뚝 떨어진 주택 매수세가 다시 오르길 기대하고 있다.

또 수도권 및 과밀억제지역의 건설규제도 완화한다. 이르면 6월 말부터 수도권 민영주택의 소형주택건설의무가 폐지되고 앞으로는 전체 호수의 75% 이상을 전용면적 85㎡ 이하로 건설하도록 변경된다. 아울러 시장상황에 따라 주택조합 등이 일정부분 자율적으로 공급 규모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저금리 기조에 투자처를 잃은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도 대폭 완화한다.

기존 허가제로 운영했던 리츠(부동산 투자 회사)를 일부에 대해서 등록제로 바꾸고 주택임대사업이나 개발 사업 등의 투자비율 규제도 풀기로 했다. 그 동안 리츠는 수익률이 낮은데다가 주택임대보다는 상가나 오피스텔에 투자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18일 지지자산운용이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주택을 러시아무역대표부 숙소로 임대하는 ‘지지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7호’ 펀드를 선보이는 등 향후 주택임대사업에도 펀드 투자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편 DTI․LTV 비율 완화에 대해서 1,000조에 이르는 가계부채를 확대할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게다가 과거와 달리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하려는 구매자 비율이 낮아져 대출에 대한 규제완화로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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