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구 수협중앙회장.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수협의 ‘범죄’가 좀처럼 종말을 고하지 못하고 있다. 각양각색의 비리와 부패가 끊이지 않았던 수협에서 또 다시 온갖 불법행위가 드러난 것이다. 감춰지지 않는 수협의 추악한 민낯으로 인해 이종구 수협중앙회장의 리더십에도 의문부호가 가시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 25일부터 한 달간 실시한 수협중앙회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A교회에 지급한 거액의 대출이다. 수협 모 지점은 대출을 해주기 위해 A교회의 신용을 과도하게 부풀렸다. 대출을 받는 쪽이 아니라, 지급하는 쪽에서 조작을 한 것이다.

◇ 엉터리 교회 대출, 우려가 현실로

수협이 A교회의 신용을 높이기 위해 애쓴 흔적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수협은 A교회가 대규모 신도시 아파트단지 인근에 들어설 예정이고, 따라서 신도 수 증가 및 교회 부흥이 예상된다며 신용등급을 올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엉뚱한 자료를 근거로 삼았다는 점이다. 신축될 A교회는 기존의 상황과 여러 면에서 조건이 달랐다. 하지만 기존의 교인 수와 교인 증가율, 헌금액 등을 근거로 교회 성장 가능성을 심사했다. 또한 해당 신도시 입주예정 인구수에 전국 평균 기독교인 비중을 곱해 신도 수를 막연히 추정하기도 했다. 대출을 해주기 위해 심사를 끼워 맞춘 셈이다.

수협의 이 같은 교회 부실 대출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협은 경쟁 은행보다 취약한 영업망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01년부터 교회 대출에 손을 뻗었다. 나름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교회 대출의 연체율이 급증하자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우남 의원은 “2011년 0.34%였던 교회 대출 연체율이 2013년 9월 기준 2.88%까지 올라갔다”며 보다 철저한 대출 심사를 강력히 주문했다.

그런데 이번 조사결과를 통해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입증된 것이다. 수협의 교회 대출 규모가 일반 어업인 대출의 20배에 달하는 1조5,0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와 유사한 사례는 얼마든지 더 나올 수 있다.

이와 관련 수협은행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교회 대출 규모가 큰 것은 맞지만, 다소 오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며 “수협중앙회 영업점은 대부분 수도권과 대도시에 있다. 어업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자금을 어촌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회 대출의 경우 건당 금액이 크다보니 하나만 부실해도 크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수협 모럴해저드 심각… 이종구 회장 최장기집권 문제없나

▲ 이종구 수협중앙회장.
이번 조사 결과 드러난 것은 부실한 교회 대출만이 아니다. 수협 직원들의 심각한 모럴해저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도 있었다. 수협은행 특정인의 개인신용정보를 개인적인 목적으로 부당 조회한 사실이 포착된 것이다. 이러한 부당 신용정보 조회는 195명을 대상으로 무려 784회나 이뤄졌다.

수협은 최근 몇 년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뇌물과 성 접대, 부실·불법대출, 횡령, 내부고발자 해고 논란, 채용 특혜 논란 등 그 종류도 각양각색이었다. 또한 이러한 잡음은 수협중앙회와 단위수협을 가리지 않고 벌어졌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인 셈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이종구 수협중앙회장의 리더십에 의문부호가 가시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이 ‘장기집권’하고 있는 동안 수협의 모럴해저드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더욱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07년부터 수협중앙회를 이끌어오고 있다. 어느덧 8년째다. 이는 19명의 전임 수협중앙회장 중 가장 긴 기간이다. 전임 수협중앙회장들은 보통 2~3년, 길어야 한 차례 재임으로 5년 정도를 맡은 것이 전부였다.

물론 그렇다고 이 회장이 이러한 상황을 마냥 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비리·부패 척결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수협중앙회 임직원 및 전국 92개 조합장들을 모아 ‘청렴서약 결의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리와 부패 역시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모럴해저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이 회장의 리더십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더불어 그의 장기집권이 오히려 모럴해저드 해결에 독이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이종구 회장은 기본 임기 4년에 한번 재임한 것”이라며 “수협중앙회장의 임기는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고, 과거에도 재임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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