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중앙은행(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 <사진=신화/뉴시스>
[시사위크=김정호 기자] 20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럽중앙은행(ECB)에 국채 매입 등 대규모 자산 매입 검토를 촉구했다. 이미 지난 5일 ECB는 ‘마이너스 금리’를 발표해 경기 활성화를 위한 충격요법에 들어갔다. 금리인하를 통해 유럽의 상업은행들이 시장에 돈을 풀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말고 IMF는 ECB가 적극적으로 채권이나 기타 자산매입을 통해 시장에 돈을 뿌리는 미국식 양적완화를 권고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금융위기 이후로 양적완화를 계속해왔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약 2조 달러의 돈을 뿌려 시장의 유동성을 공급해오다 최근 양적완화 축소를 발표했다. 대신 0%~0.25%의 초저금리 정책은 당분간 계속하기로 했다. 일본도 미국.유럽의 저금리 기조의 발맞춰 양적완화 정책을 계속하기로 했다.

한편 세계적인 초저금리와 돈 가치 하락세에 상대적으로 우리 원화의 가치는 상승했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치명타라는 기존 도식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이라크 사태에 국제유가가 5.2%상승했음에도 원화가치가 7.7% 상승하는 바람에 유가상승에 대한 충격도 덜했다.

문제는 내부다. 한국경제가 견조한 성장률을 보이고 무역 흑자를 기록한다고 해도 좀처럼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나아질 기미가 없다. 얼마전까지 한국은행은 시장에 충분히 유동성이 있다고 판단, 기준금리인상을 고려했다. 그러나 신임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는 금리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하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장단점은 존재한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는 현재 우리의 선택이 향후 한국경제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시점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 마이너스 금리... 왜?

돈을 빌려주고 금리에 따른 이자를 받는 것. 금융의 기본은 자신의 돈을 다른 사람이 쓰게 하고 그에 따른 이자와 배당을 받는 것이다. 각 나라의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통해 그 기준이 되는 금리를 조정해왔다.

그런데 ECB의 마이너스 금리는 그런 금융질서를 역행하는 정책이다. 예컨대 A라는 사람이 1,000만원을 은행에 예금했는데 1년 후에 990만원으로 받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금리를 낮추는 무리수를 감행하는가?

답은 유로존의 디플레이션에 있다. 아니 성장률이나 물가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심각할 정도로 낮은 인플레이션’이 정확할 것이다. 유로존은 청년실업률이 23~25%에 달하고 남유럽의 청년실업률은 50%를 넘겼다. 물가상승률은 0.5% 상승에 그쳤다. 이처럼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소비와 투자는 더욱 위축돼 ECB가 강력한 충격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ECB의 마이너스 금리 조정으로 유로존의 상업은행이 바빠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의 은행들은 예금 받은 돈을 ECB에 쌓아 놓고만 있었다. 은행들이 ‘예대마진’을 통해 수익을 내기는 커녕 과도한 지급준비금을 중앙은행에 넣고만 있던 것이다. ECB는 이 예치금들을 실물경제에 투자할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 최근 1년간 1달러, 1유로, 100엔 대비 원화환율, 원화강세가 이어져 1달러 대비 1020원 수준이다. <출처 네이버>

◇ 세계적인 돈의 가치 하락

유로존의 초저금리 기조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일본도 초저금리를 앞으로도 유지할 계획이다.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가 양적완화까지 해왔다. 양적완화는 정책적으로 채권이나 자산 등을 매입해 강제로 시장에 돈을 푸는 정책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은 양적완화에 대한 축소를 발표했지만 이미 2009년부터 약 2조 달러를 시장에 풀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일본은 아예 목표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할 때까지 무한 양적완화를 선포한 상태다. 즉 계속해서 시장에 돈을 풀어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미다.

이 처럼 시장에 돈이 풀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물건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다. 그래서 산업에 돈이 투자되어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는 활황기를 맞을 것이라는 교과서 적인 이야기다.

문제는 세계의 소비시장인 미국, 유로존에 의존한 수출주도형 제 3국들이다.

◇ 문제는 우리다

미국과 유로존의 초저금리 정책은 자본의 이동을 불러온다. 자본은 자연스럽게 금리가 높은 곳으로 이동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으로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이와 같은 흐름은 외환시장에 반영돼 세계 환시장을 지표인 달러, 유로, 엔의 가치는 떨어지고 원화는 강세를 보였다.

▲ 2013년 8월 부터 2014 3월 까지 무역수지 도표, 원화강세에도 불구하고 흑자를 이어갔다. <출처 한국은행>
다행스러운 건 원화의 가치가 높아졌음에도 아직까지 무역수지면에서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화의 가치가 높아지면 수출에 적시호가 켜진다는 과거의 도식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라크 사태에 따른 5%이상의 유가상승에도 7%이상 원화가치가 상승해서 충격이 덜했다.

그러나 유로존과 일본이 본격적으로 ‘저렴한 화폐’ 정책을 시작한 지금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신임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금리 인하를 비롯해 각종 규제 완화로 내수시장 활성화에 방향을 잡고 있다. DTI․LTV로 대변되는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을 시사하며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통해 내수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입장과는 반대로 그간 한국은행은 금리 동결이나 인상을 추진해왔다. 국내 경기가 침체됐다고 해도 세월호 참사라는 악재를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고, 세계경제 또한 개선 흐름으로 보기 때문이다.

어떤 방향의 선택이든 장단점은 존재한다. 각종 규제완화를 추진해도 부동산 경기가 정상화 될지 의문이고 자칫 원화강세 기조가 수출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편 금리인상이 해외자금을 불러들여 단기간 부동산과 증시 등 국내경기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지만, 해외자금 의존도가 높아져 후폭풍이 올 수도 있다. 무엇보다 냉철한 경제정책과 선택이 중요한 시점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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