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아제약.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조아제약의 ‘맨유 마케팅’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조아제약은 지난달 세계적인 명문 축구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공식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조아제약은 국내와 베트남에서 맨유를 이용해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됐다. 특히 맨유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최초의 제약분야 기업이라는 점이 더욱 주목을 끌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속한 맨유는 박지성이 전성기를 보낸 구단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에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비록 지난 시즌엔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떠난 공백을 매우지 못하며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지만, 세계 구단가치 순위에서 좀처럼 3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는 저력을 갖고 있다.

반면 조아제약은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매출 기준 순위에서는 50위 안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 지난 6월, 조아제약과 맨유는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이름값의 차이부터 엄청나기 때문일까. 일각에서는 조아제약의 ‘맨유 마케팅’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선 실적이 그리 좋지 못한 상황에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마케팅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04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는 조성환 사장이 ‘자기 과시’를 위해 쓸데없는 돈을 지출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마케팅의 실효성 여부 역시 물음표가 붙었다. 박지성이 맨유를 떠난 뒤 국내에서의 맨유 인기가 다소 시들해진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스포츠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맨유는 박지성이 떠나고 가가와 신지를 영입해 국내에선 인기가 다소 주춤하다”라며 “오히려 한국 선수가 활약하고 있는 구단이 국내 마케팅 측면에선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베트남에서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베트남에선 맨유의 인기가 여전하지만, 조아제약에서 베트남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조아제약이 연구·개발보다는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 역시 피할 수 없었다.

◇ 조아제약 “맨유가 먼저 제안, 거액 지출은 사실무근”

하지만 이에 대한 조아제약의 입장은 전혀 달랐다.

조아제약 관계자는 우선 “맨유와의 파트너십은 맨유 쪽에서 먼저 제안한 것”이라며 “맨유의 제안을 받고, 충분히 검토해 계약 체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마케팅 효과를 말하긴 이르다. 다만, 조아제약이 맨유와 파트너십을 맺은 것을 두고 ‘놀랍다’,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무리한 마케팅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조아제약 관계자는 “일부 추측성 기사가 나오고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 계약 내용상 정확한 액수를 밝힐 수는 없지만, 항간에 제기된 20억원은 아니다. 충분히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또한 “아직은 베트남 시장 진출이 미미하지만, 향후 맨유 마케팅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연구·개발보단 마케팅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조아제약은 지난 5~6년간 같은 비율의 연구·개발비를 유지해왔다. 이는 제약업계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다”고 강조했다.

▲ 지난 2012년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 모습. 조아제약은 지난 2009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프로야구를 후원하고 있다.
사실 조아제약이 ‘스포츠 마케팅’에 공을 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에서도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을 통해 후원에 참여하고 있다. 주간 및 월간 MVP를 선정해 상금을 전달하고, 연말에는 대상과 각 부문 우수선수를 시상한다. 조아제약은 지난 2009년부터 6년 연속 이 같은 프로야구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조아제약 관계자는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 인지도 상승 등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화 ‘연가시’를 통한 마케팅 역시 독특했다. 영화 속엔 ‘조아제약’이름이 그대로 등장하고, 조아제약의 구충제 ‘윈다졸’이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된다. 심지어 영화 속 ‘조아제약’은 이윤을 위해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악덕기업’으로 그려진다. 조아제약 측은 ‘연가시 마케팅’ 역시 기업 인지도 상승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조아제약에 따르면 맨유와의 파트너십 계약 기간은 3년 3개월이다. 앞으로 적잖은 시간이 남아있다. 만약 한국인 선수가 맨유에 입단하는 등의 호재가 발생한다면, 조아제약의 파트너십은 소위 ‘대박’을 칠 수도 있다. 반면 맨유가 지난 시즌과 같은 모습을 유지한다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3년 뒤, 조아제약의 파트너십 체결이 ‘신의 한 수’가 될지, ‘실패한 한 수’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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