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0 재보선에서 서울 동작을 전략공천이 유력했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사실상 불출마를 선언하고 민생투어에 나설 방침이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백수. 그리고 부천시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선택한 다음 행보는 다름 아닌 ‘집’이었다. 지난달 30일 ‘최장수 도지사’로서 임기를 마무리한 김 전 지사는 새누리당 안팎으로 제기됐던 7·4 전당대회는 물론 7·30 재보선에 불출마하기로 결정했다. ‘재충전’과 ‘민생투어’가 그 이유다. 김 전 지사의 측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김 전 지사가) 그동안 3선 의원과 재선 지사를 하는 동안 쉼 없이 일했다”면서 향후 계획에 대해 “성찰과 쇄신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전 지사는 임기를 마무리한 후 첫 외부 일정을 전남 고흥의 소록도 방문으로 계획했다. 그것도 보좌진 없이 홀로 찾아간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한 측근은 “(김 전 지사가) 우리 사회 곳곳의 소외된 분들을 만나 뵈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 “당의 삼고초려? 내 뜻과 달라”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새누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전 지사를 재보선에서 서울 동작을 지역에 투입해 수도권 참패를 막으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 김 전 지사를 콕 집어 지목하진 않았지만 그간 당 안팎에선 김 전 지사를 ‘필승카드’로 부르며 전략공천을 염두에 뒀던 게 사실이다. 나아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완구 원내대표는 “국회 안 들어오고 뭐 하겠나. 정치하는 사람이”라며 김 전 지사의 출마 가능성을 점쳤다. “정치인으로서 장래가 있으니 당이 사정하기 전에 본인이 판단할 것”이라는 게 이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결국 이 원내대표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현재로선 김 전 지사가 불출마 고집을 꺾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임기 마지막 날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민심 청취’에 따른 ‘미래 구상’을 강조했다. 당의 출마 제안 여부에 대해 “전혀 없었다”고 밝힌 김 전 지사는 ‘당이 공식으로 요청하면 출마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마치 삼고초려를 바라는 사람이 될 수도 있는데, 그것은 내 뜻과 다르다”고 답했다. 사실상 거절 표시다.

▲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민심을 가까이서 들어보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택시기사 체험을 시작했다. 8년간의 임기를 마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에도 택시 운행에 나섰다. 그의 40번째 운행이다. 퇴임 이후에도 김 전 지사는 택시를 몰며 국민 소통에 힘쓸 계획이다. /사진=기호일보 제공
물론 김 전 지사로서도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대선 출마를 공공연하게 밝혀온 김 전 지사는 앞으로 차기 대선까지 3년여 시간이 남았다. 정치적 활로 모색이 필요한 이유다. 이와 관련, 측근들 역시 “(김 전 지사가)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때문에 동작을 출마가 가장 유력시됐던 것도 사실이었다. 전대는 준비할 시간이 짧았다. 게다가 당권을 둘러싼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의 경쟁이 워낙 치열해 뒤늦게 전대 레이스에 합류하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현실적 고민이 김 전 지사의 발목을 잡았다. 고공행진을 달리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이반이 심상치 않다는 것. 특히 이슈에 민감한 수도권 민심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판단이 ‘배지’에 대한 확신을 떨어뜨렸다. 측근이 전하는 김 전 지사의 생각도 “최근 상황을 보면 당이나 정부가 국민과 괴리된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나 자신도 그런 게 있지 않겠느냐”다. 김 전 지사가 ‘민생투어’를 계획한 이유다.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지역을 옮기고 선출직에 나서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 8년간 자신을 지지해준 경기도민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만 아니라 도리어 비판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욱이 상대 진영에서 거론되는 정치 신인과의 대결 또한 손해가 예상된다. ‘뚜껑’을 열었을 때, 만약 낙선이라도 할 경우 대권 후보로서의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 ‘개혁’에서 ‘통일’로 화두 전환

일각에선 총리 지명을 받지 못한 김 전 지사의 반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당권 도전을 위해 총리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 김무성 의원이 김 전 지사를 총리로 추천했다는 사실은 공공연하게 알려졌던 터. 김 전 지사 역시 ‘셀프 추천’까지 하면서 총리직 지명을 기대했으나 정홍원 총리의 유임으로 꿈을 이루지 못했다. 김 전 지사로선 서운할 노릇인 셈. 한 비주류 의원은 “김 전 지사가 총리직을 맡아 각종 개혁을 힘 있게 추진하고 싶어 했는데 아쉽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김 전 지사는 ‘개혁’에서 ‘통일’로 화두를 옮겼다. 앞서 김 전 지사는 임기 마지막으로 주재한 월례조회에서 “조국의 허리를 가로지른 철조망을 걷어내고 통일의 대업을 이룩할 때까지 우리 함께 나아가자”고 말했다.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마련한 개인 사무실에서도 통일문제 등을 연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전 지사에 대한 전략공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새누리당 입장에선 ‘김문수 카드’를 쉽게 접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과반석 유지가 목표인 새누리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최소 4석 이상을 확보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 같은 분위기에선 4석은커녕 “전패를 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 ‘필승카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당내 지배적인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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