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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반올림’ 황상기 씨 “삼성, 달라지지 않았다”
[인터뷰] ‘반올림’ 황상기 씨 “삼성, 달라지지 않았다”
  • 권정두 기자
  • 승인 2014.07.03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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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상기 씨는 지난 2007년 딸 고(故) 황유미 씨가 사망한 뒤 삼성과 긴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백혈병 문제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만큼 문제가 불거진 뒤 많은 시간이 흘렀고, 또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곳엔 늘 고(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가 있었다.

황상기 씨는 택시 운전을 하며 가족들과 소박하게 살아온 소시민이었다. 큰딸이 ‘삼성’이란 대기업에 입사했을 땐 누구보다 기뻐했다. 하지만 딸이 백혈병에 걸리고, 끝내 숨을 거두면서 그의 삶도 180도 달라졌다. ‘거대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삼성과 싸워나가야 했다.

그리고 어느덧 7년이 흘렀다. 황상기 씨는 최근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의 이름으로 삼성과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겪었던 숱한 장애물들을 뒤로한 채 마침내 교섭 테이블을 마련한 것이다. <시사위크>는 지난달 28일, 속초에서 황상기 씨를 만났다.

▲ 황상기 씨는 삼성과의 교섭에 대해 “아직 서로의 입장을 확인한 수준이지만,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 우선 삼성과 진행 중인 교섭에 대해 안 여쭤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달 25일에 삼성과 세 번째 교섭을 가지셨죠.

“아직까진 서로의 입장을 확인한 정도에요. 교섭 날 가면 기자 분들도 많이 오시고, 어떤 내용이 오고갔는지 많이 물어보는데 아직 특별히 이야기할만한 건 없어요. 다만 지난번 교섭에서 전달받은 삼성의 입장은 아쉬운 면이 많았어요.

- 어떤 부분이 부족했나요.

“우선 보상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면, 삼성은 이번 교섭에 참여하고 있는 8명에 대해서만 보상을 얘기하고, 다른 피해자들이나 앞으로 나올 피해자에 대해서는 따로 보상위원회를 설치해 거기서 해결하자고 하더군요. 하지만 우리가 요구했던 것은 크게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대책 이렇게 세 가지였고, 어느 하나가 앞선다 할 수 없을 만큼 모두 중요해요. 그런데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삼성의 입장은 별다른 내용이 없었어요.”

- 실제로 3차 교섭 후 언론 보도에서는 보상 문제가 많이 언급됐습니다. 일부 보도에서는 마치 삼성과 반올림 사이의 쟁점이 보상뿐인 것처럼 비춰지기도 했고요.

“보상이 다가 아니에요. 그랬다면 벌써 받았겠죠. 삼성은 우리 가족한테 10억도 제안했고, 백지수표를 제안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이미 다 거절했어요. 합당한 보상과 사과는 기본이고, 재발방지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해요. 두 번 다시는 유미 같은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어떤 게 필요할까요.

“삼성 반도체공장 직원들은 본인이 무슨 약품을 다루고 있는지도 모르고, 병이 걸려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요. 유미가 그랬어요. 그리고 삼성은 유독 화학물질을 안 쓴다며 발뺌했죠. 뻔히 유독물이라고 쓰인 탱크 차량이 공장을 드나들었는데도요. 도대체 그 공장에서 어떤 화학물질들이 쓰이는지 공개해야 해요. 그래야 그런 화학물질과 병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도 밝힐 수 있고요. 그러기 위해선 우선 삼성 내부에서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하고, 또 그러기 위해선 노조활동이 보장돼야 해요.”

- 반올림의 요구안에도 노조활동 보장이 명시돼있죠. 그런데 일각에서는 왜 반올림이 노조를 거론하느냐며 엉뚱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더군요.

“헌법에 보장된 당연한 권리잖아요 그건. 제가 늘 하는 말이지만, 삼성에 노조가 있었다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지진 않았을 거예요. 애초에 문제가 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조치가 있었을 것이고, 보상이나 재발방지 대책도 노사 간에 풀어낼 수 있었겠죠. 삼성에 노조가 없었던 것도 반도체공장 백혈병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 황상기 씨는 “우리나라가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 위해선 삼성의 잘못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삼성과 싸워 오신 게 벌써 7년이십니다. 속초에서 택시운전을 하며 평범하게 살아온 소시민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재벌 대기업의 차이는 ‘다윗과 골리앗’이나 ‘계란과 바위’ 같은 수식어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커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삼성은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대기업이고, 그 영향력도 엄청나요. 정부든, 정치든, 법조계든 삼성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이 없잖아요. 삼성이 망하면 우리나라가 망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죠. 또 그래서 삼성이 특혜를 받기도 하고요. 근데 이 말은 곧 삼성이 잘못하면 우리나라가 잘못된 길을 간다는 것과 같아요. 우리나라가 정말 정의롭고 옳은 사회가 되려면 삼성의 잘못부터 바로잡아야 해요.”

-그동안 삼성은 반도체공장 백혈병 문제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돈으로 무마하려는 시도도 있었고, 특별히 입장을 내놓지도 않았죠. 그런데 지난 4~5월 상당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권오현 부회장이 직접 유감을 표하기도 했고요. 지난날에 비춰보면 상당히 큰 변화라고 볼 수도 있는데, 이런 변화의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삼성이 대화에 나선 이유는 뭐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그 중에서도 네 가지에 주목해요. 첫 번째는 이제 이재용 체제로 넘어가면서 걸림돌이 될 만한 것들을 이건희 회장 생전에 해결하려는 것 아닐까 싶어요. 회사와 재산을 상속하면 자연히 그 회사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도 상속되는 거니까요. 두 번째는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 아닐까 생각해요. 아무래도 이 문제가 계속 이어지고 확산되다 보니 정부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거든요. 그리고 세 번째는 세계 언론의 관심, 네 번째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피해자 제보에요.”

- 그렇다면, 삼성이 정말 전향적으로 변했다고 보시나요.

“실질적으로 삼성은 아직 달라지지 않았어요. 물론 전에 교섭에 나왔던 삼성 사람들보단 지금 사람들이 더 예의를 차리고 있죠. 하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전혀 달라진 게 없어요. 지금까진 그저 겉모습만 조금 달라졌을 뿐인 거죠. 중요한건 내용 아니겠어요? 사과와 재발방지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게 단적인 예죠.”

- 앞서 삼성이 대화에 나선 배경으로 지목하시기도 했는데,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후계 준비로 분주해 보입니다. 나쁜 생각이지만, 삼성이 상속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에만 반올림과 대화하는 척 하고, 그 작업을 마무리한 뒤엔 또다시 예전처럼 ‘벽’으로 돌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충분히 그럴 수도 있죠. 삼성의 약속이라는 건 절대 믿을 수가 없어요. 이건희 회장도 예전에 사회 환원을 약속했는데, 아직까지 지키지 않고 있잖아요. 완전히 협상이 마무리 될 때까지, 그리고 실현될 때까지 계속 지켜봐야 해요.”

- 결국, 삼성의 진정성이 중요하고 또 아직은 그런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런데 자세한 내용을 잘 모르고, 다 해결된 것으로 아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도 여기 오기 전에 제 택시에 탄 손님이 저를 알아보곤 ‘어떻게 됐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잘 설명해드렸죠. 지난 7년은 삼성을 향해 나오라고, 대화하자고, 해결하자고 부른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7년이 된 지금에서야 삼성이 대화를 하러 나온 거죠. 이제야 겨우 시작을 할 수 있게 된 거에요. 시작이죠, 시작.”

▲황상기 씨는 "유미 엄마는 지금도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 그동안도 바쁘셨지만, 앞으로 더 자주 서울을 오가실 것 같습니다.

“이제 반은 서울사람 다 됐어요.(웃음) 그래도 내가 택시 일을 해서 이렇게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비교적 출퇴근이 자유로우니까요. 직장에 다녔거나 했으면 꿈도 못 꿨겠죠.”

- 가족 분들도 많이 힘드셨을 텐데요.

“유미 엄마는 지금도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어요. 분명히 치아가 잘 맞는데, 본인은 이게 안 맞게 느껴진다면서 많이 힘들어해요. 유미 할머니는 유미가 아픈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으시고는 얼마안가 돌아가셨고요. 유미가 떠났을 때 중학생이었던 아들은 지금 군대 다녀와서 대학에 다니고 있어요.”

- 이런 문제들이 더욱 심각한 것은 피해자가 본인 한 명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 같습니다. 가족은 물론 지인들도 큰 고통을 받게 되니까요.

“맞아요. 이게 우리가족만 그런 게 아니에요. 들어보면 우리보다 더 안타까운 사연도 많아요. 아프거나 죽은 사람 그 한 명의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정 자체가 파탄 나는 거예요. 그렇게 보면 피해자는 더 어마어마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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